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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 을의 일터 (큰글자책)
갑과 을은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양정호 저
생각비행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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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 하청사회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찾아서

1 하청사회의 탄생
1 어느 하청노동자의 죽음으로 본 하청사회의 구조: 지대추구행위와 외주화
2 하청사회의 재구성: 갑과 을은 어떻게 재생산되는가?

2 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1: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Behavior)
1 ‘보이지 않는 발’invisible foot: 지대추구행위
2 ‘조물주 위에 건물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3 사회학습적 지대추구행위: 지대추구행위의 확산

3 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2: 외주화(Outsourcing)
1 외주 권하는 사회
2 균열 일터(Fissured Workplace)로 내몰리는 을들: 프리젠티즘, 음식 배달 대행업, 각종 콜센터
3 애매하게 모호하게, 외주화의 진화

4 하청사회의 미래
1 전문가가 사라진 사회
2 인공지능의 등장

주

저자 소개 1

정책학 전공, 행정학 박사. 중앙대 행정대학원에서 시간강사로 활동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에서 송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공의 영향으로 사회과학 및 산업재해와 관련한 노동 문제를 주로 고민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연구 논문으로 〈조직의 엔트로피식 처방에 대한 시스템 사고 분석: 산업재해 신속보상을 중심으로〉, 〈전문가 의사결정의 인지적 인과지도에 관한 연구: 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을 중심으로〉, 〈정책 딜레마 해소 도구로서의 특례제도 형성 연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적용 특례제도를 중심으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제도의 확장을 위한 제언〉 등이 있고, 저서로 《하청사회》,
정책학 전공, 행정학 박사. 중앙대 행정대학원에서 시간강사로 활동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에서 송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공의 영향으로 사회과학 및 산업재해와 관련한 노동 문제를 주로 고민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연구 논문으로 〈조직의 엔트로피식 처방에 대한 시스템 사고 분석: 산업재해 신속보상을 중심으로〉, 〈전문가 의사결정의 인지적 인과지도에 관한 연구: 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을 중심으로〉, 〈정책 딜레마 해소 도구로서의 특례제도 형성 연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적용 특례제도를 중심으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제도의 확장을 위한 제언〉 등이 있고, 저서로 《하청사회》, 《문명사회? 문맹사회!》(공저), 《인구 전쟁 2045》(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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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10*290*20mm
ISBN13
9791124843109

출판사 리뷰

하청사회를 떠받치는 기둥 1: 지대추구행위

2016년 5월, 구의역 김군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하청사회의 실체를 드러내는 집약적 사례였다. 김군은 서울의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는 일을 했지만 그의 소속은 서울메트로가 아니었다. 그는 원청인 서울메트로가 위탁 계약을 맺은 하청인 은성PSD에 고용된 근로자였으며, 그것도 월급 144만 원을 받는 비정규직이었다. 죽은 김군의 가방에는 컵라면 하나가 담겨 있었는데 그것조차 먹지 못하고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끼니도 때우지 못한 채 과도한 업무의 압박에 쫓겼을 안타까운 처지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젊은 하청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했다.
하청사회의 문제가 집약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서 하청사회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 즉 ‘지대추구행위’와 ‘외주화’를 읽어낼 수 있다. 이때 ‘위험의 외주화’라는 자명한 현상을 인식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지대추구행위’를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서울메트로는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며 특정 업무들을 외주화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메트로는 내보내는 퇴직자들을 협력업체, 보다 정확히 말해서 하청업체에 무조건 고용되도록 보장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서울메트로에서 수령하던 임금의 최소 60퍼센트에서 최대 80퍼센트 수준을 확보해주었다. 서울메트로의 퇴직자가 하청업체의 임원직으로 들어가서 받는 연봉은 서울메트로 정규직보다는 적었지만, 그럼에도 하청업체 근로자의 두세 배에 해당하는 상당한 액수였다.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이 약 434만 원을 받는 동안에, 목숨을 걸고 정비 업무를 수행하는 김군 같은 비정규직은 겨우 월급 144만 원을 받았으며, 김군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은 180~220만 원을 받았다. 이처럼 가장 큰 문제는, 임직원의 급여를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반면 최저입찰가로 이루어지는 서울메트로의 용역을 따내려고 하청업체 직원의 인건비를 최소한으로 책정했다는 점이다.
‘지대’(rent)란 토지 사용료에서 유래된 개념이며, 경제학에서는 토지와 유사한 성격의 재화나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토지 소유자는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보상을 받는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토지를 소유한 사람은 다른 생산 활동을 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토지에서 나오는 지대를 얻는다.
‘지대추구행위’ 개념은 근본적으로 지대에 근거한다.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고서 비생산적 방식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노력이 지대추구행위이며, 더 넓게 보면 기득권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 얻는 초과 이익을 가리킨다. 이때의 지대는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추구되는 이윤과는 전혀 다르다. 지대추구행위란 독점적 특혜나 특권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타 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인 E. K. 헌트(Hunt)는 이를 ‘보이지 않는 발’이라고 일컬었다. 공정한 경쟁으로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어 다수에게 이익을 준다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은유와 상반되는 이 현상을 기발하게 개념화한 것이다.

하청사회를 떠받치는 기둥 2: 외주화

갑의 지대추구행위로 하청사회는 존립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하청사회가 성립하지 못한다. 하청사회가 지속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갑의 지대추구행위가 지속적으로 은폐되어야 하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화된 갑의 지대도 지속적으로 보존되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제도화를 통해 갑의 권력과 책임은 최소한으로 감추되, 계속해서 을의 능력과 자유는 최대한 도드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하청’ 또는 ‘외주’는 갑과 을을 제도적으로 연결하는 끈이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에 재화와 서비스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의뢰하고 을은 이를 공급한다. 원칙적으로 원청과 하청은 위아래가 없는 상호 협력 관계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갑과 을 사이에는 수직적 위계 관계가 형성된다. 발주하는 원청업체는 적은 데 반해 수주를 두고 경쟁하는 하청업체가 매우 많기 때문에 원청업체는 독점적 지대를 향유하며 갑이라는 압도적 우위에 서게 된다. 갑은 종종 외주라는 제도를 활용해서 을의 목을 죈다.
결국 ‘외주’ 또는 ‘하청’이라는 제도는 적법과 편법의 안전한 영토 안에서 갑의 손실을 극소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갑이 마주한 다양한 위험을 을에게 떠안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외주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험의 외주화’다. 외주화는 하청사회에서 갑이 을을 딛고 서서 우위를 유지하는 가시적 장치다. 개인에 불과한 을로서는 법률과 제도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너무 복잡하고 모호해서 이용하지 못한다.

을들의 연대가 왜 중요한가?

하청사회에서 을은 이중의 착시효과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을은 자발적으로 각자도생하는 신자유주의적 주체로 남는다. 한병철이 『피로사회』에서 간파한 것처럼 오늘날 신자유주의 체제의 성과사회에서는 성과주체인 개인은 자기를 착취하면서 자발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려고 매진한다. 이러한 자기 착취의 동력은 할 수 있다는 믿음, 즉 긍정성의 과잉이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부정된다. 모든 개인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결국 자기 탓이다. 이 시대의 을들은 성과주체로서 성공도 실패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고 책임이라 믿으며 끊임없이 앞만 보고 내달린다.
인간을 합리적, 이기적 동물로 여기는 경제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현대인은 남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다 모두 손해를 보는 상황을 하청사회에서 쉽게 목격하게 된다. 을이 을과 경쟁하고 싸우는 현실은 ‘성과’라는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일어나는 착시효과 때문이다. 이처럼 외주화는 하청사회에서 갑이 을을 딛고 서서 우위를 유지하는 가시적 장치이다. 을들 사이에 연대감과 공동체의식 없이 외주화가 극단으로 진화하면서 하청사회의 을들 사이에도 엄청난 격차가 이미 벌어지고 있다. 이 어려운 외주화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을들’이 법률과 제도 사이에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기 시작한다면, 갑은 현재와 같은 하청사회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극단적인 양극화를 조금이라도 완화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으로 쪼개어져 균열된 일터에 홀로 남은 을들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을들’을 발견하고 손잡지 않으면 안 된다. 을들이 하청사회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힘, 특히 갑의 지대추구행위와 외주화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연대하기 시작한다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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