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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농
2. 백설제 3. 적들을 찾아서 4. 어둠의 입술 5. 불타는 기린 6. 중림만가 7. 사슬과 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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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제 이야기를 이걸로 끝입니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까요. 댁의 냉정한 표정을 보건댄 이미 짐작은 했던 것 같습니다만.
이제 관이만 남았어요. 녀석도 곧 감옥에서 나오겠지요. 이것저것 정리되면 방법이야 어떻든 관이와 함께 살고 싶군요. 관이와 제가 무리없이 만날 수 있는 선에서 다시 출발해야죠. 지상에서 가장 높은 어깨를 우쭐거리며 겅중겅중 질주해야죠. 그러나, 세상이 과연 기린이 질주할 사바나를 남겨 둘까요? 모든게 일과성을 지닐 뿐인 이 우주에 다시 그 기린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선생, 이게 마지막 잔입니다. 망설임 없이 들이킵시다. 마지막 술의 맛은 더욱 각별하군요. 냉혈한 선생, 자 이제는 잡아가시지요. 저는 당신이 형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뭐라구요? 오해라고? 잡아 가두고, 풀어 주고 하는 허망한 짓에 염증이 났다고? 그래서 새로운 출발을 모색키 위해 제주를 여행하던 중이라고? --- p. 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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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어둠의 입술』은 자신의 성장 과정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이 감추어진 면을 날카롭게 파헤친 이석범의 중·단편 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교육 현장 외에도 삶의 이면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천착의 결과를 다양한 작품 세계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교육이라는 도구로 한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며, 교육 현장을 소재로 한 소설도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던 작가는 이번에는 그 날카로운 시선을 사회로 돌려 화려하게 빛나는 우리 사회의 숨겨진 허와 실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작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작가의 말처럼 '세찬 바람은 이겨내기 힘들고 전망은 안개 속에 묻혔던' 우리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 소설들은 작가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겐 공감을 줄 것이며, 그렇지 않은 세대에겐 우리 사회의 이면과 아픔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줄 것이다. 물질적인 발전에만 급급해 정작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은 잃어버렸던 산업화 과정을 자신의 다양한 체험과 그에 걸맞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결부시킨 그의 소설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 사회와 그 속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이 소설집은 군대, 학생 운동, 불륜, 소외 계층 등 쉽게 소설화하기 힘든 소재들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탄탄하고 드라마틱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씁쓸한 웃음을 띠게 하는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자신이 헤쳐 나온 모든 지난 세월을 집약시킨 이번 소설집은 우리의 빛나는 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에 들이대는 날카로운 칼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