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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우리 樂에 숨은 우주
사물놀이는 원을 그린다 그리고 우주를 이야기한다 소가죽은 듬직하게, 말가죽은 산뜻하게 ― 장구와 장단 우주의 갖춤이 인간에 있다 ― 판소리 [수궁가] 둥근 달과 종묘제례악 봉鳳과 황凰의 소리, 12율 음악과 정치는 맥脈이 통한다 2장 가야금에 담긴 우주 가야금에 담긴 기운생동 내 마음 속 무지개 ― [민간풍류] 꿈속에 흐르는 타령 가락 ― [타령]과 피카소의 [꿈] 붓질도 춤추고, 산조 가락도 춤춘다 ― 김윤덕류 [가야금 산조]와 [무동] 손을 맞잡은 [뒷풍류]와 [미인도] 가야금과 천지인 ― [세한도]를 빌어 메기고 받는다 ― 쾌지나 칭칭나네 3장 음악에 취해 그림을 바라보다 수제천 가락에 취해 몽유도원을 거닐다 ― [수제천]과 [몽유도원도] 버들은 실이 되고 푸르름 우거지니 ― 가곡 [이수대엽]과 [마상청앵도] 이심전심 ― [휘모리]와 [달마도] 인왕산도 울고, 춘향이도 울었다 ― 판소리 [춘향가]와 [인왕제색도] 간절함이 시가 되어 ― [처용무]와 [토우] 학鶴과 현絃의 청명한 이야기 ― [황하청]과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청공淸孔의 울림이여, 달항아리의 여운이여 ― [청성자진한잎]과 [달항아리] 영산회상에는 석굴암의 신비함이 있다 틀 속의 자유로움 ― [시나위]와 조각보 하늘, 땅, 여백의 미美 ― [보허자]와 [노안도 십폭병] 책꼬리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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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樂’과 그림으로 풀어가는 우주와 인간 세상!
크로스오버 가야금 앨범 발매로 화제가 되었던 국악인 이슬기 씨는 "전통 국악이 묵은지라면 크로스오버는 겉절이에요. 둘 다 김치지만 묵은지는 시큼해서 먹어본 사람들만 먹지요. 겉절이로 구미를 당겨 묵은지의 맛을 소개해주고 싶다고나 할까요."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물론 국악이 국악 자체로 생존하지 못하고 ‘퓨전’ ‘크로스오버’ 등이 함께 해야만 인기를 끄는 요즘 일변도에는 문제가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국악에 대한 자그마한 관심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이 책도 어떻게 하면 ‘우리 음악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시작되었다. 책의 제목에서부터 ‘국악’이 아닌 ‘우리 악(樂)’으로 일컬은 까닭도 그 때문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전수교육조교인 이 책의 저자는 우리 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그림과 도자기 등의 예술 작품을 연결시켜 누구에게나 ‘우리 악’이 친숙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 우리 음악을 생소하게 여기고 재미없다고 멀게만 느끼는 사람들에게 그림도 음악도 도자기도 각기 따로따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우주를 이야기하고 인간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리고자 했다. 혹시 ‘축’과 ‘어’라는 우리 악기를 아는가? ‘축’은 나무 방망이로 절구를 치듯 “딱-딱딱” 하고 세 번 쳐서 음악의 시작을 알린다. ‘어’는 음악의 끝을 알리는 악기로, 통나무를 엎드린 호랑이 형상으로 깎아 만들어, 견죽으로 머리를 세 번 치고 등에 난 스물일곱 개의 톱날을 머리에서 꼬리 쪽으로 긁어 소리를 낸다. “척-척척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저자는 글을 쓸 때 ‘축’을 쳐 시작을 알리고, 1장에서 사물놀이, 장구와 장단, 판소리, 종묘제례악, 우리 음악의 기본음인 12율, 여민락 등에 대해 소개한다. 특히 여민락을 이야기할 때는 ‘음악과 정치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세상이 다르면 음이 달라지고, 음이 달라지면 정치가 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예부터 군주는 나라를 다스림에 인심을 하나로 모아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예(禮)로서 사회질서를 바로잡고 악(樂)으로 하늘과 땅의 조화를 이루고자 했는데, 이를 우리 음악의 오음인 ‘궁, 상, 각, 치, 우’로 풀어가며 오늘날의 정치와도 비교한다. 음악에 취해 그림을 바라보다! 2장에서는 자신과 오랫동안 동거동락한 가야금을 소개한다. 가야금은 오동나무로 통을 깎고, 명주실로 줄을 꼬았다. 통이 되는 나무는 원래 하늘을 향해 자라니 양(陽)의 기운을 띠고, 줄이 되는 명주실은 땅을 기는 누에가 빚었으니 음(陰)의 기운을 띤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은 가야금에 하늘과 땅의 뜻을 담고 세상의 넓이도 함께 담았다. 이러한 가야금 가락에 장구 가락을 담으며 생명력을 불어넣을 때 느껴지는 기운생동을 저자는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페르 탕기의 초상]에서 다시 만난다. 고흐의 짧은 붓질들을 통해 생명력을 움트게 하며 소용돌이치는 기운생동을 예감하는 것이다. 편안하고 시작하는 타령 가락은 우아한 몸짓으로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고운 색깔과 화려한 빛깔을 담는데, 이때 피카소의 [꿈]이 떠오른다. 붉은 의자에 앉아 있는 여인은 아주 편안하게 꿈에 젖어 타령 가락에 흠뻑 빠져 있다. 여인의 가늘고 긴 손가락은 꿈속에서 타령 장단을 짚어가기라도 하듯 유난히 눈에 띈다. 그 밖에 자신이 연주하는 김윤덕류 [가야금 산조]와 김홍도의 [무동]을, [뒷풍류]와 신윤복의 [미인도]를 함께 이야기하기도 하고, 가야금 소리에 김정희의 [세한도]를 얹어 설명하기도 한다. 3장에서는 [수제천] [휘모리] [처용무] [시나위] [영산회상] 등을 이야기할 때 다양한 예술 작품을 함께 소개하면서 친숙함을 더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휘모리’는 가야금에 유일하게 있는 빠른 악장인데, 가야금에 같은 음을 계속해서 튀기는 연튀김 수법이 주류를 이룬다. 저자는 이 달마상에서 휘모리의 연튀김과 같은 옅은 붓질의 가벼운 움직임을 발견한다. 휘모리의 연튀김은 달마상의 커다랗고 부리부리한 코, 부글부글한 눈, 풍성한 눈썹과 콧수염을 그려나가듯 바쁘게 가락을 달아가다 숨을 고르고, 달마도 역시 꽉 다문 입과 턱선을 따라 구레나룻을 좀 길게 그리고 여리게, 한참 달아오른 가락처럼 달아나간다. 시나위가 굿거리와 자진모리장단 틀 안에서 가락을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모습을 조각보에 비유해 설명하기도 한다. 조각보 역시 사각형 틀 안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양과 빛깔을 펼쳐간다. 사방으로 이어진 조각 천들은 리듬감이 흐르고 율동감이 있어 좋다. 한 땀 한 땀의 질서는 살짝 비틀거려도 오히려 자유로운 느낌을 주니,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간다. 가야금을 연주하던 손으로 펜을 잡은 저자는, 하늘, 땅, 인간을 이야기하면서 그 속에 우리 음악을 함께 녹여낸다. 우리 음악은 하늘과 땅이 만들어낸 조화이자, 음과 양의 기운이 만들어낸 조화이다. 인간이 제아무리 귀하다 한들, 세상의 모든 현상을 만들 수는 없으며, 다만 그 안에서 어울려 감을 깨달을 뿐이다. 우리 음악도 그러한 조화 속에서 태어난 것이 아닐까. 우리 음악을 통해 새로운 우주와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