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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환상·욕망·이데올로기의 서사
1부_ 논의를 위한 전제: 당나라 사회의 핵심적 개념들 1장 당나라와 당나라 사람 2장 당나라 사람의 이야기 3장 이야기의 작자와 독자 2부_에로티즘과 욕망의 서사: 당대 애정류 전기의 성립 1장 애정류 전기의 정의와 내용 2장 애정류 전기의 형성 3부_유형과 구조 서술의 논리: 당대 애정류 전기의 유형과 구조 1장 당대 애정류 전기의 유형 2장 당대 애정류 전기의 구조 4부_환상·욕망·이데올로기의 층위들: 당대 애정류 전기의 의미 지향 1장 환상과 애정류 전기 2장 욕망과 이데올로기 5부_애정류 전기의 변용과 동서 비교: 당대 애정류 전기의 발전과 전개 1장 재자가인 소설에의 영향 2장 희곡에 대한 영향 3장 동아시아 각국의 애정류 전기 4장 서양 중세 로망스와의 비교 맺음말 |
崔眞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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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당대의 시대적 특징을 정치·사회, 종교·사상, 그리고 여성 문화의 순서에 따라 정리한 바에 의하면 당대는 개방적이면서도 다양한 문화와 엄격하고도 보수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양면적 성격의 시대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당대의 양면적 성격은 사회와 문화 각 방면에 걸쳐서 모순적인 가치 체계를 형성하였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이와 같은 모순적 성격들은 금기와 일탈, 현실과 환상, 역사와 허구, 남성과 여성 같은 사회문화 속의 무수한 대립항들 사이를 오가게 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당대의 모습을 구성해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 p.63
전기의 작자층과 독자층, 곧 전기의 향유층은 모두 사인 계층이었다. 작가가 사회의 어느 층에 속하는가의 문제는 작가가 의도하는 창작의 결과물에 그대로 반영된다. (……) 사인들은 유한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반추하여 신선 세계를 묘사하였고 문인(文人)으로서의 무력함을 보상하는 기제로 협사(俠士)의 형상을 설정하였다. 또한 유교적 윤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자유로운 연애를 꿈꾸며 남녀의 애정에 대한 전기 창작에 몰입하였다. 아울러 중앙의 사인들은 개인적인 유대 관계에 따라서 형성된 붕당 간의 투쟁에 전기 작품을 통한 영사(影射)를 시도하였고 번진 막부의 사인들 역시 전기 작품을 통해 경쟁 관계인 장수와 막료들을 비방하였던 것이다. --- pp.100~102 알튀세의 지적대로 전기는 역사 기술이라는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틀지어진다. 하지만 전기에서 다루는 내용은 그러한 이데올로기에서 이탈되는 내용들이었다. 유교적 소양을 갖추고 유교적 질서를 구현하고자 하는 사인의 모습은 이데올로기를 체화시켜낸 존재이다. 그러나 그들이 전기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 즉 인간 세상을 초월한 신선 세계의 환상적인 모습, 현실에선 불가능한 자유로운 남녀의 만남 등은 분명히 이데올로기에서 이탈된 것들에 속한다. 다만 전기의 편말에 부가된 의론(議論)의 형식에 의해 전기의 작자는 독자에게 이데올로기를 선전하고 아울러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독자 스스로가 내면 깊이 체득하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 p.103 비록 신화와 지괴, 지인에서 애정서사를 다루었더라도 그 속의 남녀 주인공은 서로 애정 어린 말 한마디 나누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화와 지괴 및 지인에서 다루어지는 애정에는 아직 남녀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 하지만 당대에 들어와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당대에 들어와 새로이 등장한 전기(傳奇)라는 서사는 남녀의 애정에 관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냈다. 즉 남녀상열지사를 다루되 전대(前代)의 서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남녀간의 세밀한 감정적 교류와 애정 행위, 즉 에로스에 대한 묘사를 수반한 것이다. 따라서 애정서사에 있어서 이와 같은 변화는 당대에 들어와 본격적 의미의 애정서사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 p.138 당대 사회는 유교적 질서에 의해 규정된 금기들과 그것들을 위반하도록 충동질하는 도교적 에너지를 모두 가진 사회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양극단의 힘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금기와 위반의 미학인 에로티즘이 발생한 것이었다. 이러한 당대의 에로티즘은 도교적 문화에서 파생된 인간의 신체에 대한 폭넓은 관심, 남녀의 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도 관련을 지으며 여태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남녀의 ‘애정’에 관한 이야기들을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에로티즘은 당대 애정류 전기라는 새로운 서사가 형성되는 가장 기본적인 배경이 된 것이었다. --- p.150 중국 전통 서사에서 환상성이 차지하는 기능은 역사성만큼이나 비중이 크다. 그것은 당대 애정류 전기라는 서사를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며 당대 애정류 전기가 몸담은 현실이 이데올로기를 굴절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또한 환상성은 당대 애정류 전기의 작자인 사인(士人)이 지니는 욕망의 투영이고 신화 이래로 집적되어온 문화적 에너지이기도 하다. --- p.229 이제 환상은 서구 리얼리즘적 문학비평에 의해 규정된 현실의 도피이자 가치론적으로는 현실의 하위 층위에 속하는 것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니 이미 환상은 인류의 오랜 문학사를 통해 볼 때 주류의 자리를 차지해왔었고 리얼리즘에 그 자리를 빼앗긴 시간 역시 ‘근대’로 지칭되는 얼마 안 되는 시간에만 한정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은 굳이 J. P. 스턴이 밝힌 “리얼리즘은 문학의 기나긴 역사에서 순간적인 딸꾹질 정도에 불과하다”는 언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실로서, 환상적인 모든 것들의 복귀란 곧 환상이 자기 자리를 제대로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p.263 이미 논의했듯이 전기는 역사 기술 양식인 ‘전(傳)’과 ‘기(奇)’의 문체를 운용한 서사이기에 비록 ‘기이한 사건’을 다루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제도권의 틀 안에서 수용시키고 교정시키도록 만든다. 더군다나 ‘기이한 사건’이 남녀의 애정과 관련된 것이라면 메타서사의 역할은 좀더 당대 사회의 지배 규범에 천착하게 된다. 따라서 당대 애정류 전기의 메타서사에서는 사인(士人)의 신분인 작자가 남녀의 애정 도피를 서술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혀 자신들의 저술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러한 애정 관계에 대한 해석과 가치 평가를 내린다. 또한 작자는 메타서사를 통해 남성 작자로서 남녀의 애정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드러내며 당대 애정류 전기를 찬술한 의도를 본 서사에서보다 오히려 더 선명하게 부각시켜 작자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까지도 그래도 노출시키는 것이다. --- p.279 동서양의 중세 애정류 전기에는 에로티즘이 투영되어 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인간은 금기에 대한 위반과 일탈을 욕망한다. 인간의 사회문화적 금기 가운데 가장 근원적인 금기는 성(性)과 관련된 금기이다. 그리고 성과 관련된 금기를 위반하고자 욕망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에로티즘이 출발한다. 동양적 전통과 관련하여 에로티즘을 말하자면 에로티즘은 유교 윤리와 대척점에 서 있다. (……) 당대 애정류 전기는 유교 이데올로기에 지배받는 문인들에게 에로티즘을 향유할 수 있는 대리 만족의 기회를 제공했다. 문인들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지 않는 환상적 존재인 선녀, 귀신과의 연애를 마음껏 서술하고 이러한 애정서사를 읽음으로써 제도권의 용인 아래 에로티즘을 누릴 수가 있었다. 중세 로망스 역시 이와 마찬가지다. 중세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인 기독교는 쾌락을 위한 육체적 사랑을 배척하였을 뿐 아니라 혼외의 사랑, 간음을 십계명으로 일체 금하였다. (……) 그러므로 기독교적 금욕주의에 기반한 기사도 정신은 오히려 일탈의 에로티즘이 자라날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로망스에 등장하는 영주 부인과의 연애, 요정, 사라센 제국 등 이방(異邦)의 여성과의 연애는 언어를 통해 에로티즘적 욕구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다. --- pp. 367~3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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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의 인간사를 통틀어 남녀간의 애정을 제외하고
그 무엇을 논할 수 있을까?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는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인간의 근원적 감정이다. 그것은 인간의 탄생과 더불어 계속되어온 인간 문화의 일부이며, 인간 욕망의 참모습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1,500년 전 중국 당대(唐代)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들의 서사 문학인 ‘전기(傳奇)’를 통해 분석한다.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절세미녀의 배필이 되거나 가진 것 없이 출세가 요원한 한량일지라도 선계의 미녀를 만나는가 하면, 미녀로 둔갑한 여우와 교접하는 등 시공을 넘나들며 흥미진진한 애정 행각을 벌인다. 한낱 허황된 옛이야기로 보이기도 하는 이들 작품 속에는, 그러나 서사의 주름 곳곳에 감추어진 당대(當代)인들의 욕망이 넘실댄다. 이렇듯 주로 남녀의 애정을 다룬 전기 가운데 스물일곱 편의 작품을 간추려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제목이 나타내는 바대로 ‘환상’ ‘욕망’ ‘이데올로기’라는 세 가지 코드를 책의 화두로 삼는다. 인간의 ‘욕망’은 다양한 ‘환상 장치’를 통해 표현되고, 이는 또 ‘지배 이데올로기’의 끊임없는 통제 속에서 금기와 일탈을 넘나들며 다양한 애정서사를 만들어왔다는 것. 종래의 작품 감상 위주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당대(唐代)’라는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당대(當代)인들의 사랑과 욕망을 다각도로 살피고 있는 이 책은, 오늘날 우리 삶의 양태까지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독서를 제공한다. 특히 애정 양상의 심리 분석에서 프로이트를 비롯해 칼 융, 라캉 등의 이론을 이끌어 학제적 접근을 통해 작품의 이해를 새롭게 하는 한편, 서구의 중세 로망스와의 비교를 통해 폭넓은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성으로 꼽힌다. 이는 결국 욕망이 거세될 수 없는 인간 세상의 이야기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일탈의 기(奇)와 그것을 금하는 정(正) 사이에 숨어 있는 인간 본능을 서술한 욕망의 서사” ‘전기(傳奇)’는 중국 당대(唐代)에 성행했던 소설을 가리키는 용어로, 시와 산문을 독특하게 교직(交織)하면서 남녀의 사랑이나 기이한 사건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또 작품의 말미에 작자의 의중과 태도를 드러내는 의론문(議論文)이 덧붙는다는 점이 그 특징이다. 젊은 소장학자이자 『전기: 초월과 환상, 서른한 편의 기이한 이야기』 등의 저작을 내놓으며 ‘당대 전기 연구’의 한길을 오롯이 걷고 있는 최진아의 이 책은, 저자의 전문성과 성실함 그리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가 돋보인다. 저자는 특히 ‘전기’를 일컬어 “일탈의 ‘기(奇)’와 그것을 금하는 ‘정(正)’ 사이에 숨어 있는 인간의 본능을 서술해놓은 욕망의 서사”라고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바로 ‘애정류’ 전기가 논의의 중심축이다. 예컨대 전기의 작자이자 향유층이기도 했던 당대의 사인(士人)들은 당시의 사회 질서였던 유교적 소양을 체화한 존재였으나 모든 인간이 그러하듯 사회적 금기와 일탈을 꿈꾸었던 것. 이런 그들에게 자신들의 욕망도 충족시키고 아울러 제도권에서 지탄받지 않을 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다양한 ‘환상 장치’를 이용한 당대 애정류 전기인 셈이다. 즉 신녀(神女)나 선녀(仙女)라는 초월적 존재의 등장, 혹은 여우나 원숭이가 둔갑한 여성과의 애정 행각은 아무리 에로틱한 요소가 개입될지라도 제도권에서 배척받지 않았던 것. 「유선굴」「임씨전」「이혼기」「앵앵전」 등을 비롯해 당대의 대표적 애정류 서사 스물일곱 편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그러나 이들 작품 연구에만 논의를 한정짓지 않고 당대에 애정류 서사가 나타나게 된 사회·문화적 배경에서부터 당대 전기의 전반적 특성을 두루 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당대 전기 연구와 관련한 심도 깊은 학술적 성과라 할 만하다. 총 다섯 부로 구성된 책의 1부에서는 당대 애정류 전기를 논의하기 위한 전제들, 즉 역사상 당대가 지니는 시대적 특성을 정치·사회·종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당대 애정류 전기가 성립하게 된 구체적 과정을, 3부와 4부에서는 당대 애정류 전기의 유형과 구조 및 의미 지향을, 마지막 5부에서는 그것이 해외에 끼친 영향 등을 차분하면서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특히 5부에서 논의되는 당대 애정류 전기와 서양의 중세 로망스와의 비교·고찰은 지금껏 연구된 바 없는 새로운 시도로, 보다 폭넓은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중세 로망스와의 변별점 속에서 동아시아 특유의 ‘상상력’을 발견하고 또 확인해준다. 이렇듯 ‘환상’ ‘욕망’ ‘이데올로기’의 중첩된 층위에서 이루어진 당대 애정류 전기는 당대인들의 욕망에 대한 무수한 알레고리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의 욕망까지도 반추하게끔 한다. 그것은 오래전 중국인들이 돌려 읽던 욕망의 서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흥미롭게 읽히는 까닭과도 통하는데, 바로 “그것이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 나아가 인간 보편의 서사로서 한껏 열린 채 면면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환상·욕망·이데올로기: 당대 애정류 전기 연구』는 저자의 박사논문 「당대 애정류 전기 연구」를 수정·보완하여 출판한 것으로, 책의 중간에 삽화와 도표를 삽입해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