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
목차 1장 / 2장 / 3장 / 4장 / 5장 / 6장 / 7장 / 8장 / 9장 / 10장 / 11장 / 12장 / 13장 / 14장 / 15장 / 16장 / 17장 / 18장 / 19장 / 20장 / 21장 / 22장 / 23장 / 24장 / 25장 / 26장 / 27장 / 28장 / 29장 / 30장 copyrights (참고) 분량: 약 19.4 만자 (종이책 기준 약 325 쪽) |
|
<미리 보기>
"선생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광장 건너편 시계가 열 시 반을 알렸다. "열 시 반이라니! 늦은 손님이군요. 올라오시라고 하세요." 나는 쓰던 글을 한쪽으로 밀어 놓고 전등갓을 기울였다. 계단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다음 순간 나는 벌떡 일어섰다. 키가 크고 마른 남자가 들어와 두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각진 얼굴에는 수염이 없었고, 햇볕에 그을린 피부는 커피색이었다. "오랜만이야, 페트리! 내가 올 줄은 몰랐지, 틀림없어!" 네일런드 스미스였다. 나는 그가 버마에 있는 줄 알았다! "스미스!" 나는 그의 손을 힘껏 잡았다. "정말 반가운 뜻밖의 방문이야! 도대체 어떻게..." "미안해, 페트리!" 그가 말을 끊었다. "햇볕을 너무 쬐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마!" 그는 전등을 꺼서 방을 어둠 속에 잠기게 했다. 나는 너무 놀라 말도 못 했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그가 말을 이었다. 희미하게나마 창가에 서서 도로를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내가 조심하는 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아, 수상한 건 없군! 이번에는 내가 먼저 왔나 봐." 그는 책상으로 돌아와 전등을 다시 켰다. "이만하면 충분히 수수께끼 같지?" 그가 웃으며 내가 쓰다 만 원고를 힐끗 보았다. "소설인가? 이 동네는 사람들이 지독하게 건강하다는 뜻이군, 안 그래, 페트리? 그런데 내가 자네에게 소재를 좀 줄 수 있어. 기괴한 수수께끼가 팔리는 물건이라면, 독감이나 부러진 다리나 신경쇠약 같은 것에 기대지 않고도 먹고살 만한 소재지." 나는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살폈다. 그러나 망상에 빠졌다고 볼 만한 낌새는 없었다. 눈이 지나치게 빛나기는 했고, 얼굴에는 어느새 굳은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나는 위스키와 탄산수 병을 꺼내며 물었다. "휴가를 일찍 받았나?" "휴가가 아니야." 그가 천천히 파이프에 담배를 채우며 대답했다. "임무 중이지." "임무 중이라고!" 내가 외쳤다. "런던으로 전근이라도 온 거야?" "어디든 가라는 명령을 받았어, 페트리. 오늘 어디에 있고 내일 어디에 있을지는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없어." 그 말에는 불길한 기운이 있었다. 나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잔을 내려놓고 몸을 돌려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털어놓아 봐! 대체 무슨 일이야?" 스미스는 갑자기 일어나 외투를 벗었다. 왼쪽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자 팔뚝의 살집 있는 부분에 섬뜩한 상처가 드러났다. 상처는 완전히 아물었지만 주위로 한 치 남짓한 부위에 기묘한 줄무늬가 나 있었다. "이런 상처를 본 적 있어?" 그가 물었다. "꼭 같은 건 없어." 내가 인정했다. "깊이 지진 것 같은데." "맞아! 아주 깊이!" 그가 쏘아붙였다. "킹코브라 독에 담근 화살촉이 거기에 박혔거든!" 동양의 파충류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그 뱀의 이름을 듣자 억누를 수 없는 전율이 온몸을 차갑게 훑고 지나갔다. "치료법은 딱 하나야." 그가 소매를 내리며 말을 이었다. "날카로운 칼과 성냥, 탄약통 하나면 돼. 그 뒤로 사흘 동안 말라리아 냄새가 진동하는 숲에 누워 헛소리를 했지. 하지만 망설였다면 지금도 거기 누워 있을 거야. 중요한 건 이거야. 사고가 아니었다고!" "무슨 뜻이야?" "누군가 일부러 나를 죽이려 했다는 뜻이야. 뱀의 독샘에서 독을 한 방울씩 참을성 있게 뽑아 화살을 만들고, 나를 향해 쏘게 한 놈을 내가 바짝 뒤쫓고 있어." "대체 어떤 악마 같은 놈이야?" "내 계산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 런던에 있는 놈이지. 그런 기분 좋은 무기를 늘 쓰는 놈이야. 페트리, 내가 버마에서 온 건 단지 영국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야. 백인 전체를 위해서야. 내가 틀렸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우리 생존의 상당 부분이 이번 임무의 성공에 달려 있다고 진심으로 믿어." 그 기이한 말을 듣고 단지 당황했다고만 해서는 내 머릿속의 혼란을 다 설명할 수 없다. 네일런드 스미스는 단조로운 교외 생활을 하던 내게 더없이 황당한 이야기를 들고 왔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어!" 그가 단호하게 말하고 잔을 비운 뒤 일어섰다. "자네만은 믿을 수 있어서 곧장 찾아왔어. 본부의 최고 책임자를 빼면, 네일런드 스미스가 버마를 떠났다는 사실을 영국에서 아는 사람은 자네뿐이기를 바라. 누군가 늘 내 곁에 있어야 해, 페트리. 반드시! 여기서 묵어도 되겠나? 며칠만 시간을 내주겠어? 실제든 허구든 기록된 것 가운데 가장 기묘한 사건이 될 거라고 약속하지." 나는 선뜻 승낙했다. 안타깝게도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마워!" 그가 특유의 성급한 몸짓으로 내 손을 움켜쥐며 외쳤다. "지금 출발하자." "뭐, 오늘 밤에?" "오늘 밤! 사실은 나도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어. 지난 마흔여덟 시간 동안 한 번에 십오 분 이상 잠들 엄두를 내지 못했거든. 하지만 오늘 밤, 그것도 당장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 크라이턴 데이비 경에게 경고해야 해." "크라이턴 데이비 경이라면, 인도..." "페트리, 그는 죽을 운명이야! 내 지시를 의심도 망설임도 없이 따르지 않으면, 하늘에 맹세코 그를 구할 길이 없어! 언제, 어떻게, 어디서 공격이 닥칠지는 몰라. 하지만 그에게 경고하는 게 내 첫 임무라는 건 알아. 광장 모퉁이까지 걸어가서 택시를 잡자." 모험은 얼마나 기이하게 일상에 끼어드는가. 그런 일이 벌어질 때면 대개 갑작스럽고 뜻밖이다. 오늘은 낭만을 찾아 헤매도 발견하지 못할 수 있지만, 찾지 않을 때면 인생길의 가장 평범한 모퉁이에 숨어 우리를 기다린다. 그날 밤의 택시 여행은 평범한 세계와 기이한 세계를 갈라놓았고,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의 다리가 되었다. 그런데도 내 기억에는 아무 인상도 남기지 않았다. 택시는 나를 괴상한 수수께끼의 한복판으로 실어 갔다. 그날 밤을 돌아볼 때면, 우리가 지나온 번화한 거리에서 어떤 징조나 경고도 눈에 띄지 않았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추천평> "초기 펄프 픽션 특유의 매력과 재미로 가득 찬 작품이었다. 색스 로머의 빠른 서사 전개와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묘사력이 돋보였다. 악당 푸 만추는 대단히 위협적이면서도 기이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형상화되었으며, 기묘하고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독자를 몰입시켰다.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기보다 단숨에 빠져들어 긴장감 넘치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오락 소설이었다." - loradbstr, Goodreads 독자 "이 소설은 색스 로머가 셜록 홈즈 시리즈의 오마주와 변주를 가장 빼어나게 구현해 낸 출발점이었다. 신경질적으로 파이프 담배를 태우는 네일랜드 스미스와 의사 친구인 화자 페트리의 콤비 플레이는 홈즈와 왓슨을 연상시켰고, 거대한 범죄 조직과 과학 지식을 겸비한 푸 만추는 모리어티에 필적하는 강렬한 적수였다. 총기나 폭탄 대신 독사, 독거미, 치명적인 곰팡이와 비밀 암살자를 동원하는 기상천외한 함정들은 읽는 내내 서스펜스를 더했다." - holgasge, Goodreads 독자 "당대 문학 특유의 과장되고 경직된 문체가 일부 엿보이지만, 특유의 음산하고 불길한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는 힘은 대단히 탁월했다. 스릴러이자 호러 모험 소설로서 독자를 옭아매는 서스펜스가 훌륭하게 작동했다. 100여 년 전의 시대적 한계와 편견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왜 푸 만추라는 악당이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원형으로 자리 잡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 byeter, Goodreads 독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