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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끝에서도,하늘은계속된다
눈이마주친얼굴들이아직나를바라본다 부디,닿기를 et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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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사람에게닿을때
최양원 조성옥의 카메라는 때로 하늘과 산을 향해 멀어지고, 어느 순간 한 사람의 얼굴 가까이 다가간다. 먹구름이 내려앉은 강과 설산, 고원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펼쳐진다.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길은 어느새 마을과 장터,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으로 이어진다. 먼 곳에서 시작된 시선이 사람에게 이르는 과정이 이 사진집의 호흡을 만든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풍경에도 삶은 남아있다. 겹겹이 포개진 돌지붕과 붉은 흙 사이의 푸른 작물, 물길을 지나는 작은 배는 그곳에서 이어져 온 생활을 짐작하게 한다. 낡은 문과 벽의 얼룩에도 사람이 살고 떠난 시간이 배어있다. 조성옥의 사진에서 풍경과 사람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인물 사진에서는 화려한 복식보다 한 사람의 표정이 먼저 다가온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고, 곁에 있는 이와 웃음을 나누거나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의 얼굴에는 경계와 호기심이 함께 떠오르고, 노인의 얼굴에는 쉽게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머문다. 이들은 어느 지역이나 문화를 대신 설명하는 인물이 아니다. 저마다 자신의 시간을 살아보다 잠시 카메라와 마주친 사람들이다. 그들을 향한 시선은 가깝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모든 사람을 카메라 쪽으로 돌려세우기보다 이미 그들 사이에 흐르고 있던 표정과 몸짓이 화면 안에 머물도록 기다린다. 타인의 삶을 다 알 수 없음을 받아들이면서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다. 조성옥의 사진이 지닌 다정함은 이 절제된 거리에서 나온다. 장터의 군중과 갯벌의 물길이 만든 반복과 리듬은 기도와 의례의 장면에서도 이어진다. 마니차를 돌리는 손, 땅에 닿았다가 다시 일어나는 몸, 거대한 불화를 함께 붙드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화면 안에서 하나의 질서를 이룬다. 믿음은 이처럼 되풀이되는 몸짓 속에 자리한다. 그곳에서 생활과 기도, 삶과 죽음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삶이 머문 자리에는 저마다의 무늬가 남는다. 사진은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 사이에 놓여있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거나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기억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그 경계를 오래 살피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라지는 것을 붙잡으려 서두르지 않고, 눈앞의 순간을 무심히 보내지도 않는 일이다. 이 사진들은 조성옥이 중국에서 보낸 오랜 시간의 기록이다. 그사이 장소는 달라졌고,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살아갔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이 그들의 삶을 모두 말해줄 수는 없다. 다만 한 사람이 무엇을 가까이했고 어떤 장면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는지는 보여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중국의 여러 지역을 담은 기록이자 조성옥이 오래 바라본 세계와 그 시선이 지나온 시간을 함께 보여준다. ‘부디’는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는 자리에서 꺼내는 말이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인 뒤에도 마음은 누군가의 안녕을 빈다. 체념보다는 조심스러운 의지가, 확신보다는 타인의 삶을 향한 배려가 담긴 말이다. 사진 속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도 이와 닮았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몇몇 얼굴과 몸짓이 마음에 남는다. 그들의 시간은 사진 밖에서도 계속되었을 것이다. 사진 한 장으로 한 사람의 삶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순간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남길 수 있다. 사진이 더는 따라갈 수 없는 자리에서, 끝내 남는 말은 ‘부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