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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고통을 건너” 피어난 “접시꽃” 앞에서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조시인 이우걸의 10번째 시집이다. 현재 밀양교육청 교육장이신 이우걸 시인이 평생 직장이었던 교직을 2009년 2월말 떠나며 펴낸 퇴임 기념 시집이기도 하다. 시조시인 이우걸은 진솔하다. 사람도 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몇 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시와 시인의 이미지는 ‘하나’로 합쳐져, 마치 시와 시인 이우걸이 서로에 대해 ‘기호’와 ‘의미’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말하자면, 시가 시인의 ‘의미’를 밝히는 ‘기호’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시인이 시의 ‘의미’를 밝히는 ‘기호’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우걸이 앞으로 펼쳐 보일 새로운 “정신의 핏빛 요철”은 현실과 세속의 눈길에서 벗어나 자유를 마음껏 구가하는 길이 될 것이다. 또 한 편의 자기 성찰을 담은 시 ?월평을 읽으며?에서 시인은 “월평을 경전처럼 받들던 때가 있었”음을, “말들을 길들이고 자유에 경고를 주던/서글픈 눈치 보기가/젊은 한때의 공부였”음을, “노을처럼 흩어져 있는 감정의 파편을 보며/깨어진 거울에 비친 사물들의 음영을 보며/철없이 내가 믿었던/그 독서는/끝이 났”음을 고백하고 있거니와, 이 같은 고백은 앞으로 시인이 “들판으로, 숲으로 또는 바다로” 나가 누릴 정신의 자유를 암시하는 것 아니겠는가. 바라건대, 앞으로 펼쳐질 이우걸 시인의 세계가 교직 생활에 몸담고 있었을 때 못지않게 차원이 높고 넓고 깊은 것이 되기를! 아니, “나를 운반해 온 시간들의 발자국”(「흉터」)을 되돌아보는 일이기도 한 일련의 자기 성찰을 계기로 하여 시인 이우걸이 더욱더 아름다운 “접시꽃”을 풍성하게 피우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