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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아왔다, 안아주고 싶다
한명숙 저
현자 202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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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5 · 시인의 말

1부/ 한 뼘

14 · 한 뼘
15 · 입춘
16 · 삼월에
17 · 봄 밤
18 · 숲속을 걷다
20 · 오후의 변명
21 · 젊은 봄날
22 · 봄비와 길상사
23 · 노모의 주말
24 · 천상의 정원에서
25 · 향기
26 · 봄꽃
27 · 미니 수선화
28 · 희망 고문
29 · 안부

2부/ 12분의 상념

32 · 무창포 가는 길
33 · 교차로에서
34 · 칠월 한낮
35 · 쉼표
36 · 빗소리
37 · 호숫가에 앉아
38 · 편지
39 · 거리에서
40 · 어제의 시간
41 · 12분의 상념
42 · 카페에서
43 · 가을비
44 · 남자의 뒤통수
46 · 피어나다
47 · 어쩌면

3부/ 안아주고 싶다

50 · 가을비의 항변
52 · 푸른 울음
53 · 기다려 줄게
54 · 고통의 그림자는 혼자 울고
55 · 안부가 궁금한 하루
56 · 빨간 구두
58 · 그대를 불러봅니다
59 · 기억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60 · 아름다운 동행
61 · 행복도 이기지 못하는 그리움
62 · 가을빛 곱던 날 떠난 너에게
63 · 새롭게 보이는 것들
64 · 나의 하루는 맑음입니다
66 · 안아주고 싶다
67 · 화면 속 남자

4부/ 군불

70 · 살아가는 동안
71 · 군불
72 · 군불2
73 · 모른 척할 것을
74 · 천지팔양신주경
76 · 물 들어가는 시간
78 · 소망
79 · 소망 2
80 · 역세권이 뭐예요
81 · 늙는다는 건
82 · 겨울비 풍경을 그리다
83 · 괜찮아
84 · 하얀 세상 속으로
85 · 내편
86 · 세상 이야기

5부/ 엄마의 빵

90 · 복사꽃축제
91 · 나를 살게 하는 것
92 · 봄비와 시
93 · 엄마의 빵
94 · 2월의 숲
95 · 산사에서
96 · 단모환 꽃을 피우다
97 · 4월
98 · 시간을 낚다
100 · 소녀의 꿈
101 · 경강선을 타고

*해설

104 · 삶의 생채기를 지나, 온기로 피워낸 인생 미학-金京秀(詩人, 文學評論家)

저자 소개 1

2003년 《수필과 비평》에서 수필로, 2007년 《문예운동》에서 시로 등단했고 한국문인협회, 군포문인협회, 동서문학, 착각의시학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시흥문학상 시 금상, 2014년 한올문학상 시 우수상, 2023년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남자의 눈물은 뜨거웠다』와 시집 『가시연꽃』, 『담쟁이 손』, 『붕어빵아줌마』, 『그랬으면 좋겠네』, 『오래된 통장』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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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77g | 135*210*20mm
ISBN13
9791124054109

책 속으로

한 뼘

한 뼘 모자란 현실은
죽어라 달려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생채기를 내고 달아났다

윽박질러도 보듬으며 살아야 했고
투박한 모습 그대로
부정도 원망도 말자며 다독이던
희망 없는 말들이 위로가 되었던 날들
한 뼘의 차이에 숨죽여 울어야 했다

불가마에 담금질하던
도기 들의 통증 같은 것이었을,
궁핍한 시절의 아픔은 굳은 살이 되어
옹이처럼 박히고 아픈 세월의 흔적을 지웠다

새살의 신비로움으로
세상은 황혼의 문턱에서 마음을 열었다
지난한 삶을 지켜 주는
든든한 응원군이 되었다
--- p.14

12분의 상념

자동차 소음만큼이나 뜨거운 햇빛
12분, 도착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 시계
차들이 질주하는 4차선 도로
햇빛을 업고 달리는 자동차 꽁무니
번쩍번쩍 불빛을 토해낸다

철없이 내달리던 길목마다 넘쳐나던
젊음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달리기만 하면 보장된
환한 내일을 약속한다고 믿었다

영원할 거라고 믿었던 순간들은
금세 얼굴을 바꿨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외면했던
상처받은 시간의 흔적을 바라본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500번 버스를 만날 시간은
이번 생이 줄어드는 것처럼 점점 줄어든다
우리는 시곗바늘이 돌아갈 때마다
남은 생과 작별을 준비한다
--- p.41

푸른 울음

제초기 칼날에
몸뚱이가 무참히 잘려도
푸푸푸 푸우
푸릇한 향기 내뿜고 쓰러지는
푸른 이파리들

풀 향기 움켜쥐고
연둣빛 소리 공원을 채운다
위웅웅웅 탁, 탁, 탁,
윽박질러도 모른 척
푸, 푸, 푸,
토하는 마지막 언어 날개를 달고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삶이 끝나는 날
나도 저렇게 큰소리 한번
지르고 떠날 수 있으려나.
--- p.52

안아주고 싶다

아직은 살아볼 만한 삶이라는 걸 믿어도
틈틈이 찾아오는 아픔에 몸살은 깊어가고
아차, 하는 순간
세상은 모든 것을 지울 수도 있다는 걸
외면해도 자꾸만 확인하는 낯선 하루하루,

지도 앱을 뚫어져라 들여다봐도
자꾸만 하얘지는 텅 빈 거리에서
길을 잃어도,
수없이 터지고 망가져도
나를 일으켜 세운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흔적을 돌아본다

나보다 먼저 나를 챙겨 주는
든든한 흔적에 눈시울 붉히며
아직도 허술한 몸짓으로
더딘 하루를 살아내며 채워 가는 날들은
입술을 바싹바싹 마르게 한다

적당히 덜어낸 마음자리,
누가 뭐래도 이만하면 되었다
잘 살아왔다, 안아주고 싶다
--- p.66

괜찮아

멀리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코앞으로 달려와 턱 괴고 지켜본다
할 수 없을 거라고
등 돌리고 살아온 시간을 지켜주지 못해
가슴 아린 마음 들킨 것 같은
가을날 오후가 긴 꼬리를 자르며 부추긴다

잘 못해도 괜찮아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돼,

세상은 숨 가쁘게 그들의 것을 찾아 달리는데
혼자 주눅 들어 짊어진 무게에
짓눌려 살아온 것을 아니었을까,

생각의 씨앗을 묻어둔 곳
오래전 내가 머물렀던
마음의 소리가 꿈틀거린다
--- p.83

출판사 리뷰

서문

매미울음이 귀를 찢는 오후/뒷산 언덕을 뒤덮은 초록이 내 맘 같다./그 속으로 들어가 눕고 싶다./그렇게 살아도 될 나이가 되어/돌아설 줄 알았던 이 길을 돌아본다//.나를 닮아 투박하고 평범한 나의 詩,/결핍을, 그리움을, 사랑을,/함께하고 다독여준 친구였다.//시를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독자들/동행하는 문우들과/영원한 내 편,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시인의 말

삶의 생채기、 삶의 무늬 -

한명숙은 ‘시인의 말’에서 ‘매미울음이 귀를 찢는 오후 뒷산 언덕을 뒤덮은 초록이 내맘 같다고 한다. 이는 한 생의 어느 지점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삶의 길을 돌아보는 시인의 내면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매미의 울음은 뜨겁고도 치열했던 시간을 환기하고, 뒷산 언덕을 뒤덮은 초록은 오래 견뎌온 마음의 깊이와 무성함을 닮아 있기에 그렀다는 말이다. 그 초록 속으로 들어가 눕고 싶다는 고백에는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라기보다, 이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쉬게 하고 싶은 늦은 허락이 스며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도 될 나이가 되어‘라는 얘기는 젊은 날에는 앞만 보고 걸어야 했지만, 이제 시인은 돌아설 줄 알았던 길을 다시 돌아보는 것이다. 그 길에는 기쁨도 있었고 상처도 있었으며, 미처 보듬지 못한 자신의 모습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돌아봄은 후회가 아니라 화해의 시작이다. 지나온 삶을 심판하는 대신, 그 길을 끝까지 걸어온 자신을 조용히 품어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시인의 말’은 시집 『잘 살아왔다, 안아주고 싶다』의 마음과 만난다. 삶의 생채기는 사라지지 않지만, 시간과 사랑의 온기를 통과하며 그것은 삶의 무늬가 된다. 잘 살아왔다는 말은 완벽하게 살아왔다는 뜻이 아니라, 아프고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길을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깊은 인정이다. 결국 시인은 지나온 길 끝에서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만나고, 그 오래된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준다.
- 해설 중에서 / 金京秀(文學評論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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