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서문
1부: 파리 현지에서 만난 작곡가 베를리오즈: 영혼의 두 날개 펼치며 인생 별자리를 찾다. 쇼팽: 창백했던 정신과 은둔의 사생활 프랑크: 침묵의 작곡가로 출발, 프랑스 순수음악 회복 프랑스 6인조: 용광로 속에서 탄생된 단순함과 간결함의 미학 2부: 바로크 작곡가 팔레스트리나: 종교음악의 구세주 제수알도: 르네상스의 아방가르드 몬테베르디: 음악의 연금술사 쉬츠: 독일 음악의 등불 륄리: 아름다운 프랑스 음악의 아버지 샤르팡티에: 프랑스의 불사조 코렐리: 이태리 바로크 음악의 거장 헨리 퍼셀: 영국의 오르페우스 쿠프랭: 하프시코드의 시인 라모: 프랑스 음악의 상징 스카를라티: 이태리 고전 음악의 선구자 텔레만: 독일의 선율주의자 페르골레지: 아름다운 청년 |
|
노앙의 5월 어느 날, 자정경에 리스트는 거실에서 자기 식으로 트릴, 트레몰로, 페달 사용 등을 변형시켜 쇼팽의 녹턴을 계속 반복해서 연주하고 있었다. 쇼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리스트 곁에 다가가 침착하게 이야기 했다.
“내 작품을 내가 칠 수 있게 해주시겠어요? 쇼팽만이 쇼팽의 작품에 변화를 줄 수 있을 텐데...” “그렇다면 쳐 보시죠.” 리스트는 톡 쏘듯이 대답했다. 그 순간 나방이 램프 속으로 뛰어들어 불이 꺼졌다. 다시 불을 켜려는 순간, 쇼팽은 “켜지 마세요. 대신 다른 모든 촛불도 꺼 주십시오. 내겐 달빛만으로도 충분하니깐”이라고 대답했다. 쇼팽은 희미한 달빛 아래서 한 시간 내내 피아노를 두들겨 댔다. 경청하던 그의 동료들, 특히 리스트의 눈 속엔 눈물로 가득 차 있었다. 리스트는 쇼팽을 부둥켜안으면서 “당신 말이 정말 옳았어요. 당신의 천재적인 작품들을 내가 오용했던 것 같군요. 당신이야 말로 진정한 시인이며, 나는 하찮은 어릿광대였어요”라고 말했다.(중략) 4-5일 후 같은 시간에 다시 모임이 있었다. 리스트는 쇼팽에게 피아노 연주를 하도록 권유한 후 거실의 모든 불을 끄고 커튼까지 닫게 했다. 쇼팽이 피아노를 치려는 순간, 리스트는 그에게 귓속말로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이 친구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상상하지 못했던 쇼팽은 살며시 일어나서 피아노 의자를 리스트에게 내주었다. 리스트는 쇼팽이 며칠 전 연주하던 대로 쇼팽의 작품을 완벽하게 연주했다. 너무도 쇼팽의 스타일로 쳤기 때문에 아무도 리스트의 연주였다는 사실을 상상하지 못했다. 리스트는 성냥불을 그어 피아노 앞에 촛대를 밝혔다. “아니, 쇼팽인줄만 알았었는데!” --- pp.38-39 |
|
『김은혜의 유럽 음악 이야기』는 “2008 대한민국 작곡상”을 수상한 김은혜 교수가 자신의 음악 세계에 영감을 준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월간 「객석」의 파리 특파원 시절 취재했던 원고의 일부와 『음악춘추』에 연재했던 스페셜 코너의 기사를 엮었다. 방대한 양의 서양 음악 역사 속에서 작곡가들은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해왔고, 그것이 축적되어 현재 우리 삶의 바탕에 깔려있다. 현재 우리가 듣는 음악의 대부분이 조성을 기반으로 하며 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자연스레 클래식 음악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음악 자체만을 통해 이해하려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클래식은 그것을 작곡한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함께 접하게 되면 마치 잘 아는 친구가 흥얼거리는 콧노래처럼 한층 친숙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다. 결국 음악도 인간의 한 모습인 것이다.
서양음악의 원류,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과 음악을 느껴본다! 이 책에서 필자는 22명의 작곡가를 다루고 있다. 1부에서는 예술이 삶의 일부인 도시 파리에 머무르면서 프랑스 작곡가들의 생가를 방문하여 그들의 삶과 음악적 흔적을 되짚어본다. 방문·취재 형식으로 전달해 주는 김은혜의 생생한 현장 리포트는 내가 마치 그 곳에 가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잘 알려진 작곡가들에 대해 연대기별로 설명하거나 작품 형식별로 딱딱하게 분류하여 설명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함으로써 작곡가 XXX가 아닌 인간 XXX로서 그들을 소개한다. 음악적인 접근에 있어서도 딱딱한 설명보다는 단순하고 쉬운 언어를 사용하여 음악에 최대한 편안하게 다가가고자 한다. 2부에서는 바흐, 헨델, 비발디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바로크 시기의 주요 작곡가들을 다룬다. 최근 들어 클래식계에는 ‘원전 연주’의 바람이 불면서 많은 고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이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의 귀는 고음악에 점차 익숙해져도 그것들을 작곡한 이들은 여전히 아득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그들에 대해 알고 싶어도 외형부터 압도적인 음악사 책 이외에 작곡가들이 정리된 책을 찾기가 어려울뿐더러, 그들에 대한 자료도 그다지 많지 않다. 김은혜 교수는 바로크 시기의 주요 작곡가들의 생애와 주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동시에 바로크 음악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각 작곡가마다 부여한 별명은 그 작곡가를 친구처럼 편안하게 느끼도록 도와주며 그 챕터를 다 읽은 후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공감을 불러일으켜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해준다. 필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 소책자를 통해 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서양음악의 원류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고 어렵게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과 친숙해 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또한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바로크 시기의 다른 작곡가들에 대해 다음 ‘유럽 음악 이야기’에 실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