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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봄Ⅰ 산수유 마을 수수밭 물을 깎다 필경사(筆耕士) 수저 한 벌 목련, 色을 쓰다 골목길 순장(殉葬) 고인돌 용궁반점 루파나레라 친절氏의 하루 꽃Ⅱ II 옹관묘 묵정밭 기록 4月, 전문가 낙타 안개 대추리 Ⅰ 대추리 Ⅱ 숲에 들다 거리에서 삼거리 정비소 우화 비단길 등 옛집 못 III 장미와 배나무 라이터 동굴기행 5월 바람의 문장 항해 Ⅰ 등나무 Ⅰ 등나무 Ⅱ 출근 물 위의 열차 손금 국수 새들의 저녁 장롱 北向 IV 벚나무를 읽다 언니의 봄 갈대 창 4월 고래 나이테 항아리 치어 6월을 지나며 天登을 오르다 식당에서 붉은 혀 꽃 Ⅲ 다시, 봄 [해설]색(色), 계(計/季) | 양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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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色), 계(計/季)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수혜 받은 최재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생의 환희와 절정을 뚜렷하고 화려한 색(色)으로 분산하는 언어의 프리즘 최재영의 시는 근래 등단한 신예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뚜렷한 목소리를 가진다. 많은 시인이 생의 환희와 절정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녀만큼, 내면의 목소리를 뚜렷한 색(色)의 시(詩)로 분산시켜 발하는 시인은 흔치 않다. 『루파나레라』는 폼페이 홍등가 골목 입구의 바닥 표지판을 의미한다. 제목만큼이나 최재영의 시는 에로틱하다. 흥미롭게도 그의 시에서 가장 에로틱한 지점은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죽음은 생의 가장 내밀함을 열어 보이는 ‘사건’이다. 죽음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숨소리’를 듣게 된다. 그것은 봄이 쏟아내는 “마지막 들숨”(「옹관묘」)이기도 하고, 생의 마지막을 위해 온몸으로 노래하는 우주의 마지막 날숨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 숨소리는 생과 사의 ‘사이’에서 발생한다. 시인은 조문객의 시선으로 풍경을 바라보고, 세계의 소리를 듣는다. 죽어가는 것들과 속절없이 사라지는 것들, 붙잡아 둘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기다림이 시 속에 가득하다. 세계가 누군가의 “불면을 기록하고 있”(「숲에 들다」)다면, 잠 못 든 시인은 세계의 틈으로 사라지는 것들의 이름을 기록하는 셈이다. 이렇게 시인은 곧 사라지는 것들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는 시로 꽃을 피운다. 그러니 봄은 색(色)이 넘치는 계절이겠다. “꽃은, 피(彼)와 차(此)의 반목이다/제 속을 모두 드러내지 않고서는/어느 것 하나 제대로 피워낼 수 없는 법”(「꽃 Ⅱ」)이기 때문이다. 최재영의 시는 “정인이라도 보았”(「정인」)을 듯한 에로틱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의 시는 “오지 않은 시간들”(「시인의 말」)에도 여전히 제 속을 드러내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