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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사이의 한국 외교
중미 관계와 한미동맹, 전략적 자율성의 모색과 한계
송문지 저
책과함께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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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제1장 한국 외교안보 연구의 현황과 과제: 문헌 검토
1. 한국 국가안보 연구의 주요 의제
2. 한국 국가안보 연구의 경로와 방법
3. 한국 국가안보 연구의 역량과 플랫폼
4. 결론

제1부 헤징
제2장 한반도 역사 속 헤징의 기원과 변주
1. 고대 한반도 정권의 대외전략: 사대와 양단 외교의 기원
2. 근대 조선의 외교 전략: 전통 질서의 해체와 새로운 모색
3. 강대국과 한반도 운명의 구조적 이해

제3장 중미 경쟁과 한국의 헤징 전략
1. 중미 사이에서의 한국의 전략적 선택과 그 결정 요인
2. 중미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 선택에 대한 사례 분석
3. 결론

제2부 동맹
제4장 미국의 압력과 한국의 동맹 전략 전환
1. 한국이 직면하는 동맹 난제: 동맹 내 주도국으로부터의 압력
2. 한국 대응 전략의 진화: 자주 강조에서 동맹 강화로
3. 한국의 동맹 관리 전략의 변화 원인 분석
4. 결론

제5장 주한미군 역할의 변화
1. 냉전기 주한미군: 지상군 전방 배치와 ‘인계철선’ 역할
2. 냉전기 주한미군의 병력 감축
3. 탈냉전 이후 한미동맹의 모색 및 주한미군 축소
4. 21세기 이후 한미동맹의 조정과 주한미군
5. 결론

제6장 주한 유엔군 사령부의 ‘부활’
1. 주한 유엔군 사령부의 창설 및 변천 과정
2. 주한 유엔군 사령부 기능의 ‘부활’
3. 주한 유엔군 사령부 기능 ‘부활’을 둘러싼 미국의 전략적 고려
4. 결론

제7장 한국 작전통제권의 환수
1. 한국 작전통제권 문제의 기원과 환수 과정
2. 한국 전시 작전통제권 이관이 지닌 쟁점: 주권, 안보, 한미 관계
3. 결론

제8장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운용 방식의 변화
1. 미국의 대한국 확장억제의 역사적 전개
2. 최근 미국의 대한국 확장억제의 변화와 특징
3. 최근 미국의 대한국 확장억제 조정의 배경과 동인
4. 미국의 대한국 확장억제 전환 전망
5. 결론

결론 제3의 길 - 한국 지역협력의 탐색과 그 한계
1. ‘아태’ 개념의 부침
2. ‘동아시아’ 개념의 재등장
3. ‘동북아’ 개념의 딜레마
4. 지역협력 경쟁과 한국의 선택
5. 결론

주

저자 소개 1

베이징대학교 조선(한국)언어문화 학부 부교수이자 베이징대학교 지역연구원 연구원. 주요 연구 분야는 한반도 정치·외교, 동북아시아 국제관계학 등이다. 《Pacific Focus》,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國際政治?究》, 《東北亞論壇》 등의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요 논저로 〈China’s Engagement Patterns Towards North Korea〉, 〈Who Restrains Who?: Sino-DPRK Strategic Interaction during the Second Nuclear Crisis〉,
베이징대학교 조선(한국)언어문화 학부 부교수이자 베이징대학교 지역연구원 연구원. 주요 연구 분야는 한반도 정치·외교, 동북아시아 국제관계학 등이다. 《Pacific Focus》,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 《國際政治?究》, 《東北亞論壇》 등의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요 논저로 〈China’s Engagement Patterns Towards North Korea〉, 〈Who Restrains Who?: Sino-DPRK Strategic Interaction during the Second Nuclear Crisis〉, 〈本土問題與外來範式: 韓國的國家安全?究〉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152*225*30mm
ISBN13
9791124618226

책 속으로

한국 국가안보 연구는 강한 현실 문제의식, 서구 이론 중심의 분석 틀, 그리고 정책과 긴밀히 연계된 연구 구조라는 세 가지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히 서구 이론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역사적·문화적 경험을 반영한 독창적·이론적 성찰이 더 필요하다. 외교사와 지역 연구도 한층 강화해 한국만의 특별한 연구 시각을 키워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한국 국가안보 연구가 전 세계 학계와 활발히 교류하면서도 독자적인 문제의식과 이론적 정체성을 지닌 연구 분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p.39

이상의 역사적 과정을 통해 볼 때 근대 이전 한반도 국가가 고대 중국을 상대로 취한 외교 전략은 단순히 대국의 영향력 투사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동시에 강대국 가까이에서 생존과 국익 극대화를 추구해온 약소국의 전략적 선택이기도 했다. 강대국의 영향력은 때로는 군사적 정복이나 직접 개입의 형태로 나타났고, 때로는 종번 관계라는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유화와 지도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 p.53

이는 한국이 ‘중미 양자택일’이라는 강대국 경쟁의 구조 속에서도 이슈의 성격에 따라 유연한 전략적 공간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은 단순한 실용주의를 넘어 핵심 안보 이슈와 비핵심 이슈를 명확히 구분하는 ‘조건부 전략 선택’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 다만 중미 경쟁이 고조될수록 ‘안보 핵심 이슈’의 범위가 점차 확장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기술, 공급망, 사이버 안보 등 북한과 직접적 연관성이 낮은 영역도 점차 안보 문제로 재정의될 수 있다. 그럴 때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은 점차 축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찰과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 p.90

한국은 한반도 밖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원치 않게 연루되어 위험한 ‘전방’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미국과 한국 간의 비대칭적 동맹관계는 양국 간 이익 수준의 차이를 결정짓는데 동맹 주도국인 미국의
이익 수준은 전 지구적 범위를 포괄하는 반면 종속국인 한국의 이익 수준은 주로 한반도 차원에 국한된다. 따라서 미국의 다양한 글로벌 전략적 행동 가운데 많은 전략적 목표는 한국의 국가이익과 관련되지 않으며 그럼에도 한국은 이러한 행동들에 빈번히 강제로 끌려들어 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한국이 자국과 무관한 동맹 행동에 연루될 위험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그러한 전망에 대한 한국의 두려움 역시 가중시킬 것이다.
--- p.97

탈냉전기 한미동맹은 한국 측의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미국 측의 글로벌 전략 재편이라는 상호 보완적 흐름 속에서 ‘한국 방위의 한국화’를 핵심 축으로 하는 조정을 지속해왔다. 평시 작전통제권 반환과 방위비 분담 확대, 방위력 증강을 위한 첨단 무기 도입 등에서 한국의 역할과 기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한국은 동맹의 지역적 확장에 대해서는 자국의 전략적 이해와 국민적 합의를 중시하는 신중한 접근을 견지하고 있다.
--- p.160

미국의 주한 유엔군 사령부 기능 확대 움직임은 단순히 과거 제도를 복원하려는 것이 아니라 중미 경쟁 시대에 맞춰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재정립하고 동맹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적 선택이다. 향후 유엔군 사령부의 위상과 역할은 중미 관계의 향방, 북한 문제의 진전 상황, 한국과 일본의 대미 협력 태도 그리고 역내 국가들의 다자 안보체제에 대한 입장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계속 변화할 것이다.
--- p.186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는 완결된 이관의 시점으로 수렴되는 일회성 과제가 아니라 한미동맹의 구조적 재조정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동태적 의제다. 따라서 향후 정책 방향은 특정 시점의 환수 여부 자체보다 실제 위기 상황에서의 지휘 효율성, 억제력 유지 능력, 그리고 동맹 간 전략적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결국 전시 작전통제권 논쟁의 본질은 지휘권의 소유 문제가 아니라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동맹과 자율성의 최적 균형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 p.211

더욱 근본적인 차원에서 볼 때 미국의 핵 확장억제는 겉으로는 강력하고 안정적인 억제 체계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절대적인 안보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오히려 핵 억제 경쟁의 심화는 지역 내 군비경쟁을 자극하고 전략적 불신과 안보 딜레마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한국이 자국 안보를 미국 핵전략과 지나치게 밀접하게 결합시키고 사실상의 핵공유 체제 구축을 추구할 경우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전략적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pp.267-268

한국의 지역주의 전략은 강대국 경쟁 시대 중견국의 전략적 행위가 지니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은 제도적 헤징을 통한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지속적으로 시도했으나 근본적 안보 문제로 인한 구조적 제약과 자국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이러한 시도는 빈번히 좌절되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했다. 이는 향후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지역협력 주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통한 안보 환경의 개선과 함께 자국의 제도적 협상력 및 의제 설정 능력을 실질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장기적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은 중미 사이에서 줄타기를 지속하는 ‘영원한 중견국’의 딜레마에서 결코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 p.289

출판사 리뷰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중미 전략 경쟁 시대, 동맹과 자율성 사이에서 찾는 한국 외교의 길

한반도는 오랫동안 강대국이 맞서는 지정학적 교차점에 놓여 있었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은 안보와 경제, 동맹과 자율성 사이에서 다시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 『강대국 사이의 한국 외교』는 이러한 현실을 역사적 연속성과 국제질서의 구조적 제약이라는 두 관점에서 분석하며, 한국 외교가 추구해온 생존 전략과 그 가능성 및 한계를 살핀다.

제1부에서는 고대의 사대·양단 외교에서 근대의 중립화 시도, 현대의 헤징 전략에 이르기까지 강대국 사이에서 안전과 국익을 확보하려 했던 외교적 선택을 추적한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접하고 안보에서는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의 이중적 구조를 조명한다. 제2부에서는 주한미군과 유엔군 사령부의 역할 변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확장억제 체제의 변화 등을 통해 한미동맹의 안보적 의미와 전략적 자율성을 둘러싼 긴장을 검토한다.

나아가 어느 한 강대국에 일방적으로 편승하지 않고 지역협력과 중견국 외교를 활용하는 ‘제3의 길’이 가능한지 질문한다. 이 책은 강대국 경쟁의 구조적 제약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독자적인 외교 공간을 넓힐 수 있을지 모색한다.

사대와 양단 외교에서 중립화 시도까지, 강대국 사이에서 길을 찾다

한반도는 오래전부터 주변 강대국이 경쟁하는 지정학적 교차점에 놓여 있었다. 어느 나라와 관계를 맺고, 힘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국가의 존속과 안전을 좌우하는 문제였다. 『강대국 사이의 한국 외교』는 이 역사를 강대국에 일방적으로 휘둘린 과정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저자는 한반도의 역대 국가들이 주어진 국제질서 속에서 생존과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했던 외교 전략에 주목한다. 신라는 당나라와 협력해 삼국 통일을 추진했고, 고려는 송·요·금이 대립하는 국제 환경에서 상대국의 국력과 자국의 안보를 고려하며 외교관계를 조정했다. 명과 후금이 경쟁하던 시기 광해군의 조선은 명에 대한 의무를 유지하면서 후금과 접촉하는 양단 외교를 시도했다. 그러나 인조반정 이후 외교 노선이 바뀌고 청의 침략을 겪으면서 강대국 사이의 선택이 국내 정치와 국가 안보에 얼마나 깊이 연결되는지 드러났다.

근대의 변화는 더욱 급격했다. 전통적인 중국 중심의 종번 질서와 서구의 국제조약 체제가 충돌하자 조선은 개항과 통상 관계 확대, 세력균형을 통해 독립의 여지를 찾았다. 청의 간섭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열강에 접근했고, 『조선책략』에 담긴 중국·일본·미국과의 관계 설정 방안처럼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한 외교 구상도 받아들였다. 청일전쟁 이후에는 일본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 러시아를 활용하려 했다.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에는 일본과 러시아의 경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한반도 중립화도 추진했다. 그러나 열강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가운데 중립화 구상은 지지를 얻지 못했고, 조선은 결국 국권을 상실했다. 저자는 고대의 사대·양단 외교에서 근대의 중립화 시도까지를 강대국의 압력과 약소국의 전략적 대응이라는 두 측면에서 살핀다. 또한 한국의 외교안보 연구가 분단과 북핵 등 고유한 문제에서 출발하면서도 서구의 현실주의 이론과 연구 방법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점을 짚는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 외교사와 지역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 살피며,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독자적 분석 틀을 모색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 한국은 언제 편을 선택하는가

한국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면서 중국과도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한다. 이를 흔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로 설명하지만, 저자는 현실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북핵 문제에 대응하려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고 미국 역시 한국의 중요한 경제 협력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강대국 사이에서 한쪽을 명확히 선택하지 않는 ‘헤징’과 강대국인 미국에 협력하는 ‘편승’을 구분한다. 헤징도 양측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양면 우호형’, 직접적인 편들기를 피하는 ‘중립형’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언제 헤징하고 언제 편승하는가.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미중 경쟁이라는 국제 체제의 압력뿐 아니라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느끼는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책은 사드(THAAD) 배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남중국해 문제를 비교한다. 박근혜 정부는 처음에는 사드 문제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커지자 배치를 결정했다. 반면 미국이 반대한 AIIB에는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가입했고, 남중국해 문제에서는 항행의 자유와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공개적인 대중 압박에는 신중했다. 저자는 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이 한국의 외교 전략에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 주목한다. 핵심 안보 이익과 직접 연결되는 사안에서는 미국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그 연계성이 약한 사안에서는 양쪽과의 관계를 관리하려는 선택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이어 미국이 동맹국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대응이 자주성 강조에서 동맹 강화로 변화한 이유를 살핀다. 이러한 전환에는 미국의 압력만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비대칭적 구조, 한국 내부의 안보 인식, 대북정책의 제약이 함께 작용했다. 미중 경쟁이 심해질수록 한국은 ‘양쪽에서 모두 이익을 얻는’ 상황에서 ‘양쪽에서 모두 선택의 압박을 받는’ 상황으로 이동한다. 기술과 공급망까지 안보 문제로 재편되면 과거에는 경제적 판단에 맡길 수 있었던 사안에서도 선택의 압력이 커지고, 헤징의 공간은 더욱 좁아질 수 있다.

변화하는 한미동맹, 커지는 역할과 좁아지는 자율성

한미동맹은 한국전쟁 이후 한국 안보의 중심축이었지만, 그 역할과 운영 방식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책은 냉전기 주한미군이 대북 방어의 전방 배치 전력이자 미국의 자동 개입을 상징하는 ‘인계철선’으로 기능했던 역사에서 출발해,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세계 전략 변화와 함께 병력 감축·기지 재배치·역할 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변화의 핵심은 한국군이 방위 임무를 더 많이 맡고 미군이 지원하는 ‘한국 방위의 한국화’다. 평시 작전통제권 반환과 방위비 분담 확대, 군사력 증강은 한국의 역할 확대를 보여준다. 이 과정이 항상 순조롭지는 않았다. 책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방위비 분담을 둘러싼 갈등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협상이 타결되는 과정도 함께 살핀다. 그러나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동북아 분쟁에 자국을 연루시키는 문제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와 함께 미국이 한동안 기능이 약화되었던 주한 유엔군 사령부를 다시 강화하는 배경을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는 정전 체제 관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한국전쟁 참전국 등을 연결하는 다자 안보 협력망을 확대하려는 전략과 관련된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역시 주권의 상징이라는 차원을 넘어 실제 위기에서의 지휘 효율성, 한국군의 작전 능력, 한미 간 억제력과 신뢰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미국의 핵 확장억제 방식도 바뀌고 있다. 전략자산의 전개와 정보 공유, 공동 기획, 협의체 운영을 통해 한국의 참여가 확대되지만, 저자는 이를 나토식 핵공유와 동일시하지 않는다. 한국이 핵무기의 배치나 사용에 직접적인 권한을 갖는 방식과 핵전력 관련 협의·기획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은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핵 억제 강화가 반드시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군비경쟁과 불신을 심화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한다.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 책은 그 긴장이 주한미군, 유엔군 사령부, 지휘권, 확장억제 문제 전반을 관통한다고 보여준다.

지역협력은 한국 외교의 제3의 길이 될 수 있는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에 편승하거나 양국 사이에서 거리를 조절하는 것 외에 한국 외교가 선택할 길은 없을까. 책은 마지막 장에서 지역협력과 중견국 외교를 통한 ‘제3의 길’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냉전 종식 이후 한국은 강대국과의 양자관계를 넘어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협력체제를 통해 외교 공간을 넓히려 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비롯해 동아시아 협력과 동북아 다자안보 구상에 참여한 것도 이러한 시도의 일부였다. 김대중 정부의 동아시아 지역협력 추진,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구상과 북핵 6자회담 참여,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신북방정책과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등 서로 다른 지역협력 정책을 살피면서 한국이 제도를 활용해 강대국 경쟁의 충격을 줄이려 했다고 설명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APEC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하는 한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그 후속 협정인 CPTPP의 영향을 검토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의 협력도 추진했다. 서로 다른 제도에 동시에 접근해 선택지를 확보하려는 이러한 방식은 ‘제도적 헤징’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지역협력이 곧 전략적 자율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북핵 위협 때문에 한국의 안보 정책은 한미동맹의 제약을 받으며, 다자협력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던 시도도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6자회담의 제도화를 추진했음에도 북핵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지역 안보 체제를 마련하지 못한 점은 중요한 한계로 제시된다. 더욱이 중미 경쟁이 무역·기술·공급망의 규칙을 둘러싼 제도 경쟁으로 확산하면서 특정 협력체에 참여하는 선택 자체가 정치적 의미를 띠게 되었다. 저자는 한국이 국제 규칙을 받아들이는 ‘규칙 수용자’를 넘어 ‘규칙 형성자’가 되려면 안정적인 안보 환경과 강대국 사이의 균형, 일관된 전략과 협상 역량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협력을 통한 자율성 확보 노력마저 동맹 의존을 심화시키고, 한국은 ‘영원한 중견국’의 딜레마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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