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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글 바람을 타고 나만의 강을 건너다
짐을 덜다 — 길 1부 사람이 살고 있었네 짐을 덜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날 밤, 윤슬이 나를 오래 붙잡았다 대진항, “문어 지지 마요” 길이 아니라 마음이 끊겼다 2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철조망이 사라진 자리 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 3부 해당화가 손 흔들어 주었다 홍련암 해당화가 안부를 묻다 하조대, 혁명만 모의하기엔 아까운 곳 남애항이 아름다운 까닭 4부 사춘기 스님, 파도를 타다 직선을 거부한 칠순의 청춘 경포대에 뜬 다섯 개의 달 아직 늦지 않은 꿈 숨을 고르다 — 오르막 5부 지나온 길도 모두 걸을 만했다 1퍼센트의 거짓말 정동진, “도로가 온통 숯 판이었어요” 소는 누가 키울 거야? 6부 멈출 수 있는 용기 단원의 붓은 멈출 줄 알았다 죽서루의 지혜 7부 이제는 쉬어도 좋다 잊은 게 아니라 외면하고 있었다 곰치국이 건넨 위안 생명을 살리는 펜을 들고 싶다 벼랑 끝에도 꽃은 피고 8부 빨리 가서 뭘 만날 건데 잠시 투구를 벗어두었다 더디다는 말의 참뜻 뭍에서 살아가는 고래들 손을 놓다 — 내리막 9부 다른 길로 가도 괜찮아 강구항에선 누군가의 시간과 꿈도 판다 영일만에 오두막집은 없다 표류든 개척이든, 내가 선택한 삶 앞에 서서 10부 움켜쥔 손을 놓다 보리밭 사잇길로 가는 평화 외면할 수 없는 일들 그 용은 어디로 숨은 것일까 11부 지도의 바깥에도 길은 있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길을 잃자, 풍경이 깊어졌다 어제의 끝에 내일이 당도해 있다 바다에 닿다 — 곁 12부 버티어 낸 삶은 다 거룩하다 고래와 함께 사라진 사람들 멸치라고 깔보지 마라 13부 마침내 바다에 닿은 문장들 사무친 것들이 오래 남는다 내 삶에 다시 불을 지필 심지가 있는가 절벽 끝에서도 삶은 뿌리를 내린다 14부 바람이 처음 불던 자리로 곁을 내어주는 마을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마치는 글 길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부록 동해안 자전거 여행 1~14 코스별 길잡이 |
김병기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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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 동안 남의 목소리만 기록하느라 정작 내 마음 적는 법을 잊어버렸다.
이 글은 그 첫 고백이다." ---p.14 "삶을 위태롭게 앞지르며 살아왔던 시간이 7번 국도를 달리는 내 자전거와 닮아 있었다." ---p.46 "나는 왜 다른 빛보다 더 밝아지려고 애썼을까." ---p.89 "평생 타인의 삶에 박힌 가시를 취재하러 다녔어도 정작 내 삶에 박힌 작은 돌 하나에는 얼마나 허둥대며 살아왔던가." ---p.164 "가난했기에 오히려 나눌 수 있었고, 연약했기에 서로의 햇빛을 지켜줄 수 있었다."---p.264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p.269 "짐이라 믿었던 부채감은 사실 짐이 아니었다. 그렇게 살겠다는 다짐이었고 30년을 버티게 한 나만의 이정표였다." ---p.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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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방향을 바꾼 800킬로미터
기자는 묻는 사람이다. 억울함이 있는 곳에 찾아가 묻고, 부당함 앞에서 다그쳐 묻고, 그 답을 받아 적는다. 삼십 년 동안 김병기는 그렇게 남의 목소리를 기록했다. 이 책은 그 질문이 처음으로 자신을 향했던 800킬로미터 여정의 기록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고성에서 부산까지 시속 8~9킬로미터로 달린다. 오르막에서는 내려서 걷고, 볼거리 앞에서는 멈춘다. 속도를 늦추자 지도 밖의 풍경이 보이고, 풍경의 끝에는 언제나 기억이 있다. 사람과 풍경을 만나고 기자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리며, 자신에게 돌아오는 질문과 답을 42편의 글에 담았다. 이 책이 믿을 만한 이유는 저자가 자신에게 관대하지 않다는 데 있다. 후배에게 “분노하지 않으면 기자 하지 마라”고 말하던 그는 대게 집게발 앞에서 “과연 나는 얼마나 정의로웠던가”를 묻는다. 김홍도의 절제된 먹선 앞에서는 한 문장을 더 얹으려 했던 자신의 욕심을 인정한다. 위로를 서둘러 내미는 글이 아니다. 장생포에서 만난 전직 포경선원의 말이 이 책의 방법을 닮았다. “포수는 잘 쏘는 사람이 아냐. 고래를 잘 보는 사람이야.” 쏘는 기술보다 바다를 끈질기게 바라보는 사람. 이 책은 기자가 세상을 바라보던 그 끈질긴 눈을 처음으로 자신에게 돌린 기록이다. 문장에 실린 몸의 무게 “머리로만 빚어낸 글이 아니라 온몸으로 통과한 뒤에야 길어 올릴 수 있는 단단한 문장이 그 오르막에서 싹트고 있었다.” 저자는 오르막에서 기어를 낮추며 삶의 속도를 다시 생각하고, 짐이라 믿었던 부채감이 사실은 30년을 버티게 한 힘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제는 “버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달리고 싶다고 말한다. 후회를 정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의 방향까지 정하는 회고다. 성과와 속도로 굴러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7번 국도를 달린다. 정년을 앞둔 한 사람이 자신의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이토록 솔직하게 말하는 글은 드물다. 그래서 이 책은 정년을 마주한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로, 그 곁의 가족에게는 쉽게 듣지 못한 마음의 언어로 읽힌다. 속도에 체한 누군가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달려도 된다는 위로를 건넨다. 여행스케치 삽화와 여행영상 QR 책은 읽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김종현 여행스케치 작가의 삽화 14점이 각 부의 문을 열고, 여행영상 QR코드는 저자가 길 위에서 촬영한 영상으로 이어지며, 부록의 동해안 14코스 가이드는 독자를 그 길 위에 세운다. 다만 가이드는 최단 거리를 안내하지 않는다. 잠시 길을 잃어 보라고 권한다. 이 책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안장에서 내려 함께 걸어 준다. 오르막 끝에서 저자가 자신에게 건넨 말은 이렇게 적혀 있다. “수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