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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自我,
달만 살이 찐다 수타사 십우도 오늘의 시평 그네의 힘 oasis 잘려야만 숨을 쉬는 聖體 사진놀이 구절리에서 훔쳐본 일기에는 아들前 상서 움직이는 그늘 역마살 향일암 사랑초 키우기 뼈를 보았다 눈사람 돌장승에게 잊읍시다 멍 II 불편한, 석간신문 패러디 의자는 잘못이 없다 불편한 cf 서울 여인숙 악성종양 폐가 구경 제무시 귀 청소 대학로 落書 1 어떤 참견 생각 하나가 미워서 흑백 미이라 대부도 神話 인간 대학로 落書 2 태산부동산 로드 스탬프 기억도 흔들면 흔들린다 수피령 일방적 확률 비정규직 싸움의정의 III 구체적 구경 물수제비를 뜨는 아이 홍시 동전의 무게 구체적 구경 감자의 눈 겨우살이 다린다린의 꽃 봄비는 달다 산절의 아침 詩集 여름꽃 이름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정수사 댓돌 우에는 개 이름 고의적 생각 [발문] 나는 죽어도, 핏줄을 놓지 않았다 | 최종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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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이름
강화 교동섬으로 놀러 갔을 때 이 집 할머니가 강아지를 부르시던 이름, 며느라, 며늘아가야… 집 나간 며느리인지 이승 떠난 큰 아들인지 그 명분 알 수는 없지만 돌아오던 내내 나를 울먹이게 했습니다. 식구들이란 집을 기르는 가축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 p.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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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어도, 핏‘줄’을 놓지 않았다
밧줄 몇 가닥에 의지해 고층아파트 외벽에 칠을 하는 페인트공 고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세상 끝에서의 외롭고 고단한 줄타기처럼 끈질긴 생명력의 시편들 모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세상을 구경한다는 것은 꽤 낭만적인 일이다. 하지만 밧줄 몇 가닥에 의지해,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바라봐야만 하는 일이라면? 고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고의적 구경』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외롭고 위태로운 곳에서 쓰인 시편들이다. 그러나 시인은 유일한 ‘놀이’라는 ‘詩’를 통해 고된 삶의 비의를 노동자 특유의 배짱과 여유로 견뎌낸다. “시절 좋은 세상이면 찬미하고, 그렇지 못하면 참견하리라… 아직은 내 그 구실을 잘은 못한다. (아직은) 구체적 (세상)구경을 아니 한 셈이다. 고의적 구경만 한 셈이니 그게 여간 불편치 않다.”는 시인의 발언은 일견 세상 아래에서 꼬리를 내리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시를 통해 힘겨운 삶을 극복하고 말겠다는 생에 대한 도발인 셈이다. 시인이 한 가닥의 줄에 매달려 마주보는 것은 아파트의 벽이다. 그 벽에 난 변소나 욕실의 쪽창이나 안방과 현관의 큰 창은 어떤 표정을 그에게 지어 보일 것인가? 그러나 그런 창들보다 더 훌륭한 표정은 아파트 벽을 기어가고 있는 균열일 것이다. 시인은 아파트 벽을 칠하기 전에 이 가느다란 금들을 모두 찾아내서 파우더를 먹여야 한다. 그 구불구불한 선들에 파우더를 먹여 놓은 모습들은 미술작품처럼 상당히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지만 자연의 것이 아닌 그 인공적 아름다움에서는 무엇인가 비극적인 것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고철은 자신의 마음에 일어나는 균열들을 시를 통해 자신이 아파트의 균열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시를 통해 치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곧 죽어도 핏‘줄’을 놓을 수 없는 간절하고 끈질긴 시편들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