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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역사의 우연에 의한 행운 붕괴된 공화국의 유산 2장 구동독 지역의 추락 인구학적인 재앙 채무의 덫 가동 중단 3장 구동독지역을 앞지르는 동유럽 개혁국가 독일 통일 - 대재앙 참고문헌 감사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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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통일을 맞이한다면 모든 것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1992년 작센 주 주지사였던 쿠르트 비덴코프는 통일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러한 말로 받아 넘겼다. 물론 이런 기지에 찬 재담을 두고 당시에는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이 유머는 구동독 지역의 재건을 책임지고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비웃음이 될 뿐이다. 통일 독일 역사의 행복했던 경험은 이제 경제적 부담이라는 무거운 꼬리표로 성장의 척추를 내리 누르고 있다. 그럼에도 독일 정부나 야당은 재앙의 실제 규모에 침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행을 언급하는 사람은 그들에 의해서 불평분자로 매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베 뮐러의『대재앙, 통일』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사실자료에 근거해 통일 독일의 불행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 통일과정의 역사, 현황, 그리고 전망을 담고 있는 그의 책은 통일을 기원하는 우리들에게는 입에 쓴 보약과도 같다. 통일 이후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통일 이전 서독의 경제적 역량이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했다는 것이고, 동독의 경제적 역량 또한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의 통합과정이 독일보다 더 어려운 객관적 조건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통일 독일은 역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었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독일은 과오를 통해 수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독일의 과오를 통해 우리의 과오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제는 우리가 통일 독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이를 실천에 옮길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역사의 자의성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토로되었는데, 2차대전의 피해자였던 한반도가 독일보다 먼저 통일되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독일 통일의 사례에서 우리가 충분히 배우고 교훈을 얻어 통일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면, 독일보다 늦어진 우리의 통일은 역사의 자의성이 아닌 필연이 될 것이다. 매우 도발적인 책의 제목(원제;『대재앙, 독일 통일』)과는 달리 저자는 통일 자체를 재앙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저자의 강조점은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재건정책이 잘못되었고, 이를 시정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이로 인한 대재앙이 통일 독일에 닥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앞으로 대재앙으로 바뀔지도 모르는 통일 이후 잘못된 재건정책에 대해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이 침묵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자는 것이다. 구동독 지역 재건정책의 공과에 대한 성역 없는 논의를 통해 이를 가감 없이 평가하고 이로부터 올바른 길로 나아가야만 앞으로 닥치게 될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전제는 문제에 대한 올바른 진단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일을 둘러싼 논쟁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독일의 정치가들은 지난 15년 동안 야기된 실패를 축소해서 이야기해왔다. 당면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애국심이 부족한, 트집을 잡는 사람으로 취급될 뿐이다. 정부는 정책 실패를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야당은 구동독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구서독 지역 선거에서의 표 경쟁에 불리하리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침묵과 기도의 연합전선에는 정당 사이의 구별이 없다. 2005년까지 서독에서 동독으로 이전된 금액은 독일의 국가 총부채와 맞먹는 1조 4,000억 유로에 달한다고 한다. 구동독 지역과 구서독 지역의 간극은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고 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일 당시 제로에서 시작한 신연방주의 부채는 1인당 규모에 있어 이미 구연방주 수준을 앞지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 이후 ‘연대협약 Ⅱ’에 의한 대동독 지원액은 연방과 주정부가 합의한 대로 점차적이지만 두드러지게 감소하여 2019년이면 끝난다. 신연방주가 사라지는 재정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는지는 아직 미해결된 문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통일 독일이라는 한 국가의 복지와 국가재정은 ‘대재앙’과도 같은 위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독일 통일 후, 구동독 지역이 발전했다는 점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얼마만큼의 비용이 사용되었는지가 중요하다. 1990년 이래 구동독 지역에는 막대한 돈이 쏟아 부어졌다. 동,서독의 동반 성장은 2005년까지 이미 많은 비용을 야기하여 국가의 총부채는 한순간에 성장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지경이 되었다. 그리하여 실제로 구동독 지역 내의 많은 지역은 경제적으로 불모지대화되었다. 구동독 지역 재건과정에서의 실패는 여러 가지로 지적될 수 있지만, 인구 변동처럼 확실하게 말해주는 것은 없다. 내란이 일어난 발칸 지역을 제외하고 지난 15년 동안 주민 감소가, 비교 가능한 유럽의 모든 지역에서 구동독 지역처럼 현저하게 나타난 곳은 없다. 고향을 떠나는 사람은 젊고 이동가능하며 진취적인 동독주민이다. 따라서 “(구서독 지역으로의 인구 이동을 통해) 통일은 구서독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고,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만 구동독 지역에 남아 있다. 바티칸을 제외하고 세계의 어느 국가도 1990년 이후 구동독 지역보다 출산율이 낮은 지역은 없다. 구동독 지역은 놀라운 속도로 독일연방공화국의 양로원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학적 지각 변동은 머지않아 국가와 경제에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독재에 대한 자유의 승리 이후 대외정책에서 공적(통일)을 획득한 헬무트 콜(Helmut Kohl) 총리는 통일의 내부 건설과정에서 파멸을 초래하는 실패를 저질렀다. 콜은 동독주민에게 기반이 취약한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막대한 재정지출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콜(기민당)의 후임자인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oder, 사민당) 총리는 동독 지역을 ‘다른 어떤 곳보다 훨씬 더 개선된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은 지금에 와서는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연방정부는 매년 「독일 통일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책적 빈곤을 증명해 주는 것이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이념은 빠진 채 회계장부식 사고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서 사실들이 왜곡되고, 숫자들이 손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 동독이 통계를 왜곡했던 사례와 비슷하기도 하다. 정치가들은 무엇보다도 '내적 통일(Innere Einheit)' 또는 정신적 통일이라는 머릿속에 있는 장벽을 이야기하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정치가들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 경제가 모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탱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없다면,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절반의 지역(구동독 지역)에서 신뢰할 만한 전망이 없으므로, 주민들은 좌익이나 우익의 극단적 정당으로 관심을 돌리기도 한다. 이것은 앞으로 무슨 일이 발생할지에 대한 경고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은 구동독 지역의 경제적 현실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가차 없는 분석을 담고 있다. 과거에 독일 역사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급진적인 변혁을 겪으며 거대한 도전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물론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고 실수와 과오도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오류가 명백하다면, 기존의 정책노선이 계속 고수되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목표는 통일된 독일의 구동독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무책임한 태도와 구서독 지역에서 보여주고 있는 지나친 무시를 객관적으로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비판하는 통일된 독일의 문제점들을 타산지석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뜬구름과 같은 불분명한 환상으로서가 아닌 현실로서의 통일을 차분히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럴 때에야 통일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