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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닷가의 하늘은 시커멓고 파도는 매섭게 입을 벌린다. 모래사장을 하얗게 뒤덮고 몰아치는 눈발은 렌즈를 모두 가린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눈보라 속에, 폭설의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하다.
낙산 연작은 낙산의 눈 내리는 광경을 화면 속에서 바다와 모래사장으로 분할하여 담아낸 작품이다. 시간의 연속성 속에서 눈 오는 모습을 사진의 프레임 속에 붙잡았는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한 화면, 한 화면 속에 제각각 고정시켰다. 그리고 이를 연작으로 제작하여 전체적으로 낙산의 그 당시 변화 현상을 포착하였다. 이 시리즈는 ‘낙산’이라는 지시대상의 기록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순간순간을 경험한 작가와 마찬가지로, 독자는 낙산 ‘이미지’로 가득 찬 지면 안에서 새로이 전개된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각 개별 주체의 나름의 체험으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낙산이라는 익숙한 고유명사를 예상하고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은 기존의 관습적 사고에 일치하지 않는 현실에 당혹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닐 때 우리는 몹시 불안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기존 사고와의 불일치는 또 다른 생성의 기제로 작용한다. 쉽게 읽혀지지 않는 순간 경험하게 되는 당혹감은 곧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어 오히려 생명감을 불러일으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