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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제본소] 마흔, 엄마를 다시 만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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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엄마, 내가 책 내면 진짜 읽을 거지?

Part 1. 그땐 몰랐지

1-1. 그 여름이 지나고 나는 자랐다
1-2. 엄마, 어디 갔어?
1-3. 하얀 고무신
1-4. 뽀글머리와 집게머리
1-5. 우리집은 부자였다
1-6. 올 나간 스타킹
1-7. 배고파, 밥 줘

Part 2. 엄마가 아프다

2-1. 무슨 죄를 지었길래
2-2. 어서 가서 밥 먹어
2-3. 누워도, 앉아도
2-4. 빨간 고무장갑
2-5. 길어야 6개월
2-6. 약을 찾습니다
2-7. 행운을 모으는 날
2-8. 꽃동산

Part 3. 언제나 그 자리에

3-1. 김밥 사세요
3-2. 그럼에도 자꾸만 돋아나는 것들
3-3. 엄마의 배낭
3-4. 내 애 좀 봐줘
3-5. 한 번도 안 쓴 거야
3-6. 엄마는 차에 있을게

Part 4. 혼자 갈 수 있지

4-1. 내가 보호자가 되었다
4-2. 비행기 놀이
4-3. 어디서 구하셨어요
4-4. 엄마는 병원 체질
4-5. 엄마의 스케줄표
4-6. 그만 긁어
4-7. 잘 떼놨어

Part 5. 엄마와 오늘을 사는 법

5-1. 템플스테이와 보청기
5-2. 엄마는 책이 싫단다
5-3. 맨발 걷기
5-4. 누워서 가는 기차
5-5. 웰컴 수박

Part 6. 그냥 옆에만 있어 줘

6-1. 엄마의 일기를 대신 써 드립니다
6-2. 엄마의 만두
6-3. 고스톱의 진실
6-4. 전화해도 괜찮아
6-5. 올갱이국 주세요
6-6. 안부를 묻다가 문득

에필로그 | 당신의 사랑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저자 소개 1

저글꽃J(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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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놀라는 대문자 F입니다. 일할 때는 누구나 인정하는 대문자 T입니다. 「좋은생각」에 다섯 차례, 「샘터」에 한 차례 글이 실렸고 전자책 『마흔, 다시 설레다』를 냈습니다. 독서모임 ‘오도독’을 운영하며, 오늘도 읽고 씁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50쪽 | 128*188*20mm
ISBN13
9791124930137

책 속으로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나는 엄마를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좋아하시던 음식. 엄마의 손. 엄마가 자주 하던 말. ---p.5

집은 자주 흔들렸지만, 밥상만큼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가난보다 음식을 먼저 기억한다. 엄마는 아직도 명절이면 식혜를 한 솥 하신다.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면서도. ---p.45

나는 그날 엄마를 위로하지 못했다. 괜찮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엄마 옆에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엄마에게 필요했던 것도 아마 그것이었을지 모른다. 괜찮아질 거라는 성급한 위로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무서워도 함께 무서워해 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 ---p.64

현관문을 열자, 딸이 “엄마~” 하고 뛰어나와 안겼다. 엄마를 두고 온 나도, 여기서는 누군가의 엄마였다. 아이를 재우고도 한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두려운 순간에도 자식을 향한 본능으로 건넸던, 수술실 앞 엄마의 마지막 말이 자꾸만 귓가에 맴돌았다.
“배고프겠다. 어서 가서 밥 먹어.” ---p.72

손에 지문이 남아날 리 없었다. 한번은 인감증명서를 떼러 가신 구청에서, 손가락을 몇 차례나 다시 대야만 하셨다. “이상하네. 왜 안 되지?” 멋쩍게 웃으시던 엄마. 나무는 세월이 지날수록 나이테가 하나씩 생기는데, 엄마의 지문은 우리를 키워낸 세월만큼 하나씩 없어진 모양이었다. ---p.80

기억을 지우는 세제가 있다면
아픈 기억을 지워줄 거야

뽀득뽀득 소리 나게
반짝반짝 새하얗게
휘휘 몇 번이고 헹궈내어

탁탁 털고
햇빛에 바짝 말려 줄게

깨끗해져라 얍 ---p.91

“엄마.”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엄마는 오래 살아야 해. 왜냐하면… 아직 나 엄마랑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단 말이야.”
갑자기 튀어나온 진심에 내가 먼저 목이 메어, 소매로 눈가를 눌렀다. 엄마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엄마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하얀 두부와 초록색 애호박, 빨간 고추를 숭덩숭덩 썰어 찌개에 넣었다. 작은 냄비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돌아온 엄마가 자리에 앉으셨다.
“내일은 화분에 꽃이나 옮겨 심어야겠다.” ---p.98

매일 통화하니까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건, 겉으로 보이는 엄마의 일정에 불과했다. 식사는 하셨는지, 약은 드셨는지, 병원은 다녀오셨는지. 반복되는 일정 뒤에 숨어 있던 엄마의 마음은 알지 못했다. 일기를 쓰면서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헬스장에 다녀왔다는 말 뒤에는 땀 흘리고 난 후의 개운함이 있었고, 딸들이 다녀갔다는 말 뒤에는 오늘따라 유독 밝았던 그 목소리의 이유가 있었다. ---p.213

엄마와 이렇게 만두를 만들어 먹는 시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가질 수 있을까. 언젠가 만두피만 밀던 이 손으로 혼자 만두를 빚는 날이 올 것이다. 당면을 불리고 신김치와 두부를 섞는 순서는 그대로겠지만, 고기만은 끝내 넣지 않겠지. “캬~ 이게 엄마 맛이지.” 하며 냄비엔 그렇게 질색하던 ‘고향의 맛’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p.218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문득, “엄마, 나 갈 데가 없어. 심심해.”
언제부터 흔들렸는지도 몰랐던 이빨처럼, 그 말이 툭 튀어나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주말이면 만나던 엄마를, 딱 하루 못 만나는 것만으로 이렇다니.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잠깐 말없이 있었다.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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