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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나는 성
가족의 역사 시간을 안은 아이 수상한 보따리 항구의 그림자 안개 속의 탈출 작지만 위대한 선택 땅에서 뜨는 별 다케시의 새 이름 이어지는 냄새, 이어지는 빛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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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을 찌르는 냄새 때문에 나는 숨을 꾹 참았다. 그래도 지독하고 눅눅한 생선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생선 냄새가 아니었다. 아빠의 몸에서 빠져나온 냉기와 작업복에 들러붙어 있던 소금기가 뒤섞인 악취였다. 그 악취가 우리 집안의 가구와 벽지, 내 베개까지 야금야금 갉아 먹고 있다.
가난의 냄새, 그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숨기고 싶은 냄새다. --- p.8 “증조할아버지가 가족을 생각했다면, 엄마도 더 빨리 치료받을 수 있었잖아. 그럼 하늘나라 안 갔을지도 모르는데……. 증조할아버지 때문에 우리 집, 계속 망한 거야!”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오랜 시간 대대로 힘들어야 한다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아빠의 무거운 한숨 소리가 뒤통수에 달라붙었다. --- p.24 1926년 4월 15일.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1926년? 말도 안 돼.’ 나는 신문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1926년이었다. --- p.41 “꼬마야, 네가 지금 몇 명의 목숨을 건진 건지 알고나 있느냐?” “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장 아저씨를 올려다보았다. “이 안에 있는 태극기에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담겨 있다. 저놈들한테 들켰더라면 목이 달아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게야. 넌 오늘 아주 큰 일을 해냈다.” --- p.78 “낮에는 별이 보이지 않지? 하지만 사라진 게 아니야. 우리가 못 보는 것뿐이지. 우리도 그렇다.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이 어둠 속에서 계속 타오르고 있는 거야.” --- p.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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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어둠 속, 이름 없는 영웅들이 별이 되다
시간여행으로 만나는 독립의 의미와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용기! 역사는 흔히 위대한 인물들의 이름과 굵직한 사건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이 모두 영웅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묵묵히 하루를 견디고, 가족을 지키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어디에 기록되어 있을까. 『땅에서 뜨는 별』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역사 판타지 동화다. 일제강점기 인천 개항장과 노동자들의 삶을 배경으로, 우연히 100년 전 과거에 도착한 소년 시안이의 모험을 그린다. 낯선 시대에 떨어진 아이는 목숨을 건 사건에 휘말리며 교과서 속 역사를 생생한 현실로 마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부끄러워했던 가족의 삶과 조상들이 남긴 진정한 유산을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역사를 배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과 그들이 지켜낸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교과서 밖으로 걸어 나온 역사, 1926년 인천 개항장에서 만난 사람들 초등학교 5학년 시안이에게 가족의 역사는 자랑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냉동창고에서 일하는 아빠의 작업복에는 늘 생선 비린내가 배어 있고, 친구들은 그 냄새를 놀림거리로 삼는다.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도 시안이에게는 가난을 대물림한 불행한 선택으로만 느껴진다. 그런 시안이가 학교 현장체험학습으로 찾은 인천 개항장에서 뜻밖의 사건을 겪는다. 낡은 냉동창고의 벽을 통해 1926년 4월 15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낯선 거리에서 일본 순사들에게 쫓기던 시안이는 우연히 태극기 손수건이 가득 담긴 보따리를 맡게 된다. 보따리를 전하라는 부탁 하나로 시작된 모험은 노동자 동맹의 대장과 만나는 과정에서 점점 위험해진다. 차가운 냉동창고에서 피딱지가 맺힌 손으로 상자를 나르는 노동자들, 굶주림 속에서도 서로를 돕는 사람들, 일본의 착취에 맞서 파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은 시안이가 알고 있던 역사와는 전혀 다르다. 특히 이 작품은 독립운동을 총을 들고 싸우는 영웅들의 이야기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밤마다 태극기를 수놓는 사람들, 비밀 연락을 전달하는 사람들, 부당한 노동 현실에 맞서 일손을 내려놓는 사람들 역시 역사를 움직이는 주인공으로 그려낸다. 여기에 순사들의 추격과 위장, 암호 전달, 극적인 탈출 장면이 더해지며 이야기는 긴박하게 전개된다. 독자는 시안이의 눈을 통해 역사를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시대 사람들의 두려움과 용기를 생생하게 경험하게 된다. 부끄러웠던 비린내가 자랑스러운 훈장이 되기까지 『땅에서 뜨는 별』의 또 다른 중심에는 가족을 이해하고 성장해 가는 한 아이의 변화가 있다. 시안이는 아빠에게서 풍기는 생선 냄새를 가난의 상징으로 여기며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100년 전 인천항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삶은 그 냄새의 의미를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생계를 위해 얼음과 생선을 나르던 사람들의 거칠어진 손, 부당한 현실에 맞서면서도 가족과 후손의 미래를 걱정하던 마음은 오늘날 냉동창고에서 일하는 아빠의 모습과 겹쳐진다. 이러한 변화는 작품의 제목인 ‘땅에서 뜨는 별’이라는 표현에서 절정에 이른다. 노동자 동맹의 대장은 하늘의 별이 보이지 않는 낮에도 사라지지 않듯,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버티며 싸우는 사람들도 빛나고 있다고 말한다. 위대한 역사는 특별한 영웅만이 아니라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장면이다. 한편 일본인 친구 다케시와의 관계는 역사적 상처를 오늘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과거의 참혹한 현실을 직접 경험한 시안이는 다케시를 이전과 같은 눈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러나 다케시 역시 가족에게 전해 내려온 아픈 역사를 들려주며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다. 이를 통해 작품은 잘못된 역사를 잊지 않는 것과 지금을 살아가는 개인을 이해하는 일이 서로 모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결국 시안이가 찾아낸 것은 가족의 명예만이 아니다. 타인의 노동을 존중하는 마음, 두려움 속에서도 옳은 일을 선택하는 용기,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미래의 관계를 이어 갈 수 있는 성숙한 시선이다. 소년의 시간여행은 역사 탐험인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 가는 성장의 여정이 된다. 『땅에서 뜨는 별』은 역사를 어렵고 멀게 느끼는 어린이들에게 과거를 이해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 준다. 100년 전 인천 개항장의 풍경과 노동자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되살리면서도, 긴박한 모험과 따뜻한 가족애를 통해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이끈다. 특히 자랑스러운 역사는 유명한 인물들의 이름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이름 없이 희생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삶에도 깃들어 있음을 전한다. 아울러 가난과 노동을 바라보는 편견, 가족 사이의 이해, 역사적 책임과 화해라는 주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풀어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금주 작가의 글과 백수환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역사와 만나는 흥미로운 모험이, 어른들에게는 우리가 딛고 선 오늘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별은 멀리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어둠을 견디며 내일을 밝힌 사람들, 그리고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우리 모두가 땅에서 뜨는 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