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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가족의 변화
제1장 식민지적 빈곤화와 가족·여성의 생활 변화|문소정 제2장 호주제도: 한국의 식민지성과 가부장제의 축도(縮圖)|양현아 제3장 ‘어린이기’의 형성과 ‘모성’의 재구성|김혜경 제2부 새로운 직업의 탄생 제4장 일제강점기 제사 여공과 고무 여공의 삶과 저항을 통해 본 공업 노동에서의 민족차별과 성차별|이정옥 제5장 근대 서비스직 여성의 등장: 일과 섹슈얼리티의 경계에 선 직업여성|강이수 제6장 식민지 도시 유흥 풍속과 여성의 몸|서지영 제3부 타자화된 성 제7장 근대 시각문화와 기생 이미지|권행가 제8장 법 안의 성매매: 일제시기 공창제도와 창기들|박정애 제9장 일본군 위안부제도|정진성 제4부 신여성: 페미니즘과 민족주의 제10장 근대 여성 문학사와 신여성|이상경 제11장 조선은 그녀들에게 무엇이었나: 식민지 조선에 살았던 일본 여성들| 안태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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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는 여성의 위치성을 통해 본 식민지 국가 유산의 극복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호주제 문제는 서구 페미니즘에서 말하는 공적 영역에서의 남녀평등, 개인주의적 평등론으로는 잘 포착되지 않는 고유한 한국 페미니즘의 문제 영역을 보여준다. 한국의 제1세대 여성주의를 대변하는 이태영 변호사는 한편으로는 식민지적 질곡과 그것에 접목된 가부장제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 법학과 인도주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통 문제에 대한 ‘감수성’은 있되 그것을 논증해줄 법학적 지식은 근대 지식인 상황이었다. 2010년대를 사는 현재의 여성주의 세대에는 근대의 이름으로 전통을 매장하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페미니즘의 논리가 요청되는 것은 아닐까.--- p.71
역사적으로 가족의 근대적 변화는 어린이의 탄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아동 연구의 고전인 ??아동기의 시대(Centuries of Childhood)??(1960)를 저술한 아리에스(Philippe Aries)는 아동기라는 연령 단계가 형성된 것을 매우 근대적 현상이라고 했다. 아리에스는 가족 초상화나 교회 장식품, 아동의 의복, 의사의 진료 기록이나 일기와 같은 일상생활과 연관된 역사적 자료를 분석해 봉건사회에는 어린이라는 따로 구분된 생애 주기에 대한 특별한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았고 어린이는 마치 작은 어른처럼 대우받았다고 주장했다. 즉 중세까지는 어린이를 어른과 구분하는 특정한 용어도 없었으며 일과 놀이에서 어린이의 생활이란 어른과 혼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p.82 시골 농촌에서는 제법 벼섬이나 받는다는 집 부인들도 밭일하고 똥오줌 동이를 이고 다니는 일이 많은데, 밭일 나가면서 어린아이에게 소화도 안 되는 누룽지나 고구마를 한 덩이 주고 나가서, 저녁에 돌아와 땀에 절은 젖꼭지를 씻지도 않고 그냥 젖을 먹이는 무식(을 보인다). 그러다가 병에 걸리면 무녀를 불러 굿을 하거나 장님을 청해 경을 읽는다고 야단하다 아기를 죽여버리는 수가 있다(≪동아일보≫, 1927.5.30~6.1).--- p.100 백화점에 등장한 또 다른 서비스직 여성군으로 엘레베타 걸이 있다. 300명 지원자 중에 10명을 뽑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엘레베타 걸이 된 한 여성은 자신의 일에 대해 “처음에는 아찔하고 통에 갇힌 것 같아 고통스러웠으나 10일 정도 지나니 익숙해져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으며 출근은 오전 8시, 퇴근은 5시인데 때로는 밤 10시까지도 일하고 1시간마다 교대하는 일”이라고 소개한다. 처음에는 손님의 말도 안 들리고 층수를 실수했지만 이제는 기계같이 정확하게 일하게 되었다며 일급은 70전이라고 했다.--- p.151 한 백화점 여점원은 자신의 일에 대해 “하루에 8~9시간씩을 서 있어야 하는 직업으로……처음에는 다리가 막대기가 되는 듯싶고 여간해서 계속하지 못할 것 같으나, 이태만 지내게 되면 점점 몸에 훈련이 되고……”라고 하면서 육체적인 힘듦은 익숙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힘든 것은 “어떠한 무리한 주문이라도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이 나의 본업이나 한 시간씩 허비하고라도 사주실 때는 기쁘지마는 그냥 돌아가실 때에는 기맥힌 생각도 없지 아니하다……”라고 자신의 심경을 피력한다. 또 다른 여점원도 “……손님 중에는 신경질적인 분도 있어서 물건을 더디 싼다든지, 또 물건 가격 같은 것을 얼른얼른 대답 못 하면 성을 내며 싸우자고 덤벼들어요. 더구나 그것이 저와 나이가 똑같은 여자일적엔 분해서 죽겠어요……”라고 하면서 친절함을 강요받고 분노를 안으로 삭여야 하는 감정 노동으로서 자신의 일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 과정에서 끝없이 애교를 요구받고 정작 “물건의 정가를 외우고 품질과 특색을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부모와 같이 와서 물건을 살 때는 부럽기만 하고 감독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은 서러움만 더하게” 되는 감정 노동으로서의 상처받은 경험을 일상적으로 겪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감정 노동으로서의 일의 어려움에 더해, 만연화되어 서비스직 여성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당시 사회의 직업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특히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회적 시선이었다.--- p.164 인신매매 지역은 전국적이었다. “부내 각 처에 있는 인사소개업자들 중에 시골에 있는 순진한 처녀를 유인하여 호적을 위조하여 가지고 각 지방으로 전매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매일신보≫, 1937.11.20)했고 “서울서 팔려 시골로 가기도 하고 시골서 서울로 오기도 해 오늘 충청도, 내일 경상도로 넘어” 다녀 “앉은 자리가 더울 새 없이 끌려다니는”(≪시대일보≫, 1925.8.24). 상황이었다. 업자들은 외국으로 인신매매하는 것을 더 선호했는데 “외국에 팔면 돈을 곱절이나 더 받는 바람에 욕심이 치밀뿐더러 조선 어디다 두었다가 만약 모든 죄악이 사출이 나고 보면 두수없이 콩밥 신세를 지게 되기 때문에 돈 더 받고 뒷 염려까지 없애느라고 될 수 있는 대로 외국으로 보내려 하는 까닭에 그처럼 많이 가게 된다”(≪시대일보≫, 1925.8.24)는 것이었다.--- pp.252-253 그동안 여성이 겪는 산고는 그냥 당연한 사실일 뿐 그 고통에 관해 객관적인 문자로 기록한 것은 모두 남성 작가가 쓴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것뿐이었다. 그런데 나혜석은 용기, 혹은 글쓰기에 대한 여성적 자의식을 가지고 분만 시의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시를 통해 솔직히 표현했다. 이는 여성의 육체에 대해 논의를 기피해온 금기를 깨뜨린 것이다. 출산 후에는 육아 문제에 당면했다. 그래서 아이가 돌이 지난 뒤에 자신의 ‘어머니 되기’의 과정과 고통을 정리해보니 “자식은 모체의 살점을 떼어가는 악마”라는 극언까지 생각날 정도였다. --- pp.302-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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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성 :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박정애 : 숙명여자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강사이다. 강이수 :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이다. 권행가 :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강사이다. 김혜경 :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문소정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전 연구교수이다. 서지영 :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 아시아학부 박사과정중이다. 안태윤 :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이다. 양현아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다. 이상경 :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이다. 이정옥: 대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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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근대 공간의 경계를 헤치다
일제강점기, 식민지라는 개념은 ‘민족차별’이 전면에 부각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계급차별에 젠더라는 프리즘을 들이대면 ‘빈곤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처럼 민족차별이 전면에 부각되는 식민지 시기를 젠더의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민족차별 이면에서 작동하는 성차별의 기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출발점에서 이 연구를 시작했다. ‘군국주의(軍國主義)적 식민지 근대’, ‘왜곡된 근대’를 살아온 그녀들의 이야기 ……여자 운전수라니까 시험조로 한번 타고자 해서 타는 손님도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이왕이면 여자 운전수로 불러라, ‘히야까시’나 좀 하자꾸나 이런 생각을 하고들 부릅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얘 조수를 치어라 내가 운전대에 안겠다는 등 별별 추잡스런 농을 다 걸지요. 첨에는 억지나 속이 상하든지 당장 뺨이라도 갈기고 체신없는 자식들이라고 욕이나 실컷 해주고도 싶었지만 직업의 성질상 어디 그럴 수가 있나요(≪별건곤(別乾坤)≫, 1930.6). 이 책에서는 근대 한국의 여성을 둘러싼 독특한 조건을 가족과 직업, 성(섹슈얼리티), 여성주의 의식의 네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가족과 직업 문제는 근대 여성에게 영향을 미친 가장 기본적인 사회 조건이다. 섹슈얼리티는 근대 시기 여성을 대상화·상품화하고 강제 동원의 영역이 되었다. 신여성과 재조(在朝) 일본인 여성은 식민지 조선에서 근대 여성주의 의식이 어떻게 내면화되었는지 볼 수 있는 주요한 여성 주체다. 제1부는 가족의 변화를 다루었다. 일제에 의해 급속히 도입된 산업화와 근대적 이념 및 법제도의 이식으로 인해 가족이 근대적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근대로의 변화에 민족적 모순이 내포되었다는 것이다. 산업화는 민족차별적·성차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근대 이념과 법제도는 일본의 프리즘에 의해 굴절되어 우리의 전통이 왜곡되고 ‘일본적’ 이념과 제도가 이식되었고, 때로는 우리의 민족주의적 지향이 혼합되어 근대 가족의 복합적인 성격을 형성했다. 제2부는 직업의 변화에 관한 내용이다. 전통 사회에서 1차 산업에 집중되어 있던 여성 노동이 산업화로 인해 2·3차 산업으로 분화됨에 따라, 새로운 여성 직업이 등장했으며 계급 현상도 나타났다. 공장 노동과 서비스직으로 대표되는 일제시기 새로운 근대적 여성 노동의 영역은 민족차별과 성차별의 모순이 곳곳에 침윤되어 비극적인 모습을 형성했다. 제3부는 일제에 의해 이식된 국가에 의한 성의 상품화와 통제를 다루었다. 근대적 공창제도의 이식이 그것이다. 성매매가 국가에 의해 공인되고 관리된 경험이 전혀 없는 조선 사회에 공창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된 것은 근대성과 식민성, 일본 사회의 특성까지 결합되어 형성된 성의 타자화 과정이었던 것이다. 성의 타자화가 극단적으로 표상된 것이 1930년대 이후 전시에 국가 주도하에 조직적으로 시행된 강제적 성 동원이었다. 이것은 공창제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공창제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한 일본군 위안부제도로서, 처음부터 주로 식민지 조선 여성을 대상으로 국가에 의해 이루어진 엄청난 규모의 전시 성 동원이었다. 이러한 여성들의 상황을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고찰한 것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으로 제4부다. 신여성과 조선에 거주했던 일본 여성들의 생각과 행태를 분석했다. 전 세계적인 여성주의의 물결을 조선의 신여성들은 계급과 민족의 맥락 속에서 힘겹게 받아들였으며 조선에 살았던 일본 여성들은 제국주의 입장에서 왜곡했던 것이다. 이 책의 연구들은 이렇게 왜곡된 근대가 어떻게 여성을 통해 표상되었는지를 분석해 현대 한국 사회의 여성의 조건들에 대한 중요한 암시를 하는 한편 식민지 근대성에 대한 연구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