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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바람 부는 대로 영혼을 위대한 당신_ 마음이 흐르는 대로 시인의 죽음 사람, 삶 그리고 사랑 흰나비 춤추는 밤 겨울 강에 흐르다 첫 발자국 밤하늘을 지붕 삼아 환장할 가을 길에서 사람 얼굴로 한겨울 새들은 어디에서 지내는가 가련한 인생 어디에서 타올랐을까 무어라 부르리! 서울에서 보낸 사흘 두물머리 강물처럼 오래된 집 거인들의 편지 겨울 땔나무 눈 내리는 밤의 리얼리즘 나를 살게 하는 당 일기 생강나무 촛불이 아름다운 밤 멀리 떨어져 함께 살아가기 소설 그리고 당신 물고기 한 마리 내 편지를 받아 볼 오직 한 사람 당신만이 이 삶을 견디게 합니다 당신의 눈이 부드러워지기를! 돌이킬 수 없는 인생 백양사에서 가을에 물들다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기를! 여자만에서 여자만으로 한 번뿐인 인생, 나는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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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인생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요. 당신의 영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요. 앞으로 닥칠 세월, 쉰이 되고, 예순이 되었을 때,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나가고 있나요? 때로는 나이 먹은 당신의 얼굴을 상상해 보기도 하지요. 지금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생의 연륜이 쌓이니까요. 그건, 지식 따위로 얻는 게 아니지요.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쌓은 사랑이 빚어낸 아름다움의 결정체지요. 앞으로 살아갈 아름다운 인생의 탑은 결국, 당신의 순에 달렸습니다. 그 손을 누구와 더불어 잡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빛깔이 달라지겠지요. 부디, 당신의 손이 인간의 아름다운 영혼을 노래하는 구슬을 빚어내기를! --- 「마음이 흐르는 대로」 중에서
내가 사는 곳에는 청미천이라는 강이 흐릅니다. 경기도와 충청북도를 가르는 강입니다. 큰비가 내린 여름 장마철에는 하류에서 잉어가 올라옵니다. 여주 남한강쯤에서 잉어가 물살을 헤치며 상류로 향합니다. 청미천에는 다리가 있고, 그 밑에는 수중보가 있습니다. 어느 날, 나는 그 콘크리트 수중보를 뛰어넘으려고 몸부림치는 잉어를 보았습니다. 멀리 남한강에서부터 오느라고 힘이 부칠 터인데도, 잉어는 기르 쓰고 수중보를 타고 솟구쳤습니다. 물살을 뚫고 오르는 놈을 지켜보노라면 한순간 장엄함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앞길을 막는 수중보를 넘어, 강기슭 어디에 알을 낳고 놈은 생을 마감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놈은 죽음을 각오하고 위쪽을 향해 몸을 던집니다. 요동치는 잉어를 보면서 나는 오늘의 작가 노릇에 대해 생각합니다. --- 「겨울 강에 흐르다」 중에서 삶을 편안하게, 넓게 바라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느긋하게 받아들이기 바랍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상대를 알아 가고, 서로 사는 얘기를 하고, 그게 인생이 아닐까요? 인간의 가슴에 금을 긋는다는 것은 잔인할뿐더러, 비인간적이고,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짓이 아님을 이 자리에서 목청 높여 얘기할 수밖에 없군요. 누군가가 있어서 하루하루가 생동감 넘치고, 살맛 나는 세상임을 느낄 수 있다면 그냥 내버려 두세요. 억지로 담을 쌓지 말기를! 한낮에 뜬 해가 새롭게 보이고 구름과 나무가 가까이 다가오면, 그냥 즐기세요. 그걸 무슨 수로 막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 당신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 「가련한 인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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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설렘과 미세한 떨림으로 보내는 소설가 윤동수의 『어느 소설가의 바보 같은 연애편지』가 출간됐다. 스무 살 안팎 누구나 깊은 밤을 세워가며 연애편지 한 번씩은 써 봤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 다시 풋것 같은 지독한 사랑에 빠져 ‘당신’에게 연애편지를 띄운다. 저자가 살아가는 일상의 소소함은 큰 의미가 되고, 절친한 지인들과의 사연들은 위대한 서사가 된다. 또한 꽃잎 한 장 피워낼 만한 여린 감정의 흔들림은 우주를 진동하는 큰 울림이 된다. 뜨거웠던 청년 시절을 잃어버리고, 연애편지를 쓰던 오랜 밤을 잃어버리고, 붐비는 전동차로 회사를 오가며 증권과 부동산 이야기에만 들떠 있는 사람들 틈에 아직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피터팬 같은 소설가 윤동수. 그가 ‘당신’에게 보내는 이 ‘바보 같은 연애편지’는 사랑을 단지 호르몬의 화학작용쯤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 한 영혼이 다른 영혼에게로 향하는 둥근 파장이라고 믿는 청년 작가의 고백이다.
사랑하면 모두 바보가 된다 『어느 소설가의 바보 같은 연애편지』의 저자 윤동수는 열정적이고 순수하며, 결정적으로 바보 같은 사람이다. 나이 쉰에 아직 장가도 가지 못하고, 과수원에 딸린 외딴 집에 홀로 살면서 소설을 집필하고, 애타는 짝사랑을 하고, 세상에 물들지 않고, 지인들을 만나 ‘아직도’ 시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술을 마신다. 그리고 이메일과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안부를 전하는 요즘, 이제는 아무도 쓰지 않는 흰 편지지에 펜으로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가며 마음을 보낸다. 저자의 마음을 빼앗아간 당신은 세상의 오직 한 사람 ‘당신’이기도 하면서, 저자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당신’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가 버팀목으로 삼는 건 인간입니다. 안 그러면 이 세상을 어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 누군가를 마음에 품었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인간이 지닌 가장 위대한 힘입니다.”(「위대한 당신」)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전제는 사랑이다. 저자는 마음에 품은 ‘당신’과도 그렇고 모든 ‘인간’에게도 그렇고, “이 지상에서 당신과 내가 만났다는 사실”을 우리 삶에 다시없을 “고귀한 사건”이라고 말한다. 바보 같은 사람, 윤동수는 사랑의 생물학적 유통기한을 넘어선다. 생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사랑에 빠져 뇌 속의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면 흥분 현상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감정들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랑의 증상은 길어야 18~30개월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한 화학물질의 반응을 넘어 서는 것은 인간의 바보 같은 마음이다. 이십 대 안팎의 풋것 같은 사랑, 첫 마음 같은 열정,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 시시때때로 닥쳐오는 외로움과 질투……. 이 모든 것들을 다시 호명하는 것은 사랑이다. 저자는 나이 쉰에 다시 그 불꽃같은 연애에 빠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한 번도 시대에 대한 비판정신, 변화에 대한 열정,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잃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하면 모두 의미가 된다 ‘당신’은 저자의 모든 일상을 빼앗아갔다. 일거수일투족이 온통 ‘당신’의 것이다. 「지하철1호선」을 연출한 ㄱ형, ‘취업공고판 앞’을 떠돌다 돌아간 ㅂ시인, 장편소설 『파업』을 쓴 벗 ㅇ소설가, 항상 동료들을 벗들을 걱정하는 무당 같은 ㅇ소설가 등 많은 이들과 만나고 얘기하고 여행한 것들 모두를 공유한다. 또 저자가 사랑하는 영화와 음악, 공연 작품들도 함께한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사진전시회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나 겨울날 호빵을 뜯어 먹으며 본 영화 「러브 액츄얼리」, 바흐와 차이콥스키, 드보르자크 등의 음악들에 대한 느낌과 감동을 함께 느낀다. 남녘의 강과 강원도 산골의 연둣빛 풍광, 파랗게 펼쳐진 한가로운 바닷가 풍경도 함께 바라보고, 백양사 숲길의 바람과 복사골 외딴집에서 들리는 새의 울음소리, 날이 흐린 어느 날의 공기 냄새와 같은 일상의 미세한 것까지도 함께 공유한다. 그것은 사랑의 블랙홀을 통과하면 그 작은 떨림 하나 하나가 모두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당신’과 내가 더불어 느끼고 살아가는 삶, 그것이 저자가 이 세상에서 ‘바람 부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가기’는 하나의 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원천은 저자가 품고 있는 ‘당신’에 대한 애정이다. “사람이 사람을 하찮게 여기는 이 세상에서, 당신과 나는 사람으로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한 번뿐인 이 인생에서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비록 인간을 값싸게 여기는 세계일망정, 풍요롭게 살았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입니다. 그것이 내 사랑입니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밑거름, 당신과 나의 사랑입니다. 오직 그것만이 이 삶을 견디게 합니다.”(「당신만이 이 삶을 견디게 합니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팍팍해도 좋은 날이 오리라 믿으며 언젠가 다가올 그 좋은 날을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를 꿈꾼다”는 소설가 윤동수. 빠를수록 느리게, 자본에 치일수록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저자의 연애편지를 읽다 보면 어느새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마음에 품게 될 것이다. 소통과 대화가 절실한 이즈음, 저자는 “힘겨운 시절이다. 부디 누군가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는 삶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오늘 밤, 촛불을 켜고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자”라고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