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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a Frances Sa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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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 Fall,본명 : 조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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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역자입니다.
2016-05-26
지금 나의 책상 위에는 커피잔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부터 이미 ‘파토르’를 했습니다. 창밖에는 별처럼 뱃불이 떠 있고, 갈매기 소리에 하늘이 환해져 오는 시간입니다. 시계를 보며 ‘트레토르’를 고민하다가, 오늘 신문, 아니 어제 신문을 가지러 문밖을 나섭니다.
여기 시골 마을에는 하루 늦은 신문이 배달됩니다. 시골이 좋다고 도시를 훌쩍 떠난 나에게 서울은 아련한 ‘히라에스’의 도시입니다. 어이없는 나의 ‘자유스’를 들어주던 친구들이 있는 곳, 그런 친구들과 보내던 ‘사마르’와 ‘피카’의 날들이 있던 곳, 노래 앞에서만큼은 ‘메라키’의 마음으로 살겠다 다짐하며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던 곳입니다. 3월에 들어섰지만 아직도 꽃샘추위가 매섭습니다. 유럽에도 꽃샘추위는 있는지라, 늘 이맘때면 외국 친구들에게 ‘꽃샘추위’의 뜻을 풀어 주곤 했었습니다. 다른 나라 말로 이 아름다운 우리말의 모양새며 속뜻을 열심히 설명해줄 때마다 항상 마음이 뿌듯했었습니다. 그 시절, 비싼 실험용 금 이온 (HAuCl4) 용액 대신 순금을 직접 왕수에 녹여서 쓰기도 하던, 그야말로 ‘주가드’의 실험실 생활도 이젠 오랜 ‘사우다드’가 되었습니다. 어떤 일본인이 내 음악을 두고 “‘코모레비’만큼이나 화사하네요”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오래도록 나는 ‘이 아름다운 낱말을 우리말로 옮길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해 왔습니다. 시간이 흘러 매일같이 ‘코모레비’ 내리는 나무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된 지금, 이 책을 통해 다시 ‘코모레비’를 만나게 되었고, 운 좋게 번역을 맡았습니다. 겨우내 매달린 번역을 마치니 봄이 와 있습니다. 그리고 번역을 마친 어느 날, ‘나뭇빛살’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그래서, 지은이가 썼듯이,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해답 하나를 선물 받은 셈입니다. ‘코모레비’, 아니 ‘나뭇빛살’과 새로운 연을 닿게 해 준, 지은이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와 시공사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과수원에서 돌아오는 길엔 숲 속을 걸어 볼까, 긴 겨울이 끝난 ‘발다인잠카이트’의 숲을 찾아가볼까, 생각해 봅니다. 재재대는 동박새 노랫소리를 듣고 있으면 ‘보케토’의 마음이 찾아올 테고, 시린 꽃샘추위와도 살갑게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꽃샘추위의 뒷자락에서 루시드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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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하는, 낯설고 아름다운 세상의 낱말
루시드폴의 다정한 문장으로 찾아오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생각을 표현하고 마음을 전하지만, 안타깝게도 전하려는 마음과 전해지는 마음이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는 마음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해 자주 헤매기도 하지요.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는 누구나가 경험하는 이런 순간들을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낱말과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그려낸 책입니다. 여기에 소개된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 없는 낱말들’ 중 어떤 것은 처음 보는 낯선 단어임에도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왠지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들지 모릅니다. 아마도 이름이 없어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과 경험, 이미지들이 지구 어딘가에서 아름다운 낱말로 살아 있다는 걸 보았기 때문이겠지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반짝이는 눈빛 ‘티암’(페르시아어), 누군가 올 것 같아 괜히 문밖을 서성이는 ‘익트수아르포크’(이누이트어), 사랑의 단꿈에서 깨어났을 때의 달콤쌉싸래한 기분 ‘라즐리우비트’(러시아어), 나뭇잎 사이로 스며 내리는 햇살 ‘코모레비’(일본어), 부정적인 정서로 폭식을 한 결과 불어난 몸무게를 뜻하는 ‘쿰메르스페크’(독일어), 당신 없이는 살 수 없기에 자신이 그보다 먼저 죽고 싶다는, 아름답고 소름 끼치는 소망의 맹세 ‘야아부르니’(아랍어)……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는 없지만 누구나의 마음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세상에 하나뿐인 낯설고 아름다운 52가지 낱말들을 멋진 그림으로 표현해낸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는 영국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로, 어린 시절 여러 나라에서 살던 경험을 토대로 그 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낱말을 일러스트로 그려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되면서 책으로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영어권은 물론 유럽, 아시아까지 언어의 벽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는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의 한국어판은 특별히, 깊고 서정적인 노래로 사랑받는 음악가 루시드폴이 번역을 맡아 독특한 감성을 더했습니다. 세상 곳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세한 마음의 결을 가만가만 다정하게 살려낸 루시드폴은 역시 특유의 차분한 말투로 책의 말미에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습니다. 언젠가 자신의 음악을 ‘코모레비’에 비유한 잊을 수 없는 한 일본인의 말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난 경험, 스위스에서의 오랜 유학 생활 중 외국 친구들에게 우리말 ‘꽃샘추위’를 설명해주며 마음 뿌듯했던 기억, 지금 제주도에서 감귤나무를 돌보는 농부로서 매일 ‘나뭇빛살’을 만나는 순간들까지, 루시드폴의 다정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특별한 매력 중 하나입니다. “한 사회를 여는 열쇠는 그들의 번역할 수 없는 말을 살펴보는 것이다.” _살만 루시디 아랍인들에게는 ‘낙타’를 지칭하는 단어가 다양하고, 에스키모인들에게는 ‘눈’을 구분하는 단어가 세분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언어는 그 지역의 환경과 생활습관, 문화 등과 뗄 수 없는 만큼 그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독특한 감성이 배어 있을 수밖에 없지요. 이누이트 사람들이 쓰는 ‘익트수아르포크’는 ‘누군가(혹은 누구라도) 오는지 끊임없이 들락거리며 확인하고 기다리는 행동’을 가리키는 명사로 사람의 방문이 드문 극지방의 삶을 엿보게 하고, 물이 귀한 아랍 지역에서는 ‘한 손에 들어오는 물의 양’을 측정하는 ‘구르파’라는 단위가 있어 그전엔 알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깨우치게 합니다. ‘물결 위로 길처럼 뜬 달빛’을 묘사한 ‘몽가타’ 같은 시적인 낱말이 있는가 하면, ‘어디로 가는지보다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여행’을 뜻하는 단어 ‘바실란도’에서는 순간순간이 모여 결국 인생이 되는 우리네 삶의 여정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 외에 ‘같은 것을 원하고 생각하면서도 먼저 말을 꺼내고 싶어 하지는 않는 두 사람 사이의 암묵적 이해와 인정’을 꼭 집어 표현한, 타국어로 번역하기 가장 난감한 단어로 기네스북에 오른 ‘마밀라피나타파이’까지, 세상 곳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는 물론 미세한 마음의 결까지 짐작하게 하는 다양한 낱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