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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가슴에 새긴 기억 하나
우리가 사는 까닭 단벌신사 선생님은 거짓말쟁이 이상한 시상식 책상 위의 칼자국 불씨 선생님의 발자국 2부 가문 교실에서 선생님 다 알지요? 나비 지각생 겨울연가 몽정 분단 조국의 앞날 겨울 교실에서 얼음 위에서 토끼와 거북이 나는 행복해 3부 나무는 살아있다 일급수 수돗물 인형의 일기 보물 창고에 자물쇠를 채우며 버려지고 싶어 기계는 돌아간다 경외하는 빠삐용에게 불장난 좀벌레 나무는 살아있다 추상화는 싫어 첫눈 내리던 날 섬은 제 홀로 서지 않는다 새야 새야 4부 눈 뜨는 아이들 엄마는 단식 중 분단 나누기 전능하신 어머니 사회 시간 습격사건 부전자전 비교문화 전공자의 자녀 박정승 철새의 소원 경찰서 가는 길 아버지를 업고 고드름 억새가 웃다 행복은 성적순 교육의 기본 정신 꼬리표 나온 날 졸업 카스트 제도 5부 공통분모를 가진 분자식 초칠한 복도에서 스승의 가슴은 학교 폐쇄 명령 백일기도 싼 게 비지떡 가장 중요한 날 너 재미있니? 풀이 자랄 때 파리채 휘두르기 국기에 대한 맹세 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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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의 칼자국
옛날이라고 하기엔 아주 가까운 내 초등학교 시절 짝꿍과 나는 초록색 페인트칠한 한 책상을 사용했다. 생존을 위해 경쟁했던 그 시대처럼 우리는 칼로 책상 가운데를 파댔다. 하얗게 나뭇결이 드러난 이등분선은 머리 수술자국 같은 흉터를 남겼다. 짝꿍의 공책이 흉터를 넘어오면 나는 여지없이 짝꿍의 공책을 잘랐고 내 연필이 넘어가면 짝꿍은 여지없이 내 연필을 부러뜨렸다. 그 땐 그렇게 사는 것이 옳은 것으로만 알았다. 내 영역은 소중하고 네 것과 내 것이 분명할 때 세상은 평등해진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흐르고 흘렀다. 짝꿍은 어른이 되고 나도 또한 어른이 된 후 초록빛 책상 가운데를 갈랐던 하얗고 흉물스런 기억이 내 가슴에 흉터로 남아 지워지질 않았다. 지금은 삭막한 세상의 가운데서 함께 손을 붙들고자 해도 망망대해의 무인도처럼 손을 내미는 이 없는데 그 때, 누군가 우리에게 함께하는 아름다움을 가르쳤다면 누군가 그 때 우리에게 함께 같은 책상을 사용하는 아름다움을 가르쳤다면 오늘 이처럼 외로운 바다에 서 있지 않을 것을 새하얀 한 가닥 흉터도 남기지 않았을 것을. 그 누군가. --- p.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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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길의 이번 시집은 ‘오늘의 교육 문제’를 ‘현장’이라는 기반 위에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그간 사제간의 애틋한 정이나, 왜곡된 교육 현실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의 아픔, 그 현장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교사들의 애환과 긍지 등을 담은 시집들이 적지 않았다. 필자 역시 그런 작품집을 여러 종 보아왔던 터라 이번 시집이 주는 충격이 훨씬 커졌음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교육 현실을 말할 때, 어떤 이유에서든지 어떤 관점에서든지 아이들, 학생들은 순진한 피해자이며 희생양으로 그려져 왔다.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순진한 희생양들의 마음속, 혹은 야망 있는 최소한의 수혜자들의 생각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는지 모른다. 시인이 ‘카스트’라고 비유한 이 현실, 제도가 유지되길 바라는 소수가 있다면, 그들 또한 다른 의미에서 희생자들이라는 인식에 도달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시인은 이들이 왜 또 다른 의미의 희생자인가를 시집 곳곳에서 비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