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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꼬막 언덕 매미 싸리꽃 햇볕 한 장 감기 아까시나무 햇빛 받기 김장 약손 겨울 고추밭 꽃샘눈 장마 이후 낮달 II 술햇말 술햇골 -태몽 술햇골 -보름달 냉이 밤밭(栗里) 장마 이후 노을 이사 골다공증 봉덕이 할머니의 추석 한가위 추석 이후 허재비의 노래 첫눈 마을비를 세우며 봄 III 마즈막재 벤치 건너가도 좋은 겨울 겨울 가뭄 후보 식목일 담쟁이덩굴 딱따구리 그 해 겨울 시 낭송회 눈 귓병 앓기 거미줄 첫눈 분재 봉지커피 IV 늦은 삼월의 눈 자동차 눈 오는 날의 산책 봄날 조팝나무꽃 봉숭아 친구를 얻는 법 마즈막재 가로등 미루나무 가을 화엄사 무당거미 해탈하는 강 전설(傳說) 그 만큼만 [해설] 망각의 여울목을 건너는 사람들 | 이 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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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여울목을 건너는 사람들
제1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윤장규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시골마을의 아픈 풍경에 대한 애정 어린 응시 윤장규 시인의 시는 삶의 생채기 위에 돋은 싹이다. 여리디 여린 목숨의 흰 목덜미를 온순히 그저 내맡긴 사람 위에 돋은 싹이다. 가령 잠들지 못하는 사람의 어깨 위를 덮은 얇고 노란 숄의 달빛, 시골노총각을 감싸는 밤꽃 향, 죽은 아기의 원혼을 달래는 싸리 꽃의 잔향, 제초제 먹고 죽은 농민 등처럼 생의 주변부로 몰린 가냘픈 것의 비애와 곡진한 슬픔에 눈길을 주고 있다. 눈길은 ‘아픈’ 몸을 이끌고 업을 묵묵히 감당해 나가는 사람을 향한다. 따뜻하고 연민어린 그의 시는 깊은 밤 차마 잠들지 못한 채 푸르스름한 향내로 뒤늦게 떠도는 자를 위한 진혼곡으로 바쳐진다. 시는 미처 피어나지 못한 상처와 어떤 기미 주변에 분포한다. 시간의 수레바퀴 밑으로 사라져간 수많은 슬픔과 고통을 호명한다. 이를 통해 윤장규 첫 번째 시집은 다양한 사람이 사는 언덕 밑 ‘마을’을 주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