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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한계가 주는 선명함
진짜 나다운 건 뭘까 젊은 이방인으로 살기 깜찍한 파괴자들 내리사랑이라는 말은 반만 맞다 분명한 사랑 이토록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보통날 등꽃이 피던 계절 노랑은 봄의 색이다 여성의 몸 그리고 삶 관심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새로운 인생의 단계여 나의 과거이자 미래이자 현재 오늘은 모든 것이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발톱 깎아주는 밤 아이에게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평생 기억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진짜 욕망과 가짜 욕망 두 세계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나의 삶이고, 그 삶은 좋은 삶일 것이다 Epilogue · 진정한 자유로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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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자기 자신이 되어간다
- 『이토록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보통날』, 채자영 아이의 발톱을 깎아주는 밤이 있다. 작은 발을 손에 쥐고, 조금 자란 발톱을 조심스럽게 자르는 동안 아이가 웃으며 말을 건넨다. 엄마도 웃으며 대답한다.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밤이야말로 한 사람의 삶을 깊이 받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오래 애써 얻으려는 충만함이, 때로는 이렇게 작은 발 하나를 손에 쥐는 순간 찾아온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보통날』은 그런 순간들을 글과 사진으로 남긴 책이다.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방, 빨랫줄에 널린 이불, 창가에 들인 꽃,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정원이 등장한다. 사진 속 빛은 부드럽고 문장은 가까운 사람에게 말을 건네듯 흘러간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따라 읽다 보면, 저자가 자신의 삶에 던지는 만만치 않은 질문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가. 돌보아야 할 존재가 있는 삶에서 나의 욕망은 어디에 놓여야 하는가. 그 질문은 ‘한계’에서 시작된다. 둘째를 낳은 뒤 저자는 시간과 체력이 이전과 같지 않음을 실감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던 마음이 현실 앞에서 멈춘다. 그 멈춤은 아프지만, 동시에 자신을 더 정확하게 바라보게 한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무엇을 정말 하고 싶은지 묻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가능성을 많이 열어두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하기 쉽다.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곳에 가고, 더 많은 모습이 될 수 있는 삶을 부러워한다. 이 책에서 자유는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자신의 조건을 알고, 그 안에서 소중한 것을 선택하며, 선택한 삶에 마음을 들이는 일이다. 저자는 아이를 낳기 전보다 지금 더 자유롭다고 느낀다. 그 말은 돌봄의 어려움을 지나온 사람이기에 더욱 오래 생각하게 한다. 책임을 가진 채로도 자기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감각이 그 안에 있다. 물론 그 방향은 한 번 정했다고 곧게 이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 그 안에 머물고 싶어 한다. 그러다가 혼자 걷거나 책을 읽는 틈이 생기면 자신의 일을 향한 마음이 다시 고개를 든다. 아이가 아플 때는 그 모든 생각이 멈추고, 두 삶을 함께 살아보려는 바람이 과한 욕심인지 묻게 된다. 이 흔들림이 책에 깊이를 준다. 가족과 일을 모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기쁨과 망설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저자는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일에도 주저함이 있고, 원하는 방향을 알고 나서도 마음을 다시 다져야 하는 날이 있다. 독자는 그 솔직함 덕분에 저자의 아름다운 생활을 구경하는 자리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자신의 마음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된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우리는 아이가 처음 걷고 말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기다려준다. 서툰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의 처음에는 쉽게 그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다. 처음 부모가 된 사람도, 처음 회사를 만든 사람도, 처음 달라진 몸과 삶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곧 능숙해져야 할 것처럼 대한다. 저자는 아이의 시간을 지켜보며 자신의 시간에도 기다림이 필요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의 다정함은 그 지점에서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선다. 누구에게나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삶이 있다는 사실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넓어진다. 그 다정함에는 사회적인 질문도 들어 있다. 일과 돌봄 사이의 균형을 우리는 너무 자주 개인의 능력으로 설명한다. 시간을 잘 관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면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가 아픈 날, 돌봄을 나눌 사람이 없는 날, 어린아이의 존재 자체가 눈총을 받는 공간에서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난다. 저자는 그 현실을 자신의 이야기 안으로 가져온다. 아이와 함께 여성 자신을 누리는 삶이 한 사람의 선택과 역량만으로 평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때 ‘나다운 삶’이라는 질문은 사회가 어떤 삶을 허용하고 지지하는가라는 질문과 만나게 된다. 자기 방식으로 살아갈 자유에는 그 선택을 믿어주는 사람, 돌봄을 함께 감당하는 관계, 약한 존재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한 가족의 일상을 기록한 책이 공동체를 생각하게 하는 이유다. 사진 속 정원과 집은 오래 바라보고 싶은 풍경이다. 동시에 모든 독자가 같은 공간과 조건을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도 떠오른다. 그 거리 속에서 이 책의 의미를 자신의 삶으로 가져오게 하는 것은 저자의 관심이다. 꽃이 피고 지는 짧은 시간을 알아차리는 일, 손으로 무언가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붙드는 일, 아이가 어질러놓은 자리에서 그 존재의 생기를 느끼는 일. 자신이 살아가는 시간을 자세히 바라보는 태도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보통날’이라는 말도 새롭게 들린다. 별일 없었다고 지나치는 하루 안에는 누군가를 먹이고 씻기고 기다리고 안아주는 일이 있다. 자신의 일을 생각하고, 지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도 있다. 그 수고가 쌓여 삶이 이어진다. 저자의 글과 사진은 익숙해서 잘 보이지 않던 그 시간을 우리 앞에 잠시 펼쳐놓는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보통날』을 덮고 나면 행복을 말하는 문장보다 행복을 느끼던 장면들이 남는다. 작은 발, 어지러운 방, 꽃병에 꽂힌 봄, 집으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종소리. 그리고 그 장면들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일을 향해 다시 마음을 움직이는 한 사람이 남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안 우리의 삶은 달라진다. 할 수 있는 일이 줄기도 하고, 전에 없던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 이 책은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을 계속 만들어가는 사람의 기록이다. 사랑하는 존재들의 곁에서, 자신의 삶에도 정성을 들이며 살아가려는 마음. 그 마음이 보통날을 이토록 아름답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