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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같은 하루
외로운 청개구리 복실이 강아지 이름 짓기 날개 치는 작은 새들 품앗이하는 날 운동화 한 켤레 값이 할아버지, 죽지 마세요 고마운 이웃들 네가 할애비를 돕는 구나 한밤의 잔치 꿀 뜨기 김장 담그는 날 향불 속에 간 할머니 깊어 가는 겨울 둘이서 다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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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주머니가 부르는 값을 듣더니 할아버지는 입을 딱 벌렸다. 그러면서도 민우의 뜻을 꺾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색깔이 희면 때가 잘 타니 검은색으로 고르면 어떻겠냐고 한마디했을 뿐. 그러나 그것도 민우가 고집을 피우니까 그냥 넘어갔다.
이제까지 한 번도 민우의 뜻을 들어주지 않던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제 뜻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기 때문에 민우는 오랜만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할아버지가 값을 치를 때 보니까 할아버지의 지갑 속에는 가지고 온 돈을 몽땅 쓰고 천 원짜리가 겨우 몇 장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기분이 흡족한지 빙그레 웃으며 민우의 등을 밀었다. --- p.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