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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세월이 흔적을 지우기 전에
글 앞머리에 다음에 우리 얘기도 쓸 거죠? * 첫째마당 / 느낌학교 꽃다지 문학소녀들 징그러운 벌레가 나비로 날다 오른발에 빨강 양말, 왼발에 파랑 양말 왜 선생님을 보지 않니? 어린 몽상가 다혜의 눈물 하루에 다섯 편의 시를 쓴 은혜 들깨의 집 속에서 방울 소리가 들려요 선생님, 감 따 주세요 정은이는 왜 남선생이 싫을까? 아름다운 기쁨 겨울 별자리 여행 * 둘째마당 / 그리움이 묻어나는 여인들의 편지 정감 어린 재인이의 목소리 선생님은 푸른 바람 냄새가 나요 철학 박사 미지의 변신 정희의 잃어버린 지갑 예쁘지 않은 여자를 찾으세요 미국으로 꽃씨를 가져간 선희 선생님께 편지 쓰려면 꼭 비가 와요 딸을 데리고 나타난 영은이 * 셋째마당 / 여신들의 스펙트럼 인동 여전사 명희의 판소리 소녀의 가출과 수도자의 출가 어느 불행한 여인의 하소연 미친년, 자기만의 둥지 그 소녀의 죽음은 우연일까 혼자 사는 여인들 하회 마을 김씨 여신과 혜정이 부록 내가 꿈꾸는 느낌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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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밝히는 지혜를 뜻하는 것 같다고 가르쳐 주고, 좀 어려운 프랑스 실존주의자였던 까뮈의 『이방인』으로 방향을 틀어 나갔다. 1960년대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던 소설임은 나이 많은 국어 선생들은 다들 잘 알 것이다.
“뫼루소우라는 청년이 햇빛이 너무 자기를 짜증나게 해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는구나!” 눈이 휘둥그레지는 아이들에게 나는 그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찰이 그 뫼루소우를 체포하여 취조해 보니, 그는 어머니가 죽어도 슬퍼하지 않고, 장례를 치른 다음날 애인과 함께 바다에 가서 즐기다가 살인을 한 것이었다. 물론 정상참작도 받지 못해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무신론자인 그는 반성도 않고 신부로부터의 고해성사도 거부한 채 분노에 떨면서 부조리한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고 말이다. “햇빛이 짜증나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그런데, 제목을 이방인異邦人이라고 한 이유가 뭘까? 그리고 작가는 어떤 인간 탐구를 한 것일까, 그리고 『책상은 책상이다』의 작가는? 또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한 것인가요?” 쏟아지는 내 질문에 기가 질려 아이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는 놈들도 있긴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이제 사춘기 2학년 여학생에게 인생의 비밀을 좀 알려 주려고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인간들은 개 또는 지렁이와 서로 이방인이 아닐까? 개미와 민들레, 분꽃과 거미, 사마귀와 쉬땅나무, 청개구리와 왕원추리가 서로 이방인이듯 말이야. 우리가 다른 나라의 풍습과 종교를 잘 이해하지 못하듯이.” 라고 아이들을 깨우쳤다. 너무 자기 집착에만 빠져 있는 인간들은 예나 지금이나 세속적이고 관습적인 삶을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이들은 헷갈렸을까, 아니면 무엇인가 터득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선생이란 깨우쳐 깨어나게 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벌레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자기 번데기의 껍질을 깨는 아픔이 따르고, 발상과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 '오른발에 파랑, 왼발엔 빨강 양말' 중에서 진송이는 환하게 웃었다. 복스러운 얼굴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풍성한 모란꽃이나 큼직한 불두화처럼……. 그처럼 탐스러운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진송아. 가을에 나무가 잎을 왜 떨어뜨리니?” “…….” “겨울 때문이란다. 겨울나무처럼 가난하게 사는 이웃들의 슬픔과 고통을 알아야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는 법이다. 가난하지만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말이지…….” 나는 진송이에게 나무를 이야기했다. 겨울나무에 담긴 철학을 말해 주었다. 그래서 진송이만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세상이 결코 달콤한 꿈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환상 같은 동화나 현실을 도피하려는 판타지에서 벗어나, 아픈 현실을 똑바로, 그리고 깊게 보기를 바랐다. 당당히 고개를 치켜들고 환하게 밝아지는 꽃이 되기를……. --- '왜 선생님을 보지 않니'? 중에서 나는 다혜의 고민을 어렴풋이 이해했다. 그리고 어느 날 복도에서 뒷모습을 보니 정신이나 감정도 조숙하지만, 다리도 튼튼하고, 몸도 성숙한 여인 같았다. 비록 단정한 여학교 교복에 가려져 있긴 했지만……. 나는 수인囚人의 옷처럼 어두운 교복으로 둘러싸인 그 애의 감옥이 보이는 듯했다. 이런 나라에 사는 그 애의 고독과 권태가 아른거렸고, 고통스러운 슬픔도 느껴졌다. 마치 작은 화분에 갇혀서 수백 년을 살아야 하는 분재의 팽나무처럼……. --- '어린 몽상가 다혜의 슬픔' 중에서 여학교에서 선생을 30년이나 해 왔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여자다. 깨 열매에서 방울소리를 듣는 다래를 보니 그 생각이 새삼스럽다. 특히 선생의 재단적인 눈을 벗어난 여자 아이들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여자들이 수백 만 년 전부터 삶을 이어온 동물들, 이리나 쥐, 너구리, 아니면 고양이처럼 살기 위하여 자기 동물들의 습성을 간직하고 있는 것인데……. 자칫 은밀한 방울 소리를 못 듣고 넘어가지 않을지,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것이 선생들이 할 일이지 않을까. --- '들깨의 집 속에서 방울 소리가 들려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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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학교 노교사가 전하는 희망의 교육
30여 년 동안 중 ·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온 국어선생님의 대안교육 에세이. 저자는 학교 텃밭에서 십여 년 동안 들꽃을 기르며 낮은 것들이 주는 생명력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땅에서 배운 것, 소박한 들꽃과 겨울이면 온몸을 드러내는 나무에게서 배운 철학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 책은 꽃 같은 아이들을 가르쳤던 기록이다. 그 아이들은 문학을 사랑하는 소녀들이다. 잘나거나 부잣집 아이들이 아니라 수업시간에 내내 딴 짓을 하는 아이, 고개를 책상에만 박고 있는 아이, 쉬는 시간이면 타잔처럼 날고 뛰는 아이, 문학을 사랑하지만 입시에 매달려 제 빛을 잃어가는 아이, 집안 사정으로 못 견디다가 가출하는 아이, 심지어 살짝 미친 아이까지. 저자는 이 책에서 그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마치 꽃을 기르듯, 아이들이 환한 꽃으로 피어나길 희망한다. 또한 아이들의 이야기에 저자가 아이들을 가르치며 실험했던 문예창작 방법이 곳곳에 소소하게 버무려 있다. 시와 소설을 쓰는 감성교육의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고 새롭게 시도하는 수업 내용과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귀한 생명으로 대하며 소통하는 저자가 교육의 희망을 가만히 보여 준다. 또한 책 한 꼭지마다 제자들이 즐겁게 그려준 그림을 넣었다. 저자는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한 기억을 모아 놓은 것이니, 아이들의 것”이라 한다.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만들고 싶어 했다. 기성작가의 잘 그린 그림이 아니지만 그린이들의 개성이 반짝이는 소박한 그림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꽃 같은 아이들에게 띄우는 들꽃 편지 제자와 스승이 없는 교육. 가출한 교육. 벼랑 끝에 내몰린 교육이다. 소통이 없어졌다. 저자는 이 책의 둘째마당에 삼십여 년 동안 차곡차곡 모아 둔 편지들을 실었다. 스승과 제자라는 주체가 없어진 교육에서 편지를 나누던 기억은 소중하다. 하지만 사라졌다. 저자는 그동안 제자들과 나눴던 편지들을 들춰내서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미 마흔이 다 되어가는 제자들의 이야기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 주변을 맴돌던 문학소녀들과 서로 부대끼고 애달파했던 기억이다. 수많은 편지를 받았지만 답장을 다 하지 못했다며 뒤늦은 답장을 쓰듯 쓴 글이다. 아카시 꽃향기나 라일락 꽃향기처럼 그리움이 짙게 묻어 있는 뒤늦었지만 섬초롱꽃잎처럼 고운 편지지에 띄우고 싶은 저자의 답장이다. 소통이 사라진 교육에 노교사가 뒤돌아보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저자가 유달리 기억에 남는 편지들을 실었기에 편지글 쓰기의 좋은 모범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다 이 책의 셋째 마당에서 저자는 교육으로만 풀 수 없는 슬픔을 그린다. 시대가 수상했고, 그 힘든 시절을 건너야 했던 가냘픈 여인들. 그 제자들은 인동 여전사로, 같은 선생님의 길을 가는 동료로, 수도자 같이 홀로 살며 세상의 파도를 넘나드는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제자들을 생각하며 들꽃을 떠올리고 아픔을 어루만지듯, 풀리지 않는 슬픔을 풀어내어 주듯 시를 한 편씩 실었다. 시인에게는 시가 곧 치유제이니, 마치 선무당처럼 글로써 제자들의 아픔과 시대의 아픔, 들꽃 같은 여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저자는 대안학교를 꿈꾸고 있다. 일명 〈푸른 느낌학교〉다. 들꽃학교가 지은이가 꿈꾸는 느낌학교의 씨앗이다. 음악과 미술과 문학이 어우러진 감성교육을 하는 학교. 단전호흡과 명상을 통해 심신을 먼저 다스리는 학교. 그래서 더불어 사는 삶이 참된 삶임을 알려주는 학교. 저자는 그런 교육을 꿈꾼다. 이 책을 말미에는 저자의 꿈을 담은 〈내가 꿈꾸는 푸른 느낌학교〉 계획서를 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