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품은 구매 후 지원 기기에서 예스24 eBook앱 설치 후 바로 이용 가능한 상품입니다.
|
프롤로그
제1부 사과의 언어, 책임의 회피 제1장 사과하지 않는 사과 ? 유감, 사죄, 반성의 차이 제2장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 조건부 사과의 기술 제3장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 의도라는 방패 제4장 “논란이 발생했다” ? 주어가 사라진 문장 제5장 사과는 했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 형식과 실질의 간극 제2부 질문에 답하지 않는 정치인 제6장 질문은 하나, 답변은 딴소리 ? 동문서답의 구조 제7장 질문한 사람을 공격하라 ? 역공과 질문자의 동기 공격 제8장 물타기와 논점 바꾸기 ? 문제를 문제로 덮는 법 제9장 “기억나지 않는다”, “보고받지 못했다” ? 부인과 기억의 정치학 제10장 말은 길지만 답은 없다 ? 장황한 해명의 기능 제3부 책임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제11장 아랫사람의 실수인가, 지도자의 책임인가 제12장 “전 정부 탓이다” ? 과거로 책임을 보내는 언어 제13장 “관행이었다” ? 잘못을 정상적인 일로 만드는 법 제14장 “정치적 공세다” ? 의혹을 정쟁으로 바꾸는 기술 제4부 사실을 다루는 정치적 기술 제15장 어제의 말과 오늘의 말 ? 입장 번복과 자기모순 제16장 거짓말인가, 선택적 진실인가 ? 사실의 선별과 맥락의 조작 제17장 우리 편의 실수, 상대편의 악행 ? 이중 기준의 정치학 제18장 같은 말을 다르게 듣는 사람들 ? 지지층과 확증편향 제5부 회피의 언어가 민주주의를 망칠 때 제19장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제20장 우리는 어떤 정치인의 말을 믿어야 하는가 에필로그 |
|
사과의 언어 뒤에 숨은 권력의 기술 정치인은 왜 사과하지 않는가. 사과를 하더라도 왜 책임은 좀처럼 따라오지 않는가. 질문에 답하는 대신 질문자를 공격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오해를 탓하며, 과거의 발언을 뒤집으면서도 자신의 입장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다고 주장하는 정치의 풍경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장면이 반복된다는 데 있다. 책임 회피가 예외적인 행동이 아니라 정치의 익숙한 관행이 될 때, 시민은 정치인의 말을 믿기 어려워지고 민주주의는 권력을 통제하는 능력을 잃어간다. 《정치인은 왜 사과하지 않는가》는 정치인의 언어를 통해 권력과 책임의 관계를 파헤치는 책이다. 사과와 유감의 차이에서 출발해 조건부 사과, 의도라는 방패, 주어가 사라진 문장, 동문서답, 논점 바꾸기, 책임 전가, 관행이라는 변명, 정치적 공세라는 역공에 이르기까지, 정치인이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거나 설명하지 않는 다양한 방식을 분석한다. 나아가 사실의 선택적 제시와 맥락의 조작, 정치적 진영에 따른 이중 기준, 지지층의 확증편향이 어떻게 책임 회피를 가능하게 하는지도 살펴본다. 이 책의 핵심은 정치인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별하는 데만 있지 않다. 개별 문장이 사실이라고 해서 전체 설명이 정직한 것은 아니며, 사과의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서 책임을 인정한 것도 아니다. 반대로 입장을 바꾸었다고 해서 언제나 기회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판단을 수정할 수 있고, 정책이 실패했다면 그 원인을 분석해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이유를 설명하는가, 불리한 사실도 공정하게 다루는가, 잘못을 인정한 뒤 실제로 무엇을 바로잡는가 하는 점이다. 저자는 책임 회피를 정치인의 개인적 성격이나 도덕성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정당의 자기방어, 지지층의 진영 논리, 언론의 관심 경쟁, 시민의 정치적 피로감, 권력을 감시하는 제도의 한계가 서로 맞물리면서 책임 없는 권력이 유지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정치적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사실 확인과 책임 추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비판은 많아져도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정치인이 얼마나 많은 말을 하는가가 아니라, 그 말이 질문에 답하고 책임을 분명히 하는가에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정치에 대한 냉소를 권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정치인을 불신하면 책임 있는 행동과 무책임한 행동의 차이마저 사라진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신뢰도 전면적인 불신도 아닌 검증 가능한 신뢰다. 정치인의 과거 발언과 현재의 행동을 비교하고, 주장을 근거와 대조하며, 사과 이후의 변화를 확인하는 시민의 태도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진영 간 대립이 심화된 오늘날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정치인의 말은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그 권력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확인하고, 설명이 부족하면 다시 질문하며, 약속한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살펴보는 일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구체적인 시민의 실천이다. 《정치인은 왜 사과하지 않는가》는 정치인의 말에 실망한 독자에게 단순히 더 의심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무엇을 의심해야 하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며, 어떤 설명을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정치인의 언어를 읽는 일에서 출발해 권력의 책임을 묻는 시민의 역할로 나아가는 책이다. 정치인의 사과가 사건의 끝이 될 수는 없다. 책임은 무엇을 인정했는지, 무엇을 바로잡았는지, 그 뒤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확인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