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와 SK SUPEX는 새로운 인문?사회과학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기위해 향후 5년간 서강학술총서 100여권을 출판할 예정이다. 이 책은 서강학술총서의 셋 째 출간본이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유학사상에 바탕을 둔 새로운 동양심리학 체계의 성립”이라는 이 책의 의도는 다소 허무맹랑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심리학은 서양에서 그 기초가 닦여졌고 발전한 학문 체계이기 때문이다. 곧, 현대 심리학은 지(知), 정(情), 의(意) 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삼요소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이것에 덕(德)을 추가하여 사요소설을 주장하며, 그 중에서도 도덕을 가장 으뜸으로 여긴다. 그러니 동양심리학이라는 단어 자체는 기존 심리학의 입장에서는 성립할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인간이 서구인은 아니기 때문에, 서구인이 아닌 사람에게 서구인의 심리학을 적용하는 것은 인간 심리 이해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유학을 그 문화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괄목할만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인문?사회학자들에게서 유학에 대한 관심이 폭증할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학문 체계를 재편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저자는 유학의 뿌리인 선진유학(先秦儒學)의 체계에 담긴 심리학적 함의를 20여년간 연구해왔다. 그 결과 선진유학사상을 인성론(人性論), 군자론(君子論), 성인론(聖人論), 수양론(修養論)의 네 체계로 분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학사상의 심리학적 함의를 탐색할 수 있었다. 그 결과물은 당연하게도 기존 심리학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이 저서는 기존 심리학과는 전혀 다른, 선진유학사상에 담긴 심리학을 이끌어내기 위한 선구적인 작업이다.

이 책에서는 인성론(人性論), 군자론(君子論), 성인론(聖人論), 수양론(修養論)의 네 체계에서 각각 심리구성체론, 이상적 인간형론, 사회관계론, 자기통제론을 이끌어낸다. 이는 냉철한 계산자로 인간을 정의한 서구 심리학과는 달리 조화롭고 통일된 세계를 추구하는 동양적 문화를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유용한 도구를 벼려내는 작업이다. 그 도구를 사용하면, 서구 심리학과는 다른 동양 심리학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이다.

동양 심리학 체계의 정립을 위해 이 책에서는 유학 사상에서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이와 서양 인간 이해의 기본 관점을 비교한다. 그리고 공자(孔子) 맹자(孟子) 순자(荀子)의 인성론과 그것을 통합한 심리구성체론과 서구의 심리구성체론을 비교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한다. 이런 변증법적 구성은 각각 군자론, 성인론, 수양론을 걸쳐서 전개되며 그 검토의 결과가 6장에서 모두 합류한다. 이러한 모든 작업은 인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서구 심리학의 대안으로써 동양 심리학을 설정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에서 탈피하여, 인간의 긍정적인 모습을 살펴보려한다. 그것은 세계와 갈등하는 병든 인간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세계와 화해하고 타인과 융합하여 병을 ‘예방’하는 ‘예방 접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