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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 끝대궁에 앉은 잠자리 입동전후(立冬前後) 밝고 온유한 것들이 -죽전리·1 젖 지금은 날짐승들의 산란기이므로 정숙 바람-죽전리·2 어느 북한 여자 문진(文鎭) 하나님의 깃발 중부고비사막 상공에서의 어나운스먼트 아프가니스탄 CCTV 봄, 한일(閑日) 알약 석류 봄밤 아, 도처에서 골목들이 사라진다! 나비·2 대한(大寒) 지나서 열흘쯤 시몬스 침대 위로 튕겨 올라간 사나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청량리 오팔팔 조응(照應) 안부 묻습니다 -대구·5 무태(無怠) -대구·12 미드필드 가을 抒情 퍼즐 장사 잘 하는 거지 수박 達磨 병아리 이정표 II 숟가락 서정춘 관찰 하나 관찰 둘 기파랑 상(耆婆郞 像) 비스라바 쉼보르스카 점점 장구가 되어 가던 쌀통 진달래 가고 영산홍 오고-죽전리·3 하지·2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 사월진달래 포인세치아 참이슬 소통 한가로운 봄 상춘곡 별사(賞春曲 別辭) 무료하던 참에 우연히 연보 란닝구 뉴욕 양키즈의 멋진 유격수 위대한 뉴밀레니엄의 정월 초하룻날 아침 스티로폼처럼 가벼워지는 우리 동네 -죽전리·4 佛谷山에서 -죽전리·6 겨울 벼락 울진 장날 코스모스·2 지붕 소설한일(小雪閒日) 경산(慶山) -대구·18 자전거 빨강과 하양 해 설 존재의 근원에 닿는 길| 전병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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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근원에 닿는 길
이번 시집 숟가락에 실려 있는 시편들은 시인의 마음의 풍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시편들이다. 여기에는 그의 몸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엮어 놓은 삶의 경험과 그것들이 그의 마음에 형성하는 파문의 흔적이 함께 녹아 있다. 때로는 긴 호흡으로, 때로는 경쾌한 호흡으로 읊어지는 이 노래들에는 그가 체험한 사물과 세계를 새로운 빛 속에서 포착하는 강인한 직관의 힘이 있어 그것들을 새로운 지평에서 드러나게 한다. 오랜 동안 한 주제를 깊이 있게 탐색해 온 시인에게 또 다른 주제란 쉽게 상정되거나 모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상희구는 발해라는 화두를 버리고 다른 화두를 선택하였다. 서로 다른 물음을 던지면서도 그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구라는, 자신의 시학의 근본 물음은 버리거나 수정하지 않았다. 한갓된 자신의 감정과 의식으로 사물을 간섭하거나 방해하지 않고 사물의 사물됨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그러면서도 그런 사물됨을 자신의 몸과 의식으로 받아들이는 구체적인 실천을 행함으로써 그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이어나갔고, 그 탐구의 끝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였다. 이 새로운 길은 안이하게 이전의 경향을 답습하지 않고 용기있게 새로운 시도를 감행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능숙한 반복보다는 차라리 미숙한 탐구가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듯 비슷하고, 비슷한 듯 다른 이제까지의 시작이 어떤 임계점에 도달하여 또다른 꽃망울을 튀울 순간을 예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