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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제2부 제3부 부록 신어의 원리 1984 깊이읽기_해설편 _토론·논술 문제편 |
George Orwell,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er Bl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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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는 양배추 삶는 냄새와 넝마같이 낡은 매트 냄새가 진동했다. 복도 끝 한쪽 벽에는 실내에 걸기에는 너무 큰 컬러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포스터에는 폭이 1미터도 넘는 거대한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검은 수염이 덥수룩하고 강인해 보이며 잘생긴 마흔다섯 살가량의 남자 얼굴이었다. 윈스턴은 계단으로 향했다. 승강기는 있으나마나였다. 상황이 가장 좋은 때도 좀체 움직이지 않았는데 더구나 지금은 낮 시간이라 아예 전기까지 끊어진 상황이었다. 이것은 ‘증오 주간’에 대비한 절약 운동의 일환이었다. 윈스턴의 방은 7층에 있었다. 서른아홉 살인 그는 오른쪽 발목에 정맥류성 궤양을 앓고 있어서 천천히 계단을 오르다가도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고 쉬어야 했다. 층계참마다 승강기 맞은편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 속의 거대한 얼굴이 그를 빤히 노려보았다. 너무나 교묘하게 그린 그림이라 쳐다보는 사람이 움직이면 두 눈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림 밑에는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라는 표제가 적혀 있었다.
++++++++++ ‘이중사고’는 한 사람이 정신 속에 상반되는 두 가지 신념을 동시에 품고 그 둘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당의 지식층은 자신의 기억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하는지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이 현실을 상대로 농간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이중사고’의 훈련을 통해서 현실은 침해받지 않았음을 납득한다. 이 과정은 의식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 정확하게 이행될 수 없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을 왜곡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죄의식을 느낄 것이다. 당의 본질적 행위는 완벽한 정직성을 동반한 확고한 목적을 유지하는 동시에 의식적인 기만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중사고’는 ‘영사’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그 거짓말을 진실로 믿고, 불편한 사실은 망각했다가 그것이 다시 필요하면 그동안만 망각에서 다시 기억으로 되살려 내고, 객관적인 현실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시에 부정해 버린 현실을 감안하는 것…… 이 모든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중사고’라는 말을 사용할 때조차 ‘이중사고’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현실을 왜곡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다시 ‘이중사고’를 활용해서 그 인식을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무한히 지속되는 ‘이중사고’와 함께 거짓은 항상 진실보다 한걸음 앞선다. 궁극적으로 당이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이중사고’를 통해서였다. 모르긴 해도 앞으로 수천 년 동안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다. ++++++++++ 그는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과거는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바뀐 적이 없었다. 오세아니아는 동아시아와 전쟁 중이었다. 오세아니아는 항상 동아시아와 전쟁을 해왔다. 존스, 아론슨, 루더포드는 처벌받을 죄를 지었다. 그는 그들의 죄를 부정할 만한 사진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사진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은, 그가 조작한 것이었다. 그는 이와 상반된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것은 그릇된 기억이고 자기기만의 산물이었다.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쉬웠던가! 항복만 하면 다른 모든 일도 덩달아 쉬워진다. 이것은 앞으로 나가려고 아무리 애써도 뒤로 밀어내기만 하는 물결을 거슬러 헤엄을 치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뒤돌아 물결을 따라 헤엄치는 것과 같았다. 자신의 태도 말고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경우에도 예정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그는 왜 자신이 지금껏 반항했는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쉬웠다. 다만……! 어떤 것이든 진실일 수 있다. 이른바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은 엉터리다. 중력의 법칙도 마찬가지다. “원한다면 비눗방울처럼 이 바닥 위를 둥둥 떠다닐 수도 있어.” 하고 오브라이언이 말한 적이 있다. 윈스턴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오브라이언이 바닥 위를 둥둥 떠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나도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본다고 생각하면 그런 일은 일어나는 것이다.’ 갑자기 바다에 침몰한 난파선의 잔해가 수면 위로 불쑥 솟아오르듯 다음과 같은 생각이 그의 뇌리에 문득 떠올랐다.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아. 우리의 상상일 뿐이지. 망상일 뿐이야.’ 그는 곧 그 생각을 억눌렀다. 옳지 않은 생각임이 분명했다. 그것은 자신밖의 어딘가에 ‘진짜’ 일이 일어나는 ‘진짜’ 세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세계가 어떻게 존재한다는 말인가? 우리 자신의 정신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어떤 대상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모든 일은 정신 속에 존재한다. 정신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다. ++++++++++ 《1984》의 텔레스크린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전자 감시 체계가 확고해진 우리 사회에 대한 예언과도 같다. (중략) 파놉티콘 체제에서 나타나는 시선의 권력, 감시 체계는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특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