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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지는 나무 ― 거울의 숲
봄을 머금은 나무 ― 방황하는 청춘 눈을 기다리는 나무 ― 인디언 서머 아픈 나무 ― 여름이 남긴 장미 성장하는 나무 ― 52세의 비밀기지 자유를 잃은 나무 ― 하늘 높이 나는 종달새 새로 시작하는 나무 ― 빛이 비치는 장소 역자 후기 절망에 빠진 친구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준 나무, 숲 그리고 우주 |
Luke Inui ,いぬい るか,乾 ル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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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코가 설거지를 끝내자 호타카가 조용히 다가와 아야코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이게 뭐니?” “주웠어요.” 호타카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왜 주웠어?” “그게…….” 호타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예뻐서. 그냥 예뻐서. 엄마 드리고 싶었어요.” 아야코는 숲에서 만난 청년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호타카를 착한 아이라고 말해 준 그 숲지기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뭔가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을 사랑하는 일처럼 멋진 일이에요. 이 숲은 거울 같아요. 숲의 나무와 풀, 꽃과 새를, 구불구불 이어지는 오솔길을 사랑하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 또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는 그렇게 믿어요. 호타카는 잎을 억지로 따려 하지 않고 저절로 떨어질 때를 기다려 주었어요. 그래서 착한 아이라고, 괜찮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던 거예요. 그래요. 호타카는 ‘때’를 알고 있었어요. 숲의 나뭇잎이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때를! 사람의 심장이 사랑으로 물드는 때를!” ---「단풍 지는 나무 -거울의 숲」중에서 커피 잔을 들고 도리이는 자리로 돌아왔다. 50세라는 인생의 분기점은 1년 전에 이미 지났다. 38세에 계장으로 승진한 이래 직위는 바뀌지 않았다. 판매촉진부 부장은 모 회사에서 온 도리이와 같은 나이의 여성이고, 촉진 2과 과장은 중간에 입사한 사람으로 도리이보다 여섯 살이나 아래다. 게다가 과장대리 자리에는 8년 후배가 앉아 있다. 마우스를 움직여 스크린 서버를 쫓아 버렸다. 받은 메일을 확인하자 세월이 지나 형태가 바뀐 사내알림이 희미한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희망퇴직 신청서 마감일 연장에 대하여…….’ 도리이는 쓴 액체를 위장에 떨어뜨리고 얼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를 가볍게 뻗는 척하면서 과장 자리 너머의 창문을 보았다. 10년 전쯤 시내 중심부의 JR(일본철도. 국유철도의 분할, 민영화로 생겨난 여객철도회사와 화물회사의 공통 약칭)역을 나와 도보로 7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는 25층 건물의 20층으로 지사가 이전했다. 임대료는 그리 비싸지 않은 모양이다. 건물 자체가 낡았다. 저렴해서 이전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적이 계속 떨어졌으니까. 단, 조망은 나쁘지 않다. 이전에 비해 고층건물이 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쪽에서 남서쪽으로는 근교의 산까지 가리는 것 없이 한눈에 들어온다. 들판까지 이어지는 집들 가운데 아내와 아들과 사는 맨션, 그리고 도리이의 본가도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란 곳. 1월 중순인 지금 계절은 눈에 묻혀 색감이 단조롭다. 도리이는 그 거리에서 건물이 없는 한 구획을 본다. 손을 대지 않은 느낌의 나무가 늘어서 있다. 근처 중고교 부지보다 훨씬 넓은 숲으로, 어릴 적 도리이는 가끔 그곳에서 혼자 놀곤 했다. 컵을 코 아래에 갖다 댄다. 아무 향도 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받은 것은 진짜보다도 좋은 향이 났다. “그때가 좋았어.” “계장님 뭐라고 하셨어요? 또 컴퓨터 문제예요?” 옆을 지나가던 젊은 직원이 말했다. “혹시 모르시는 게 있어요?” 옛날을 회상하다 무의식적으로 혼잣말을 한 도리이는 “아무것도 아냐” 하고 웃는 얼굴을 지어 보이며 잔을 들지 않은 손을 내저었다. “조작 방법을 모르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젊은 직원은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말을 걸 때면 늘 기가 죽는다. 그들이 도리이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것도 몰라?’ ‘전에도 설명했는데.’ ‘쓸모없는 52세.’ ---「성장하는 나무 -52세의 비밀기지」중에서 병든 잎이 깨끗이 제거된 백장미 울타리는 초록이 진하지는 않지만, 간결하고 고급스러워 외국의 정원 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남은 건강한 잎들은 열심히 빛을 받아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바꾸고 있다. 광합성으로 방출하는 산소 냄새마저 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이 끝났으니 다시 이곳에 올 일도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건강을 되찾은 장미나무를 쳐다보는데, “한 가지 제안이 있어요” 하고 숲지기가 말을 걸어왔다. “내일, 가족이 알고 지내는 귀한 친구가 올 예정이에요. 그래서 괜찮으면 애프터눈 티를 같이했으면 하는데.” 왜 내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는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는 게 당연한데, 꼭 소개해 주고 싶어요. 친구도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거든요.” 그는 더워서 잔디에 벗어둔 교복 재킷을 집어 건네주었다. “누가 안내한 것도 아닌데, 그 장소를 발견했으니까.” 그게 그렇게 놀라운 일인가. “그곳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렇게 만들어졌거든요. 어쩌다 한 번 우연히 그곳에 갈 수는 있죠. 하지만 당신은 두 번이나 갔죠? 아마 다시 가 보라고 해도 문제없을 거예요. 그건 당신이 그 장소의 본질을 제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사람을 그대로 보낼 수는 없다고 그는 부드러운 말씨로,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왜 그 장소가 생겼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새로 시작하는 나무 -빛이 비치는 장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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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람, 숲, 사회, 자연, 우주가 한데 어우러져 창조해내는 또 다른 차원과 세계,
경지에 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 ‘도시 한복판에 원시림이 존재한다고?’ 『숲에 소원을 빌어요』를 펴들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인기 미스터리 작가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숲에 소원을 빌어요』는 공간 설정부터 기묘하고 독특하다.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원시림이란 ‘사람의 손이 전혀 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삼림’을 말한다. 반대로, 도시는 ‘사람의 손을 가장 많이 탄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도시는 자연의 영역에 사람들이 밀려 들어와 자연물을 몰아내고 인공물로 대체하거나, 자연적 요소를 인공적 요소로 대부분 바꾼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원시림’과 ‘도시’는 자연과 인공의 끝과 끝에 서 있는 대척적 대상인 셈이다. 그러므로 낮과 밤이 같은 시간대에 존재할 수 없듯, 원시림과 도시 역시 같은 공간에 존재하기 어렵다. 이 책의 저자 이누이 루카는 미스터리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기묘하고도 신비한 공간을 창조해냈다. 그리고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과 깊은 상처를 지닌 일곱 명의 인물들과 베일에 싸인 숲지기 청년을 배치하여 매혹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 책에는 고통스러운 왕따, 삶을 위축시키는 실직,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불치병 등 실패와 절망의 나락에 떨어진 일곱 사람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은 저마다 우연한 듯하지만, 운명과도 같은 강한 이끌림으로 숲을 찾는다. 그리고 숲의 힘으로, 숲지기 청년의 도움을 얻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회복한다. 그리고 이 숲에는 아름답고도 놀라운 비밀이 감춰져 있는데……. 나무와 나무가 모여 숲을 만들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회를 이루고, 그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을, 우주를 구성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기기묘묘한 세계, 그리고 경지. 『숲에 소원을 빌어요』는 나무, 사람, 숲, 사회, 자연, 우주에 관한, 또 그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창조해내는 새로운 차원과 세계, 경지에 관한 작가 이누이 루카의 깊은 이해와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도심 속의 원시림’ 도심에 자리한 원시림. 8백 년 된 물참나무와 신비할 정도로 새빨간 잎을 지닌 당단풍나무와 긴점박이올빼미가 둥지를 튼 느릅나무가 서 있는 숲. 생명을 다한 나무가 쓰러져 다른 어린나무들에 양분을 제공하는 숲. 전체가 나무로 지어져 주위의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정자와, 구불구불한 오솔길과, 여러 종류의 나뭇잎이 떨어져 쌓여 오묘한 색깔을 만드는 연못이 있는 숲……. 작가가 창조한 숲은 아름답고 따스하고 신비로운 생명의 숲이며 치유의 숲이다. 반면 숲 밖의 공간, 즉 도시는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맨 얼굴의 도시 모습 그대로다. 복잡하고, 분주하고, 냉혹한 현실이 사람들을 버겁게 하는 장소. 학교에서는 고통스러운 따돌림이 저질러지고, 개인과 가정을 파멸로 몰아가는 실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불치병이 존재하는 곳……. 흥미롭게도 작품 속의 ‘숲(원시림)’은 도시 한복판에 존재하지만, 마치 진짜 원시림처럼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곳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숲은 일에 쫓겨 늘 바쁘고 분주한, 여러 가지 계산으로 머릿속이 복잡하고, 끝없는 경쟁에 내몰려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보통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신비한 ‘원시림’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왜 이 책에서 현실로 존재하기 어려운 ‘도심 속의 원시림’이라는 기묘하고도 신비로운 공간을 설정했을까? 가장 인공적이고, 복잡하고, 냉혹한 공간에 살며 무수히 상처받고 절망하는 현대인들이 가장 자연적이고 단순하며 따스한 공간인 ‘숲(혹은 자연)’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세상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