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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_추수가 끝나지 않은 황금 들판을 남겨두고 | 서태영
1. 사훈: ‘정밀세공·책임완수’ _세공사 김광주 씨 글 박영희 | 사진 조성기 2. 빵은 소녀를 닮았다 _제과제빵사 이학철 씨 글 박영희 | 사진 강제욱 3. 그는 바다로 출근한다 _선박 수리공 황일천 씨 글 박영희 | 사진 안성용 4. 가위질 반세기 _이발사 문동식 씨 글 박영희 | 사진 안중훈 5. 밀리미터(mm)와 싸우는 철구조물 제작 _철구조물 제작사 김기용 씨 글 박영희 | 사진 정윤제 6. 자전거 빵꾸 때우는 거? 맹장수술하고 비슷해 _자전거 수리공 임병원 씨 글 박영희 | 사진 장석주 닫는 글 _소수적 삶의 역설과 긴장 | 진명석 작가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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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살짝 갖다 대도 토라지는 소녀를 닮았다고 할까요. 빵처럼 변덕이 심한 식품도 드물 것입니다. 특히 공갈빵은 구울 때마다 맛이 다른데 날이 덥거나 추울 때, 맑은 날과 흐린 날 등 그날그날의 기후변화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 「빵은 소녀를 닮았다__제과제빵사 이학철 씨」중에서 “산다는 게 참 묘한 기라. 저거(FRP선)이 그때는 나를 하루아침에 놈팽이로 만든 원수 같은 거였는데 지금 그걸 고쳐주고 있으니……. 세상 더러운 거 아이가?” --- 「그는 바다로 출근한다__선박 수리공 황일천 씨」중에서 “가위를 잡은 지는 오십 년째고, 이 가게에서 일한 지는 올해로 삼십칠 년째가 되는데 손님 같지가 않아. 밥상에 둘러앉은 식구 같아. 한번 생각해 봐. 서른 중반부터 봐온 사람들을 지금까지 봐오고 있으니 이게 어디 주인과 손님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어. 계모임 하듯 한 달에 한 번은 보잖아.” ---「가위질 반세기__이발사 문동식 씨」중에서 “자전거 앞바퀴 살은 스물세 개를 걸고 뒷바퀴는 마흔 개를 거는데 이유는 간단해. 뒷바퀴에 힘이 더 실리기 때문이야. 우리네 인생도 이런 거 아닐까. 진짜 힘은 앞에서보다 뒷심에서 나오잖아.” --- 「자전거 빵꾸 때우는 거? 맹장수술하고 비슷해__자전거 수리공 임병원 씨」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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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진기 수리공, 여섯 명의 수공업자, 그리고 일하는 당신을 위한 전시회
2006년 9월 29일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서 ‘한 사진기 수리공’이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그는 대구에서 믿음직하다고 소문난 35세의 젊은 사진기 수리공, 김성민이었다. 당시 병원 복도에는 전국 각지에서 40여 명의 사진가들이 그가 고쳐 부활한 사진기로 찍은 100여 점의 사진을 걸어 전시를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2007년, 대구민예총은 사진과 미술, 연극 등 일련의 예술을 통해 한 사진기 수리공과 그와 같은 위치에 놓인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위대한 삶에게 바치는 전시회를 이어갔다. 신자유주의의 그림자 아래에서 투자가 아닌 우직한 손놀림으로 정직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 힘든 일에 종사하면서 어느덧 일과 몸이 하나가 된 사람들에 대한 헌사를 미술가, 조각가, 연극인, 사진가, 르포작가가 각각 그들의 노동인 문화예술을 통해 바쳤다. 여섯 명의 수공업자가 전해주는 삶의 생생한 의미 오늘날 민중은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세계에서 서로에게 늑대가 되었거나, 삶의 무거운 짐을 묵묵히 지고 가는 낙타가 되었다. 여섯 명의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개개인들을 대표하며, 어느덧 늑대가 되어버린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세공사 김광주 씨, 제과제빵사 이학철 씨, 선박 수리공 황일천 씨, 이발사 문동식 씨, 철구조물 제작사 김기용 씨, 자전거 수리공 임병원 씨……. 이들의 이름과 직업은 각각 다르지만 나와 내 주변의 당신들과 다르지 않다. 이 평범하지만 위대한 사람들의 일상인 노동의 과정은 이 세계를 창조하는 신의 손놀림과 같다. 이 소수적 삶과의 마주침을 통해, 그리고 그 삶속에서 체화된 수많은 서사들을 통해 생생한 삶의 의미가 생성된다. 이 책은 수많은 나와 당신들의, 특별할 것 없는 삶들이 서로 연대하는 장이다. 그리하여 느닷없이, 삶의 생생한 의미가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