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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목차 본문 copyrights (참고) 분량: 약 1.6 만자 (종이책 기준 약 29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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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가 되었다. 태양의 강렬한 빛이 유대인 거주지의 붐비는 골목길을 내리쬔다. 폭우가 내린 뒤라 공기는 눅눅하다. 이스트엔드 거리의 짓밟힌 진창에서는 고약한 증기가 피어오르고, 그것은 튀김 생선, 썩어가는 채소, 그리고 보기에도 냄새에도 압도적인 헌 고기 냄새와 뒤섞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감각을 자극한다. 잠시 동안, 재봉틀의 '윙윙' 소리와 다림질하는 소리가 멎는다. 잘 차려 입고 두꺼운 시계줄까지 드러낸 재봉사와 다림질공들, 화려한 모자에 풍만한 몸매와 큰 장식을 단 유대인 여인들, 창백한 얼굴과 웅크린 모습의 폴란드계 이민자들, 그리고 여기저기 보이는 가난한 기독교 여자들까지, 모두가 점심 식사를 먹으러 서둘러 이동한다. 공장 주인들은 아내와 딸들과 함께 집 문간에 앉거나 기대어, '계절 일꾼'들의 미숙함, 낮은 일값, 작업반장들의 갈취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아니면 페티코트 레인의 최근 거래나 경마 내기 등 좀 더 즐거운 주제를 이야기한다. 나는 인파에 밀려 인도 위와 아래를 오가며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시간마다 런던 게토의 큰길과 골목을 되풀이하여 걷는다. '좋은 재봉사 구함'이란 쪽지 외엔 아무런 구인 안내문도 없다. 하지만 그런 곳에는 나조차 감히 들어갈 수가 없다. 나는 스스로 사기꾼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직은 양심도, 손가락도 무르지 않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점점 더 용기가 꺾이고, 몸과 팔다리는 한없이 피곤해진다. 마침내 절망 끝에 용기를 내 보기로 한다. 역시나 흔한 안내문이 창문에 붙어 있지만, 문턱에는 살집이 있고 명랑해 보이는 유대인 여인네가 앉아 있다. 마치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재봉 바느질 할 줄 아는데, 사람 필요하세요?" 나는 숙련공 흉내를 어설프게 내며 손님 인사말을 건네 보지만, 어색하기만 하다. 그 여자는 먼저 단추 없는 내 신발을 힐끗 바라보고, 짧고 이미 흙투성이가 된 내 치마를 위로 훑어본 뒤, 몸에 맞지 않는 외투의 일자 선을 따라 올라가 흐트러진 머리를 간신히 가린 검은 모자까지 쭉 훑어본다. "아니, 필요없어요." 냉정하게 답한다. "단추구멍 빼고는 다 할 수 있어요." 나는 평소 목소리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녀가 내 얼굴을 바라보고 망설이다가, 집 안쪽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레베카, 일손 필요해?" "한 시간 전에 구했어요!" 레베카가 문 안쪽에서 소리친다. "있잖아요, 이제 보셨죠." 여인이 어깨를 웅크리며 친절하게 말한다. "바로 옆 거리에도 구인 안내문 많이 있을 거예요. 이맘때는 일 잘하는 젊은이는 집 밖에 남을 리 없다니까요." 그러고는 옆에 선 여자에게 말을 돌린다. "그래도 진짜 실력 있는 사람 만나긴 참 힘들어. 지난 사흘 동안 응모한 사람만 한두 명이 아니었는데, 그 중에 제대로 코트 한 벌 바느질할 줄 아는 여자가 하나도 없더라니까." <추천평> "영국의 사회개혁가 비어트리스 포터가 직접 재봉 노동자로 일하며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1888년에 발표된 이 기록은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과 일상, 빈곤의 현실을 놀라울 만큼 생생하게 전한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