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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의 집 풍경이 가만히 말을 걸다 손자 흔적화석 게릴라나무 부처님 손바닥 응시 감성돔을 낚다 누군가 지구 위에 푸른 가스 불을 켰다 손에 관한 기억 야생화 천지 중심은 단단하다, 슬프다 청춘공원 각축 가을 연병장 II 寺 완급조절 생활이 탑! 눈물꽃 종신 서원 바람결에 나뭇잎 팔랑거렸다 봉선화씨! 저, 눈부신 시간의 한때 툭툭 탁탁 한 수 배우다 하안거에 들다 사옥도 1 저 몸이 곧 무덤이야 단풍잎 만국기 가을, 혼인색을 띠다 토말에서 III 이족 매화나무 대석림에서 사옥도 2 화살나무 엄마를 기다려 산 길, 꿈 길 무지개를 주워담다 당신이 있어 세상은 눈부시고 따뜻해 작은 세상 속 그윽한 풍경 첫눈 풍접화 고산증 나도한자리 이 아니면 잇몸으로 IV 무안 기행 손이 가벼워지고 싶었다 종이면발 젓갈 라, 라, 라 서일 농원에서, 點心 청환석 진달래야, 진달래야 꽃비 해후 왕벚꽃나무 옥수숫대 낮달 장단 두부집 슬로우 비디오 2 [해설] 풍경, 마음을 읽다/신진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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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마음을 품다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느끼는 이상복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깨달음과 삶, 부재가 곧 존재의 바탕임을 보여주는 깊이 있는 시편들 난처럼 단아하고, 국화처럼 소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를 써오던 이상복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허무의 집』. 이 시집에서는 부드러운 능선처럼 언어들이 사물을 감싸고, 그 안에서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의 접혀진 이미지를 이해하고, 펼침으로써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을 잘 포착해 사람의 마음까지 잘 담아둔다. 이상복의 시편은 세계의 접혀진 이미지를 풍경으로 인식한다. 이 풍경들 안에는 희로애락과 희망과 기원을 품은 수많은 우주의 작은 생명체들이 있다. 풍경을 더듬고, 그 속에 담겨진 존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그럴 때 풍경과 하나가 된다. 풍경과 시각의 관계처럼, 혹은 소리와 고막의 관계처럼 풍경과 연결된다. 막힌 현실 속에서 이상복 시인이 꿈꾸는 소통의 의미이다. 이상복이 읽어내는 풍경들은 따스하게 세상을 감싼다. 그러나 따스함은 그보다 오래된 슬픔과 기다림에서 시작된다는 것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풍경을 오래 곁에 두고 읽기 위해서는, 풍경의 두께만큼의 기다림이 요구된다. 즉, 풍경에 대한 독서는 풍경에 대한 무한한 시간을 요구한다. 무의미한 풍경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바꾸는 인내를 가지고 있다. 풍경이 심경(心境)이 되고 또 그 마음의 풍경이 심경(心經)이 되는 순간들을 시인은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상복은 따스함은 허약하지 않다. 시인에게 따스함은 어둠보다 강하고 고통보다 단단하다. 풍경 속에서 시인이 발견하고자 한 것은 그러니까 풍광이 아니라 마음의 온기였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