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산골 아이들 소리
2부 꼴찌 만세 3부 참새 사냥 4부 우리들의 소꿉놀이 5부 잠만 들면 꾸는 꿈 -‘꿈’을 주제로 한 연작시 |
|
샛강 아이
1 송장메뚜기 뜨는 강변에 아이가 섰습니다. 개미귀신 망을 보는 샛강에 아이가 우뚝 서 있습니다. 수백 살 버텨온 바위 벼랑에 억새꽃이 깃발처럼 나부낍니다. 발 밑에 깔린 바람이 옷자락을 붙들고 바둥거립니다. -새벽에 황톳물에 휩쓸려 가던 누야의 울부짖음 같은 바람, 바람 소리 -아부지이, 아부지이, 아부지이…… 강물은 은종이처럼 부서지는데 물 속에서 누야가 하얗게 웃는데 아프면서 크는 샛강 아이는 돌아설 줄 모릅니다. --- 본문 중에서 |
|
수다쟁이 참새
찌저불찌저불, 100점 만점에 80점 맞은 아이와 40점 맞은 아이를 차별하지 말아요. 구구를 줄줄 외는 아이와 더듬거리는 아이를, 용감한 아이와 겁이 많은 아이를 구분하려 들지 말아요. 손가락 다섯 개도 서로 다르듯 아이들은 원래 다르게 태어났다구요. 찌저불. 찌저불찌저불, 일요일 아침마다 아이들의 단잠을 깨우지 말아요. 조기 청소는 토요일에 하면 좀 어때요. 아이들은 자면서도 쑥쑥 자라는 거라구요. 일요일에 비가 오면 다음 날도 일요일이 되도록 아이들 달력을 따로 만들 순 없나요? 찌저불. --- 본문 중에서 |
|
▶ 류선열 타계 20주년을 앞두고 새 옷 입은 유고 동시집 『샛강 아이』
‘한 시대를 열심히 살다 간 한 시인과 그의 작품이 휴지처럼 사라진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류선열의 유고 동시집 『샛강 아이』는 선배 시인 전병호의 안타까움에서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났다. 시인이 처음 동시를 발표한 지 18년 만에, 37세의 나이로 일찍이 작고한 지 13년 만인 2002년에야 비로소 초판이 발간된 것이다. 1984년 ‘아동문예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그는 그 당시 신인으로서의 보기 드물게 자기만의 개성적인 어법으로 새로운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가던 시인이었다. 아동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신형건은 『동화책을 먹는 치과의사』(푸른책들, 2004)에서 ‘시인 류선열은 1980년대에 그 당시로는 동시에서 찾아보기 드물던 산문시라는 형식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바 있는 패기 있고 개성적인 시인이었다. 일부 동시에서 이농 현상, 공해 문제, 도시적 삶의 황폐함 등 당대의 사회 현실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들은 유년기의 시골 생활을 담고 있다.’라고 쓴 바 있다. 류선열은 1988년에는 ‘계몽사 어린이문학상’에 장편동화 『솔밭골 별신제』가 당선되어 동화작가로서도 탄탄한 역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듬해인 1989년 11월에 암으로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다행히도 시인 스스로 모아 놓은 유고를 선배인 전병호 시인이 보관하고 있다가 마침내 유고 동시집을 펴냈고, 타계 20주년을 앞둔 오늘날 새로운 표지로 옷을 갈아입고 독자들 앞에 다시 선보이게 된 것이다. ▶ 원형적인 동심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동시들 시인 류선열은 ‘세상에 대해서 할 말이 무척 많았던’지 그의 동시 대부분이 산문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내용상으로는 많은 동시들이 시인 자신의 유년기 체험을 다루고 있거나, 충청북도의 여러 시골 초등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했던 체험을 담고 있다. 「참새 사냥」, 「올뱅이철」, 「똑딱 할멈」, 「잠자리 시집 보내기」, 「우리들의 소꿉놀이」 등 유년기 체험을 다룬 동시들은 일견 회고적 정서를 과도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좀더 찬찬히 음미해 보면 원형적인 동심의 세계가 고스란히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년기의 체험을 단지 과거의 어슴푸레한 기억으로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이미지와 진술을 통하여 생생하게 살아 있는 현실로 되살려 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동시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신나는 놀이에 열중하거나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아이들의 환호성과 맥박의 두근거림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느낄 수 있다. 한편 ‘도시적 삶을 노래하’며 직설적으로 ‘현실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동시들도 많이 눈에 띈다. 이는 농경사회가 쇠퇴하고 급작스런 도시화가 일어난 그 당시의 사회 현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부박한 사회 현실의 영향 때문에 심하게 훼손되어 가는 동심을 회복하고자 하는 소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인의 의식은 ‘하늘로 치솟는 콘크리트 숲 속엔 놀이터에서도 돈, 오락실에서도 돈, 도서실에서도 돈, 돈, 돈, 돈……. 사방이 탁하고 찌든 공기, 우린 돈 없인 놀 곳도 없다구요.’라고 항변하는 동시 「우리의 길을 가고 싶어요」를 비롯하여 「수다쟁이 참새」, 「꼴찌 만세」, 「말 못 하는 바위」 등의 동시들에 잘 드러나 있다. ▶ 모든 이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있기를 토속적이고 질박한 분위기가 물씬한 작품 세계를 추구하면서도, 현실에 대한 따끔한 비판의 소리를 지니고 있던 류선열 시인의 유고 동시집 『샛강 아이』가 출간되고, 또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일각에서 연구되고 재조명을 받고, 또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는 것이 우리 아동문학계로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원형적인 동심의 세계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그의 동시들은 세월을 뛰어넘어 현재의 아이들에게도 애송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기대를 대변하듯, 전병호 시인은 발문에서 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인이 영원히 산다는 것,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제는 『샛강 아이』가 세상 모든 이의 가슴에도 영원히 살아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