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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꽃을 보려 하면 꽃이 보이고 흑심黑心 봄날 앵초꽃 지우개 똥 봄꽃 만취 매우梅雨 꽃을 보려 하면 꽃이 보이고 인연 수선화 연꽃 폭염 달빛 삽질 꽃무릇 갈대 해바라기 도둑 겨울 소묘 꽃샘추위 제2부 사랑보다 슬픈 게 어디 있으랴 천둥소리 투구꽃 풀꽃, 춤추다 가시나무새 심장이 부서진 사슴처럼 불춤 수탉 이 밤의 달빛으로 노를 저으리 난 넘, 못난 놈 베드로 나의 존재 방식 나무의 기억 규화목硅化木 그냥 꿈이라고 말하게나 자화상 ― 목병木甁을 만들며 잊어라 해도 잊을 수 없는 춘양목 단칸방 나쁜 동거 제3부 ‘어머니’라 쓰고 ‘밥’이라 읽으며… 아버지의 낫 똥물 껌딱지 두아채豆芽菜 김장 배추 ‘어머니’라 쓰고 ‘밥’이라 읽습니다 ㅅ‘ ’과 ㄹ‘ ’ 읽기 나의 등 ― 나는 가끔 등에 못질을 한다 참새의 하루 우리 집 언덕밥 꽃의 방 사다새 양촌리 동서네 포경선을 타다 푸른 여자야 똥지게 지다 오줌발 벼꽃 향기 제4부 죽어라 사랑하면 슬픔의 샘은 깊어지네 기울이면 슬픔도 흐른다 나무의 열꽃 대이작도에서 늙은 호박 빗소리 밤꽃栗花 사랑만 한 폭력이 어디 있으랴 사과 먹기 소나기 낯선 벗에게 바닥을 생각하다 꽃씨를 심는 일 나의 등을 밟고서라도 감태나무 이별꽃 너에게 노을, 평택강에 타오르다 기쁨이여, 우연이라도 슬픔을 만나면 [해설] 원초적 생명성과 흙의 정념, 그리고 묵직한 구원의 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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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과 밥과 눈물로 살아 낸 시간, 그 오래된 상처에서 한 송이 시가 피어난다
- 사랑하기에 슬프고, 슬프기에 더욱 따뜻해지는 이용우 시인의 72편의 시 『무슨 죄가 이토록 아름다운가』에는 꽃과 나무, 비와 달빛, 흙과 밥처럼 손에 잡힐 듯 익숙한 것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용우 시인의 시선이 닿으면 평범했던 사물은 저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품는다. 지우고 남은 지우개 똥은 끝내 전하지 못한 열여섯의 고백이 되고, 봄은 천리 밖에서 달려와 사람을 넘어뜨리는 짐승이 되며, 갈대밭에서는 가을이 목 놓아 운다. 자연을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생명으로 받아들이는 감각, 일상의 작은 장면을 사랑과 그리움의 언어로 뒤집어 놓는 은유가 시집 곳곳에서 빛난다. 그 생명의 언어를 따라가다 보면 시인의 뿌리와 만난다. 제3부에 이르면 아버지의 낫과 어머니의 밥, 꽁보리밥이 놓인 밥상과 똥지게를 지던 소년의 기억이 한꺼번에 되살아난다. 특히 「아버지의 낫」에서 평생 농사일을 하며 손가락까지 잃었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남의 목숨을 베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가르침을 남긴다. 「‘어머니’라 쓰고 ‘밥’이라 읽습니다」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매일 먹어야 하는 밥과 포개진다. 이 시집에서 가난은 미화해야 할 과거가 아니다. 그것은 아프고 고단했지만 오늘의 자신을 이루고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게 만든 삶의 뿌리다. 표제작 「투구꽃」에는 이러한 시선이 선명하게 응축되어 있다. 시인은 아름다운 꽃을 두고 독초라는 이름만으로 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낡고 깨어진 투구 앞에 무릎을 꿇듯 그 존재에 가까이 다가가 함께 아파한다. 이러한 태도는 시집 전체로 번져 간다. 역사 속 인물과 새터민, 가난한 이웃, 부모와 자식, 병든 존재와 이별을 앞둔 사람까지 시인의 시야에 들어온다. 무엇인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 곁에 서려는 마음, 아픈 존재에게 자신의 마음 한편을 내어 주려는 태도가 이 시집의 제목에 담긴 질문을 더욱 오래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이 시집에서 슬픔은 삶을 무너뜨리는 감정으로만 남지 않는다. 바닥은 계단이 시작되는 곳이 되고, 상처 난 땅에는 꽃씨가 심기며, 깨진 마음의 조각을 모은 존재는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시집의 마지막에서 시인은 깊은 슬픔을 만난 사람에게 이유를 캐묻거나 서둘러 위로하지 말고 그저 들어 주는 존재가 되라고 말한다. 삶의 바닥을 지나온 사람이 다른 사람의 등을 떠미는 대신 자신의 등을 내어 주는 마음, 그것이 『무슨 죄가 이토록 아름다운가』가 끝내 도달하는 사랑이다. 꽃과 흙과 밥에서 출발한 72편의 시는 그렇게 한 사람의 기억을 지나 타인의 슬픔을 품는 따뜻한 자리로 나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