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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목차 본문 copyrights (참고) 분량: 약 1.4 만자 (종이책 기준 약 26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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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예전에 제가 칼뱅의 누이와 더럼의 딘인 휘팅엄 사이의 혈통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매우 재미있어 했죠. 그래서 제가 저명한 친척에 대한 애정 때문에 프랑스까지 와서, 여러 기록과 자료를 뒤지며 위대한 종교개혁자의 방계 후손들을 찾아 친척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 한다는 것에 대해 이해를 잘 못 할 것 같군요. 제가 이 조사를 하며 겪은 고생과 모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그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난 8월 어느 저녁에 일어난 매우 흥미로운 일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만약 제가 완전히 정신이 깨어 있지 않았다면, 꿈이었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말씀드린 목적을 위해서 한동안 투르(Tours)를 기점으로 삼아야 했습니다. 저는 칼뱅 가문의 후손들을 노르망디에서 프랑스 중심부까지 추적해 갔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보유하고 있는 어떤 가족 문서를 보려면, 그 지역 주교로부터 일종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투르에는 영국인 친구가 여러 명 있었으므로 그곳에서 Monseigneur de?에게 보낸 요청의 답변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어떤 초대든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이었지만, 실제로는 초대를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녁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곤 했습니다. 테이블 도트(table d'hote)는 오후 다섯 시에 시작됐고, 저는 개인 객실을 쓸 만큼 돈을 쓰고 싶지도 않았고, 식당의 음식 냄새 나는 분위기도 별로였으며, 포켓볼이나 당구도 칠 줄 몰랐습니다. 게다가 동숙하는 투숙객들의 인상이 그리 호감 가지 않아, 그들과 마주 앉아 도박 비슷한 놀이를 함께 할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일찍 식탁에서 일어나 남아 있는 8월 저녁의 햇빛을 최대한 누리려, 주변 시골을 활기차게 산책하곤 했습니다. 한낮은 너무 더워서 걷기엔 부적합해, 그땐 대개 불르바르 거리의 벤치에 앉아 멀리서 들려오는 밴드 연주를 나른하게 들으며, 지나가는 여성들의 얼굴과 몸매를 생각 없이 슬쩍슬쩍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해 8월 18일, 목요일 저녁이었죠. 평소보다 산책을 훨씬 멀리 나갔는데, 되돌아서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흘러 있었습니다. 저는 원을 그리면서 돌아갈 수 있겠다 싶었고, 방향도 대강 눈에 들어서 왼쪽의 좁고 곧은 길만 따라가면 투르로 돌아가는 길이 짧아지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제대로만 빠져나갈 수 있었다면 그렇게 됐을 겁니다. 하지만 프랑스 이 지방에서는 들길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제가 걷던 길은 마치 도로처럼 반듯이 뻗었고, 양쪽에는 규칙적인 포플러 나무들이 저 멀리까지 사라질 듯 이어져 있어,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어둠이 내렸고, 저는 칠흑같은 밤길에 남게 됐습니다. 만약 영국이라면 한두 개 밭 건너 오두막의 불빛이라도 보이고, 그곳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볼 수 있었겠지만, 여기는 그런 달가운 불빛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프랑스 농부들은 여름 해가 지면 바로 잠자리에 드는 모양이라, 근처에 집이 있었더라도 전혀 볼 수 없었을 겁니다. 결국 거의 두 시간쯤 어둠 속을 걷고서야, 지친 오솔길 한쪽에 숲의 희미한 윤곽이 보였습니다. 저는 숲 법규니 무단출입에 대한 처벌이니 하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그리로 걸어갔습니다. 최악의 경우 숲속 어딘가 몸을 뉘고 쉴 은신처라도 찾아서, 아침이 밝을 때까지 쉬었다가 투르로 돌아갈 길을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숲의 변두리 쪽, 밖에서 볼 때 빽빽한 숲인 줄 알았던 곳이 실은 어린 나무들이 촘촘히 자라고 있어서, 줄기만 가늘게 뻗은 데다 꼭대기엔 잎이 적게 달려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더 울창한 숲 쪽으로 나아갔고, 그제야 발걸음을 늦추고 쉴만한 자리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로키엘의 손자처럼 골라가며 누울 곳을 찾았습니다. 이 덤불은 가시나무가 너무 많아 안 되고, 저기는 이슬에 젖은 듯 축축해 보였습니다. 네 벽 안에서 밤을 보낼 희망은 이미 포기했기에,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어 여유 있게 여기저기 더듬으며 다녔습니다. 그때 제 지팡이에 여름잠에 빠진 늑대라도 건드려 깨우지나 않을까 혼자 염려하면서 말이죠. 갑자기, 불규칙하게 무성한 길을 가로지르다 오른쪽을 쳐다보니, 길 끝에 샤토(성)가 웅장하게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4분의 1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어둠 속에 뚜렷하게 윤곽만 드러난 그 건물은 크고 위엄이 있었고, 후추통 모양의 첨탑, 작은 타워 등 갖가지 기괴한 장식이 은은한 별빛 사이로 솟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점은, 이제 정면으로 보게 된 건물 곳곳의 창에 불이 켜져 있어서, 무슨 큰 연회라도 열리는 듯 보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추천평> "'믿기 어려운 어느 밤의 이야기'는 '북과 남부', '크랜퍼드' 등으로 알려진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이 선보이는 독특한 환상 단편이다. 익숙한 옛이야기와 전설을 재치 있게 변주하면서, 현실적인 여행담을 환상적인 모험으로 바꾸어 놓는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가 어른의 세계에 다시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스켈은 고풍스러운 유머와 섬세한 상상력으로,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 위즈덤커넥트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