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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 편의점
김경해 소설
김경해
bookin(북인) 20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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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첫 번째 프로포즈
공항철도 편의점
내 남자의 가벼움
그녀를 위해 얌모 얌모
보로니아
사랑을 새기다
아버지의 노래
작가의 말/ 봄후회하지 않고 뜨겁게 살아가고 싶다
인터뷰/ 느리게, 차곡차곡 쓰는 소설/ 전강희

저자 소개 1

소설가. <문학사상>에 「보물선을 찾아서」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내 마음의 집』이 당선 됐다. <계간 미스터리>에 「세 번째 거래」로 신인상 수상 이후, 추리 단편소설 「새로운 가족」 「나의 아름다운 적들」 등을 발표 했다. 장편소설 『붉은 사랑』 『내 마음의 집』, 창작집 『드므』 『공항철도 편의점』 등을 출간했다. 청소년 장편소설로는 『하프라인』 『태양의 인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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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72g | 153*224*13mm
ISBN13
9788997150892

책 속으로

“담배 하나 줄래요?”
담배를 끊기 위해 일주일에 한 갑만 피우려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말보로를 꺼내서 한 개비를 빼냈다. 여자는 라이터를 손에 쥔 채 담배를 기다렸다.
“뉴스에서 봤을 거예요. 그 대학, 오로지 공부만 해야 존재할 수 있는 대학, 신입생부터 취업전선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지만 거기서 버티는 게 어떤 건지. 나 같은 아이는 오로지 공부만 하면 되지만 늙은 소년은 비로소 부조리의 존재에 대해서 방황하며 깊은 시름에 빠지고 성적은 곤두박질하고, 부조리한 미래도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 거죠.”
여자는 담배를 깊게 빨았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그래서 죽었다고 하면 정당한 건가요? 누구한테?”
여자의 말이 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알아요. 아무에게도 정당하지 못하고, 나비효과처럼 차례차례 누군가를 또 잠식해 들어간다는 거. 재수 없게도 내가 첫 번째 바람막이가 된 거에요.”
여자는 연극배우처럼 말했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지나가는 차가 클랙슨을 울려댔다. 그 자리에 섰다.
“그래서 당신이 그 다음 차례였다면, 내가 그 뒤로 재수 없는 사람이 나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나랑 같이 첫 공항철도 타보지 않을래요? 사람이 아주 많아요.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앉을 자리도 없죠. 그게 다행이죠. 왜냐하면 서 있어야 더 멀리까지 바다를 볼 수 있어요. 한강 다리는 건너는 시간이 아주 짧아서 시시한데, 공항철도를 타고 다리 위를 지나는 시간은 인생의 중요한 걸 결정할 수 있을 만큼은 돼요.”
여자는 말을 하고 나서 웃었다. 이상한 여자였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걸 결정할 수 있다는 시간이 있다는 게 나를 유혹했다.
“너무 춥지 않아요?”
여자가 점퍼 주머니에 넣은 팔로 내 팔을 슬쩍 건드렸다.
“편의점 열쇠 있죠? 들어가 있다가 첫 전철을 타고 다리를 건너 공항으로 가는 거 어때요? 그래봐야 고작 몇 시간에요. 컵라면은 내가 살게요.”
여자의 얼굴이 지나가는 차 불빛에 환하게 비쳐졌다가 다시 사라졌다. 하기는 집으로 가는 길이 버스로 몇 정거장이 되지 않지만 걸어서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너무 추웠다. 나는 주머니 속의 열쇠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걸 결정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있다는 다리를 건너고 싶었다.
“가요.”
나는 뒤를 돌아서 여자에게 편의점 열쇠를 흔들어 보였다.

---「공항철도 편의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아주 느리게 천천히 써낸 섬세한 문장과 정확한 묘사의 소설들

『공항철도 편의점』의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직업이 없다거나 남에게 의존하여 살아가지는 않는다. 이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눌려 있지만, 그 세상이라는 것을 통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곧추세울 수도 없는 인물들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멀리서 보면 세상에 묻혀 보이지도 않을 아주 평범한 인물들이다. 작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이들에게 특별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정주하지 못하는 삶에서 흘러나오는 불안감을 소홀히 대하지도 않는다. 인물들의 몸짓과 그 몸짓이 보이는 정서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느리지만 정확하게 보여줄 뿐이다.
김경해 작가의 소설 속의 남자들이 대부분 이름이 없다. 보통 ‘그’라는 대명사로 불리는데,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묘한 중독성이 생긴다. ‘그’의 자리에 여러 가지 사회적인 역할을 차례로 대입하며 배우가 연기를 할 때, 해당 인물의 전사를 스스로 구축하는 것처럼 소설 속의 ‘그’를 보면서 만약 배우라면 이 역할을 어떻게 연기할까라는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또 소설 속의 여성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신경증 같은 예민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현실 세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생기는 예민함일 것이다. 그런 그녀들은 현실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김경해 소설의 특징은 섬세한 문장과 정확한 묘사에 있다. 소설 속 공간과 인물, 그리고 이를 표현해내는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잘 알지 못하는 공간이거나,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절대 쓰지 않고 반드시 현장을 취재한 후 쓴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김경해 작가는 ‘앉아서 잘난 자기 머리만 믿고 쓴 것과 발로 쓴 작품은 다르다’는 한 원로 문학평론가의 상찬을 듣기도 했다. 소설 초교는 하루 만에 써낼 때도 있지만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퇴고는 신물이 날 정도로 오랜 시간 공을 들인다고. 그러하기에 그는 글을 아주 느리게, 천천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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