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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찬 여행기
양장
류어 김시준
연암서가 200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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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라오찬 여행기

서문
1. 풍랑에 휩쓸리는 거선(巨船)
2. 강남의 고적을 돌아보며
3. 제남부의 명승지를 찾아서
4. 라오둥의 이야기
5. 청렴한 혹리(酷吏)
6. 관리들의 횡포
7. 책략을 바치다
8. 도화산을 찾아서
9. 산골 처녀의 고담 준론(高談峻論)
10. 거문고의 명얀주를 감상하며
11. 북권(北拳)과 남혁(南革)
12. 겨울의 황하
13. 기녀의 슬픈 사연
14. 홍수와 만두
15. 누명 쓴 강도 사건
16. 혹리의 재판
17. 연분
18. 원한을 갚다
19. 다시 요령을 흔들며
20. 소생(蘇生)

속 라오찬 여행기

서문
1. 태산에 올라 묘당에 참배하다
2. 쑹 공자(宋公子)의 횡포
3. 첫사랑
4. 환상에서 깨어나다
5. 연꽃은 진흙 속에서 핀다
6. 한 많은 속세를 떠나면서

역자의 말-류어와 『라오찬 여행기』

저자 소개

저자 : 류어
본명이 멍펑(孟鵬)인 류어는 강소성(江蘇省) 단도(丹徒), 즉 현재의 진강(鎭江)의 관료 가문에서 태어났다. 1876년 남경(南京)의 향시(鄕試)에 응시했다가 낙방하고는 이학(理學), 불학(佛學), 금석문(金石文), 의술(醫術), 점복(占卜) 등을 공부하였다. 1880년부터는 태주학파(泰州學派)의 사상에 심취하여 양주(揚州)의 리룽촨(李龍川)을 찾아 사사하면서 그의 사상 체계가 성립되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 많은 일에 참여하고 경험하였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1888년 황하가 넘쳐 큰 수재가 나자 직접 인부들을 진두지휘하여 치수에 성공하여 이름을 날렸다.

1893년 총리아문(總理衙門) 시험에 합격하여 지부(知府)의 자격을 얻어 관리의 길이 열렸다. 그러나 그 해에 어머니의 상을 당해 고향에 돌아갔다가 이듬해에 청일전쟁을 만났다. 1896년 양광총독(兩廣總督) 장즈퉁(張之洞)의 초청으로 그의 막료가 되었다. 그는 국가가 부강해야 외세의 침략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겨 외국의 자본으로라도 철도를 부설하고 탄광을 개발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으나, 쇄국을 주장하는 관료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1899년 하남성 안양현에서 은대(殷代)의 복사(卜辭)를 새긴 갑골(甲骨)이 다량 발견되자 그는 그 가치를 인지하고 친구인 뤄전위(羅振玉)에게 이를 수집하고 연구하도록 하여 후에 유명한 갑골학자가 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그 자신도 갑골들을 수집하여『테윈장구(鐵雲藏龜)』라는 책을 펴내어 갑골문 연구에 크게 이바지했다.

1903년 유일한 소설인 『라오찬 여행기』를 쓰기 시작하여 이듬해에 탈고했고, 1905년에는 『속집』을 썼다. 1907년 위안스카이(袁世凱) 정부에 의해 정부미를 사사로이 매매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령이 내려져 도피생활을 하다 1908년에 체포되어 신강(新疆)에 유배되었고 이듬해인 1909년에 유배지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역자 : 김시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대만대학 중국문화연구소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중국현대문학사』 『중국현대문학론』,『중국당대문학사조론연구』, 『중국당대문학사』, 『모시연구』, 『한반도와 중국3성의 역사문화』(공저), 『반도와 만주의 역사문화』(공저) 등이 있고, 번역서로 『루쉰 소설 전집』, 『리가장의 변천』, 『샤오얼헤이의 결혼』, 『중국현당대산문선』, 『안자춘추』, 『대학·중용』, 『소동파시선』, 『고문진보 후집』, 『초사』, 『벽위편』 등이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1월 1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62쪽 | 545g | 140*196*30mm
ISBN13
9788996043447

책 속으로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삶을 의지할 데가 없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여덟 개의 돛대 아래에는 각각 두 사람씩 돛줄을 관장하고 있으며, 뱃머리와 갑판에는 선원 차림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배는 비록 이십삼사 장이나 되게 크다고 하지만 파손된 곳이 적지 않았다. 배 동쪽은 삼사 장이나 되게 파괴되어 파도가 들락거리고 있고, 그 옆, 그러니까 역시 동쪽에 또 일 장이나 되게 파괴된 곳이 있어서 점점 침수되고 있었다. 그 나머지도 어디 하나 상처를 입지 않은 곳이 없었다. 여덟 개의 돛을 관장하는 자들은 열심히 그곳을 돌보고 있으나 각자가 자기의 일만 돌보고 있어 마치 각자가 여덟 척의 배를 모는 듯이 서로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또 뱃사람들은 갑판 위에 앉아 있는 수많은 남녀들 사이를 쑤시고 다니는데,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 p.18

“쭈어천이 가혹한 것은 사실이나 조주부의 민심도 참으로 흉흉했죠. 지난날 제가 조주부에 있었을 때에 거의 매일이다시피 강도 사건이 발생하여 이백여 명의 소대를 데리고 있었지만, 마치 쥐를 잡지 않는 고양이같이 전혀 쓸모가 없었어요. 여러 현에서 잡아왔다는 강도를 보면, 거의가 빈약한 시골 사람들로 강도의 위협을 받아 당나귀를 지켜주었거나 짐을 날라다 준 사람뿐으로 진짜 강도는 백 명 중에 하나도 골라낼 수 없었어요. 오늘날 위쭈어천이 호되게 다스렸기 때문에 강도 사건이 없어진 겁니다. 그 일들을 비교해보니, 저는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p.48

“선생은 요령을 흔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십니다. 세상을 바로잡으시는 데 하필이면 이렇게 하셔야만 되십니까? 저 같은 인간을 버리지 마시고 받아주십시오. 선생이 나쁘게 생각하실는지 어떨지 모르겠으나, 두어 마디 더 올리겠습니다. 어저께 선생께서는 은둔하여 세상에 이름을 더 높이는 것을 비속하다 하시고 또 천지가 재사(才士)를 내는 데 한정이 있으므로 구태여 스스로 미천하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에는 전적으로 감복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생은 입으로만 그렇게 말씀하시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순무께서 선생을 초청하여 벼슬길에 모셨는데도 선생은 야밤에 도주하셔서 꼭 요령만을 흔들려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벽을 뚫고 도망친다’거나 ‘귀를 씻고 듣지 않는다’는 옛 성인의 행위와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제 말이 우둔하고 잘못이 있어도 용서해주십시오. 저를 책망하시지 마시고 재삼 생각해보십시오!” --- p.97

“그 이치가 달의 차오르고 스러지는 것과 명암의 이치와 같을 수 없지요. 달의 어두운 쪽 반이 사람들을 향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어둡다 하고, 밝은 쪽 반이 사람들을 향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달이 밝다고 하는 것입니다. 초여드레와 스무사흘의 달은 사람과 정반대의 측면에 있기 때문에 반은 밝고 반은 어두워 상현과 하현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이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달리 보이는 것입니다. 만약 스무여드레나 아흐레, 아주 어두운 때라도 사람이 달에 가본다면, 말할 것도 없이 달은 밝은 모습일 겁니다. 이것이 바로 명암의 이치인 것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반이 밝고 반이 어두운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원칙입니다. 반이 밝다는 것은 영원히 반이 밝은 것이고 반이 어두운 것은, 영원히 반이 어두운 것입니다. 밝은 것이 바로 어두운 것이고 어두운 것이 바로 밝은 것이라는 원칙은 영원히 통하지 않습니다.” --- p.163

“어제의 나는 이와 같았고, 오늘의 나 또한 이와 같다. 나의 방을 보면 침상이 하나, 탁자가 하나, 자리가 하나, 등이 한 개, 벼루가 한 개, 붓이 한 자루, 종이가 한 장 있다. 어제의 침상, 탁자, 등, 벼루, 붓, 종이도 이와 같았다. 오늘의 침상, 탁자, 자리, 등, 벼루, 붓, 종이도 여전히 이와 같다. 본래부터 명확히 내가 있고 또 이러한 침상이 하나, 탁자가 하나, 자리가 하나, 등이 한 개, 벼루가 한 개, 붓이 한 자루, 종이가 한 장 있는 것이다. 마치 꿈에 새가 되어 하늘보다 높이 날다가 깨어나면, 새도 하늘도 모두 없는 것과는 다르다. 마치 꿈에 고기가 되어 연못 속으로 들어갔다가 깨어나면 고기도 연못도 모두 없는 것과도 다르다. 더욱이 높다든가 들어간다는 말은 무엇인가? 내가 나를 보면 실지로 그러한 물건이 있으나 꿈이 꿈같지 않더라도 실지로 그러한 일은 없는 것이다. 그런즉 인생은 꿈과 같은 것, 본시 몽수의 우언만이랴!” --- p.339

꿈의 정경이라는 것이 비록 이미 환상이고 허상이라서 다시 복원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나, 꿈속의 나는 엄연히 서술할 만한 어떤 실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백 년 후의 내가 어디로 돌아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꿈과 같은 백 년의 정경은 있어도 이런 정경 속의 나를 서술할 것은 없다. 인생 백 년을 꿈에 비유하나 오히려 백 년이 꿈보다 허무하다고 생각된다. 아! 꿈보다 더 허무한 백 년을 왜 그다지도 부지런하고 세심하게, 바쁘게, 시끄럽게 살려는 것인가?

--- p.341

출판사 리뷰

몰락해가는 세상을 향한 큰 울음

중국 근대 청나라 말기에는 관리들의 부패가 무척 심했다. 백성들은 관리들의 핍박에 시달렸고 민심은 흉흉했으며 나라는 점점 쇠퇴일로로 치달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많은 작가들이 소설의 힘을 빌어 관료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폭로하였고 소설을 통해 대중들을 각성시켜 기울어져가는 나라를 구하고자 하였다.
『라오찬 여행기』는 바로 이와 같은 견책소설의 대표작이다. 이 소설의 특징은 부정부패한 관리를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청렴을 자처하고 백성들을 혹독하게 다루어 백성들이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게 하는 혹리(酷吏)의 학정을 폭로하고 비판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소설은 떠돌이 의사 라오찬이 중국 각지를 다니면서 병든 사람들을 치료하며 지방 관리들의 치정 행태를 기록한 일종의 여행소설이다. 주인공 라오찬은 병자들의 신체적 질병을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패로 가득한 사회의 병폐를 고발하고 백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지방을 여행하면서 여러 뜻있는 사람들과 현실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날카로운 이성과 통쾌한 일처리, 인간적인 애정이 가득한 그의 행적은 열린 지식인이 스러져가는 제국에 대해 지니고 있던 희망을 보여주며 아울러 난세를 살아가는 현대의 우리들에게도 역경을 헤쳐 나가는 따뜻한 믿음을 갖게 한다.

제국주의의 침탈 앞에 쇠잔해가던 청나라의 현실을 아파하다

이 소설은 저자 류어가 자신의 행적을 소설화한 자전적 소설로 알려져 있다. 라오찬이라는 떠돌이 의사가 각지를 편력하면서 보고 들은 사건들을 기록한 형식으로 당시 청나라의 정치와 사회상을 폭로, 비판한 소설이다.

라오찬(老殘)이란 늙고 힘없는 사람이란 뜻이고, 유기(遊記)란 여행자의 기록이니, 이 책은 늙어 힘없는 관찰자가 각처를 떠돌아다니며 견문한 사실을 적은 여행의 기록이 된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라오찬이 만난 부호 황뤠이허는 바로 황하를 비유하여 의인화한 인물로서, 그의 병은 바로 중국 최대의 관심사인 황하의 수재(水災)를 상징한다. 저자는 산동순무 장야오를 도와 치수(治水)에 기여했던 사실을 소설에서 재현하고 있다. 이어 친구 두 사람과 일출을 구경하러 바다에 나가는 장면에서 묘사한 경치는 바로 러시아와 일본의 대치를 상징하고 있으며(북방에서 큰 구름, 즉 러시아가 몰려오는데 동쪽에서 또 다른 큰 구름, 즉 일본이 몰려와서 서로 밀치며 물러나려 하지 않는다), 성난 파도에 표류하는 큰 배는 러시아와 일본의 전운과 서구 열강의 침략 앞에서 몸부림치는 중국을 비유하고 있다.
큰 배의 길이 이십삼사 장(丈)은 당시 중국의 행정 구역이고, 조타를 관장하는 네 명은 당시 조정을 좌지우지하던 네 명의 군기대신이며, 여덟 개의 돛은 각 행성의 총독들이고, 배 위의 손님들은 국민들이며, 선객을 선동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사람들은 바로 혁명당원들이다. 주인공은 서양의 과학(나침판과 육분의)으로 표류하는 배를 구하려다 오히려 매국노라는 오명을 쓴다. 이렇듯 이 소설은 첫머리부터 당시의 중국에 대한 비판적 상징으로 시작된다.
4장에서 11장까지는 선쯔핑이라는 선비가 도화산에 들어가서 위구라는 처녀와 황룽즈라는 도사와 세상사를 담론하는 내용인데, 이는 저자 류어가 태주학파라는 종교를 믿으면서 그 교리를 설법한 것이다. 태주학파는 일명 대성교(大成敎), 대학교(大學敎), 성인교(聖人敎), 황애교(黃厓敎)라고도 불리는 종교로 유, 불, 도의 세 종교를 혼합한 지방 종교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이 종교에 경도되어 미신 같은 예언을 하고 있다.

이 소설의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점으로, 작품의 전반과 후반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혹독한 관리를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청렴하다는 것을 내세워 백성들을 혹독하게 다룬다. 일반적으로 나라가 혼란할 때에는 탐관오리가 등장하여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려 지탄의 대상이 되나, 이 소설에서는 그런 선입견의 의표를 찔러 비록 청렴한 관리이기는 하나 또한 그가 자신의 청렴성을 내세워 얼마나 가혹하게 백성들을 괴롭히는가를 묘사하고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혹독한 관리는 실제 인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전반에 나오는 위센은 산동순무를 지내면서 의화단 사건 당시 다수의 기독교를 학살한 위센이고 후반에 등장하는 깡삐는 군기대신을 지낸 만주 귀족 출신의 깡이가 모델이라고 한다. 그들은 청렴결백하다는 자부심만으로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혹독하게 백성들을 탄압했다. 저자는 이것을 탐관오리보다도 더 나쁜 관리로서, 출세욕과 아집이 뒤섞여 모순을 야기하는 관리 사회의 전형적인 병폐 가운데 하나라고 고발하고 있다.
이 밖에 겨울철 꽁꽁 언 황하에 갇힌 뱃길을 뚫기 위해 밤새 혹한 속에 얼음을 깨는 백성들의 고초며, 몸을 파는 기녀들의 입을 통해 신랄하게 펼쳐지는 지식인들의 가식과 허위에 대한 폭로, 아버지의 권세를 믿고 횡포를 부리다 경을 치는 쑹 공자 이야기 등은 모두 그 시대 현실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
고도의 상징과 비유, 함축으로 엮여진 이 소설은 예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문체와 사실적이면서도 정감어린 묘사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루쉰은 그의 저서인 『중국소설사략』에서 청말의 4대 견책소설(譴責小說)의 대표작으로 이 소설을 꼽았으며, 후쓰(胡適)는 인물과 풍경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그의 필치에 경탄을 아끼지 않았다.

추천평

“이소설이 중국 문학사에 끼친 최대의 공헌은 작가의 사상이 아니라 풍경과 인물을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에 있다. 류어는 문학의 천재로 그의 문학적 견해는 탁월하다.”
후스(胡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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