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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를 조심해
이수진 첫 소설집
이수진
문학동네 201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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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갈매기는 끼룩끼룩 운다 - 007
마니차 - 035
아버지 축제 - 073
머리 위를 조심해 - 099
벽장 - 139
전발씨 - 171
원초적 취미 - 207
대단히 멋진 꿈 - 243

해설 | 김형중 (문학평론가)
괄약근 VS 불수의근 - 267

작가의 말 - 281

저자 소개 1

1987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조선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를 수료했다. 2009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원초적 취미>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2009년 계간 《문학동네》에 발표한 <갈매기는 끼룩끼룩 운다>가 2010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에 선정되고, 2010년 계간 《자음과모음》에 발표한 <머리 위를 조심해>가 2011 젊은 소설에 선정되며 일찌감치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로 제4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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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84g | 145*210*20mm
ISBN13
9788954642057

출판사 리뷰

“내 변기가 우릴 만나게 해준 거요. 운명적으로.”

이수진은 등단 초기부터 부끄럽거나 불편하거나 폭력적이어서,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이 대체로 가장 안쪽에 숨겨져 있어 쉽게 드러내기 힘든 인간의 욕구들을 과감하게 파헤쳐왔다.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서사를 밀고 나가다가도 때때로 이러한 감춰진 욕구들을 날것 그대로 묘파해냄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애써 잊었거나 부정했던 ‘진짜’ 현실과 어색하게 마주서게 만든다. 이러한 이수진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기는 표제작인 「머리 위를 조심해」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전봇대 밑에서 잠을 깬 주인공은 전날 자신이 누구와 어떻게 술을 마시고 거기서 잠든 것인지 기억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갑작스런 ‘변의’가 밀려오고, 다급하게 이 배변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장소를 찾아 나선다. 여기서부터 식은땀이 날 만큼 생생하고 집요한 변의에 대한 묘사가 시작된다.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해설(「괄약근 vs 불수의근」)에서 변의에 대한 묘사만큼은 “한국문학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탁월”하다고 극찬했다. 항문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문장들에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한 후에는 느닷없이 세 개의 변기를 등장시킨다. 그러고는 변기의 주인과 ‘인물, 사건, 배경’에 대한 황당한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은 뜻대로 이루어지 않는 현실 혹은 소설세계에 대한 반감과 주인에 대한 살의로까지 나아간다. 이처럼 이수진의 소설은 가독성 높은 문장들을 리드미컬하게 따라 읽는 재미가 있지만, 그 안에 감춰진 비의들까지 발견해낸다면 불편하고 불합리한 세계를 지탱하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묻게 된다.

길에서 마주친 아줌마를 두고 소설가 지망생, 실력 없는 소매치기, 편의점 야간 알바인 세 친구가 내뱉는 동상이몽을 맛깔나게 그린 「갈매기는 끼룩끼룩 운다」,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내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공포스럽게, 그러나 그 공포가 우리 삶에서 먼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시킴으로써 인간 존재의 무기력함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마니차」, 전자발찌를 찬 이웃에 대한 섣부른 오해, 그러니까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선 남을 먼저 해해야 한다는 고단하고 처연한 현대인의 피해망상이 만들어낸 파국을 다룬 「전발씨」, 마조히즘적으로 구멍난 이를 자극하는 것에서 삶의 희락과 목표를 찾아야만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그려낸 등단작 「원초적 취미」 등도 빠르게 읽히는 속도에 반비례해 오랜 여운을 남기는 ‘속 깊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근작으로 올수록 이수진의 소설은 속도에서 멀어져 문장 속으로 깊이 침잠한다. 그러니까 직선으로 빠르게 달려나가는 스프린터에서 바닥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떨어지는 다이버로 몸을 바꾼 것. 정확한 사건을 알 수 없는 「아버지 축제」는 화자인 아들의 환각 같은 진술을 통해 우리가 진짜라고 믿는 대상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되묻고 있다.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하나 세심하게 읽어야 의미를 파악해낼 수 있는 것은 「벽장」도 마찬가지다. 벽장 속의 화자는 자신이 벽장에 갇힌 것인지 혹은 스스로 들어온 것인지, 벽장에서 나가고 싶은 것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끊임없이 자문하며 스스로를 분열시킨다. 더욱이 벽장 밖에서는 수많은 ‘그’들이 문을 두들기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며 화자를 더욱 혼란에 빠뜨린다. 스스로를 통제하기도 버거운 세계를 사는 우리가 한 번쯤 꿔봤음직한 몽롱한 꿈 같은 소설이다. 특히 이 작품에는 카프카의 『변신』의 일러스트를 그린 루이스 스카파티를 연상케 하는, 작가가 직접 그린 빼어난 그림이 실려 있어 생동감을 더한다.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대단히 멋진 꿈」은 실직중인 불면증 환자의 꿈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꿈이라는 것을 예감하면서도 “이국적이면서도 낯설고 매혹적인” 문장들을 좇아 읽는 즐거움이 있는 작품이다.

이수진은 스프린터에서 다이버까지 자유자재로 몸을 바꿀 수 있는 작가다. 그리고 그 끝과 바닥을 쉬이 예측할 수 없기에 결국엔 끝까지 읽고 마는 것이 그의 소설이다. 거침없이 이 세계를 향해 욕설을 내뱉다가도 엄정한 문장들로 그 세계에 청량한 경종을 울리고야 마는 그의 첫 소설집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
이수진의 소설관은 명확해 보인다. 작가가 통제할 수 없는 인물, 파괴되는 작가의 설정, 작가의 의도대로 맺어지지 않는 결말, 그러니까 인물도 사건도 설정도 결국엔 문장들의 불수의적 연동운동에 의해 점령당하고 마는 장르, 그것이 소설이다. 이때, (정말이지 내키지 않지만 굳이 정의해야 한다면) 작가란 ‘내장의 연동운동을 통제하는 데 실패한 괄약근’ 정도가 될 것이고, 작품이란 ‘연동운동의 조절에 실패한 작가가 싸질러놓은 똥’쯤 되겠다. 물론 인물은 내장의 연동운동 그 자체일 것이다. 그 운동이 행위와 사건을 낳을(싸지를) 테니 말이다. 어쨌거나 간에, 이토록 기발한 소설론을 나는 여태 들어본 적도 읽어본 적도 없다. _김형중(문학평론가)

이제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그럭저럭 받아들이고 있다.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끔이나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잘 알기는커녕 뭘 알아야 할지조차 결정짓기 어려웠던 시간들,
(그게 나를 자꾸만 더 멀리 달아나게 만들었지만)

그 도피의 궤적들을 나는 울며불며 어떻게든 옮겨 적었다.
_‘작가의 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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