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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 그들을 만나 행복했다 1 욕망의 도시를 벗어나 새 꿈 펼친 ‘흙수저’ 아티스트 _청주시 수암골의 림민 작가 2 죽다 살아난 이 남자의 선택! _충주시 동량면 인형극단 ‘보물’의 김종구 대표 3 ‘확 깨는’ 그의 시, 이렇게 만들어졌다 _제천시 백운면 원서문학관의 오탁번 시인 4 호주제 없앤 ‘꼴통 페미’가 동학에 꽂힌 이유 _옥천군 청산면의 한의사 고은광순 5 이 책 인세로 술 마시고 저 책 인세로 쌀 사면 된다 _제천시 덕산면의 만화가 이은홍 6 우리 마을 통장님, 알고 보니 미술 작가 _청주시 사직동의 653예술상회 이종현 작가 7 ‘수묵 누드’ 개척한 그녀의 그림 인생 _충주시 동량면의 화가 문은희 8 쾌락이 있고 예술이 꽃피는 시골 만화방 _괴산군 문광면의 탑골만화방 양철모 작가 9 예쁜 꽃밭 그리려고 한갓진 농촌에 살아요 _충주시 엄정면에 사는 그림책 작가 정승각 10 주류 전통음악에서 뛰쳐나온 소리계의 펑크 로커 _충주시 신니면의 경서도소리꾼 권재은 11 ‘천년의 세월’을 머금은 종이를 뜨다 _청주시 문의면의 공예가 이종국 12 자계예술촌에서 벌어지는 ‘그믐달의 들놀음’ _영동군 용화면의 박창호 예술감독 13 비바람 속에서도 뒷마당을 묵묵히 지키던 장독처럼 _청주시 오송읍의 박재환 옹기장 14 가난한 예술가와 활동가들이 쉬어 갈 수 있는 곳 _괴산군 칠성면의 숲속작은책방 추천의 글 행복의 역설 _ 도종환(시인, 국회의원) 변방의식을 일깨우는 _ 송재봉(충북 NGO 센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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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20대 때 서울이란 도시는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장소였어요. 나도 찬란히 빛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끊임없이 꿈을 갉아먹는 도시가 아닌가, 소비를 충동해서 낙오자로 전락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p.21
“걱정들을 하시는데요, 공연 수익금으로 생활하기가 풍족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생활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텃밭에서 나는 것으로 자급자족하고 옷도 벼룩시장에서 좋은 옷을 사 입을 수 있거든요. 돈을 안 쓰면 됩니다. 자본주의 구조에서 탈출하면 돼요.” “공연 때마다 저는 아이들에게 꼭 말합니다. 모두가 가는 길을 따라가지 마라, 그 길에서 벗어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 할아버지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너무 행복하다, 너희들도 꼭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요.” --- p.43, 44 이 작가는 종종 ‘다시 도시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돈독한 마을 인심 때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이 농사법도 친절히 알려주고 때가 되면 브로콜리나 치커리, 양배추 등 농작물을 나눠 준다고 한다. 그 때문에 “시골은 굶어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는” 행복한 역설이 가득한 공간이라고 한다. --- p.79 “시골이 문화 소외 지역이라고들 해요. 그런데 제 생각에 삶의 문화는 시골이 더 풍부해요.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수확하고 또 축제를 하고요. 도시에서 문화가 풍부하다는 것은 돈을 주고 소유할 수 있는 것들, 가령 영화를 보거나 세련된 갤러리에 다니는 일들이 많다는 거죠. 자신의 직접적인 삶과 개별화돼 있죠. 하지만 시골에는 공동체 문화뿐만 아니라 자연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문화가 널려 있어요.” --- p.114-115 한 인디 가수는 권재은 소리꾼을 “주류 전통음악에서 뛰쳐나온 소리계의 펑크 록커”라고 표현했다. 권재은 소리꾼도 자신이 비주류임을 인정한다. 향토, 민족, 국가를 강조하는 전통음악에서 그는 유독 ‘나 자신’을 탐색한다. “내가 즐거운 소리가 가장 즐거운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소리를 찾기 위해 ‘고립’을 자초한 권재은 소리꾼은 때로 외롭지만 얻는 게 많다고 말한다. “산속에 있으니까 내면이 깊어지는 게 있어요. 뭔가 그리워하잖아요. 적당히 그리워야 상대방을 볼 수 있고.” --- p.140 산골 생활이 마냥 쉽지는 않다. 우선 열 명 가까이 됐던 예술촌 상근자가 이제 박 감독과 박 대표 둘만 남았다. 후배들은 대부분 대전으로 돌아가 공연이 있을 때만 온다. 주변에 24시간 편의점이나 옷가게 등 도시가 주는 편리함이 없고 다른 극단과의 교류도 어려워 젊은 후배들이 정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배우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었다. “버티는 것이 장기”라고 말하는 박 감독도 처음에는 이런 고립이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거리의 신호등과 도시의 시곗바늘이 아닌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대로 삶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술 마실 가게는 찾기 어렵지만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과 나누는 술 한 잔이 더욱 소중해졌고, 사람을 만나는 횟수는 줄었지만 자신을 알아 가는 맛은 웅숭깊어졌다고 할까요.” --- p.167 괴산군 미루마을은 화석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너지 마을이다. 주변 농가들도 농약을 잘 쓰지 않아 여름밤이면 반딧불이가 들판을 수놓는다. 가로등도 거의 없어 해만 지면 별빛이 쏟아진다. 김병록 사장은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오두막에 일부러 전기를 가설하지 않았다. 캠핑용 의자와 해먹도 설치했다. 가을에는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겨울에는 모닥불을 피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이곳은 일부러 가공하지 않아도 자연이라는 최고의 인테리어가 있죠.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졸다 쉬다 책을 볼 수 있는 곳 은 전국에 이곳밖에 없을 거예요. 자연이 재산이죠.” --- p.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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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인 14색, 그들의 인생 이야기
“모두가 가는 길을 따라가지 마라. 그 길에서 벗어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인형극단 ‘보물’ 김종구 대표의 말로 상징되는 창조적인 삶을 살아 내고 있는 소리꾼, 시인, 화가, 만화가, 글방지기, 연극인, 명상가, 옹기장 등 열네 명의 인생 이야기는 무엇보다 재미있다. 그들이 꿈꾸고 계획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 또 무언가를 궁리하며 이루어가는 모습은 또한 재미를 넘는 감동을 준다. 기자의 냉철함보다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신뢰와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 낸 14편의 글들은 글 속 주인공들의 삶보다 다채롭다. 그들과 적게는 서너 시간에서 많게는 밤을 새며 묻고 들으며 기록해 마음을 담아 꾹꾹 다시 눌러 썼기 때문이리라. 또 저자의 첫 그림 선생인 유순상 작가는 인터뷰에 동행해 인터뷰 모습과 내용을 사진과 그림으로 옮겨 책에 실었다. 3년 동안 만나 온 열네 명의 인생의 깊이를 온전히 다 받아 안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라는 저자는 자신에게 충만한 위로와 용기를 선사한 인터뷰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흔 살에 가까운 문은희 화백은 이미 크로키 대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좋다며 지금도 주부들과 함께 문화센터에서 그림을 배우고 있고, 그림 한 장을 그려 내기 위해 탐사보도하듯 취재하는 정승각 작가는 사는 공간이 어디든 실력은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다. 특히 괴산의 탑골만화방 양철모 작가는 자신의 공간을 내게 아지트로 내주며 어떻게 친구를 맺고 어울리며 살 수 있는지 알려 주었다. 나는 만화방을 자주 들락거리며 만화방 손님들과 함께 야산에서 나무를 해 와 난로를 피우고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밥을 해 먹으며 이렇게 살아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