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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나라에 아침이 왔다. 내 머리 밑에서 베개가 빠져나가며 선언한 것이다.
“학교 갈 시간 됐으니 얼른 일어나요!” 잠에 취한 내가 꿈적도 않자, 베개는 나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매일 늦잠 자는 나를 보다 못한 엄마가 구입한 ‘잠 깨우기 마법’이었다. 요즘 환상의 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마법이라는데, 누가 만든 건지는 몰라도 효과 만점이다. 책으로 치자면 《수학의 정석》만큼이나 많이 팔린 마법이랄까. -김이환 「개학 날」 중에서 내 첫 시간 여행은 역사책에 남았을 것이다. 내가 도착한 장소에는 아마도 거대한 환영 인파가 모여 있을 것이다. 살아 있다면 늙은 내가 나타나 나를 환영하는 놀라운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게는 이런 생각도 있었다. 지금 지고 있는 막대한 사채 역시, ‘미래의 나’가 모두 갚아 줄 수 있으리라는. 미래의 나는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을 테니, ‘미래의 나’가 그 부의 원천을 만든 ‘현재의 나’에게 그 빚을 갚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라는. 나는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타임머신이 멈추고 오십 년 후에 도착했음을 알렸을 때까지는. -문영 「아내를 위하여」 중에서 문은 기준이다. 공간은 문을 기준 삼아 안쪽과 바깥쪽으로 구분된다. 그 기준 위에 서서 안쪽을 지키기 위해 바깥쪽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문지기다. 나는 이제 문지기가 되었다. 아버지가 그랬듯 안쪽을 지키기 위해 바깥쪽을 막아서는 평범한 문지기. 그러나 세상에는 나와는, 또 아버지와는 조금 다른 문지기도 있다. 양쪽 모두를 지키기 위해 양쪽 모두를 막아서야 하는, 그러므로 공정함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삼아야 하는 특별한 문지기 말이다. -이재일 「문지기」 중에서 모래바람 휘몰아치는 거대한 쓰레기장이었다. 나는 한동안 쓰레기를 뒤졌다. 그리고 마침내 부서진 채 모래바람에 씻기고 있는 SM11-136을 찾아냈다. 나는 그 한 조각을 들었다. 이럴 수가! 내 눈을 촉촉하게 하고 있는 건 분명 눈물이었다. SM11-136은 인공수정으로 나를 태어나게 한 후 다섯 살 때까지 키워 준 인큐베이션튜브다. 왜 이것에 눈물을 찔끔거리는지 몰랐다. 이유는 다른 사람이 말해 주었다. 어느 틈에 내 곁에 조용히 선 혜원이었다. “뇌파추적기를 이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결국 저의 마음이 이겼죠. 제가 사금파리에서 찾은 게 뭔 줄 아세요?” -장경 「미싱 링크」 중에서 “대개는 시도조차 하지 않지. 일부는 시도하긴 하지만 실패하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자신을 극복하고 검객의 길로 매진하여 이렇게 나를 찾아온다네. 드물지만 몇 명 있었지. 하지만 관문을 맡은 세 검객을 이기고 여기까지 온 것은 자네가 처음일세.” 침묵하고 있던 사내가 물었다. “제가 거절하면 어쩌실 겁니까?” 신검은 미소 지었다. 그리고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마음을 베는 칼은 찾았나?”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찾았습니다.” “보여 줄 수 있나?” -좌백 「마음을 베는 칼」 중에서 “피루,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피루는 나뭇잎 틈새로 하늘을 더듬어 찾으며 빙긋 웃었다. “돌아가야죠. 폐하께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계실 테니까요.” 소리오 곁에 털썩 주저앉은 류사가 이마에 흥건한 땀을 닦으며 물었다. “돌아가면 무슨 얘기를 할 건데? 아무도 믿어 주지 않을걸.” 피루는 소리오와 류사의 머리칼을 한 번씩 쓰다듬고는 익살맞게 웃었다. “일단 사람 열매가 자라는 나무 얘기는 어떻겠습니까?” -홍성화 「세상 끝으로」 중에서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