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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炳注, 호: 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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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왕조의 몰락을 예견한 관상쟁이 최천중, 그는 격동하는 한말에 분연히 일어나 나라꼴을 누추하게 만들고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린 조선을 뒤엎고 이상국가를 세울 웅대한 꿈을 품는다. 조실부모하고 입신출세의 길이 막힌 천출 최천중은 처지에 비관하지 않고, 나라를 물려받아 군림할 자식을 얻기 위해 양가집 유부녀까지 겁탈하고, 마침내 왕이 될 사주 팔자를 가진 아들을 얻는다. 뭇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물을 모으고 인재를 구하는 한 사나이의 파란만장한 여로가 시작된다.
<“왕재가 될 자식을 가져야겠다!”> 계해癸亥, 철종哲宗 14년. 장동의 김문이 세력을 독점하고, 권문 호족은 춘흥에 취하고 백성은 춘궁에 곯아 졸고만 있는 을씨년스런 봄. 최천중은 불원한 장래에 망하게 될 이 나라를 물려받아 군림할, 왕재가 될 자식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왕재를 낳을 밭을 찾는다. 그러던 중 신륵사에 머물고 있던 차 마침 불공을 드리러 온 왕씨 부인의 단정한 옷매무새를 보고 반하여 부인의 귀로를 뒤쫓는다. 부인의 집을 확인한 최천중은 주막에 묵으며 마을의 동정을 살핀다. 그는 관상을 보아줄 것을 핑계로 그 부인과 접할 기회를 노린다. 드디어 왕덕수의 집에서도 관상을 보아달라는 청이 들어온다. 최천중은 왕씨의 집이 전에 보아 두었던 부인의 집임을 확인한다. 그는 왕씨가 호학하여 입신 대신 책 읽는 일을 즐기는 덕 있는 사람이나 자식을 두지 못하고 있는 형편을 알게 된다. 그러나 왕덕수의 상에서 자식 운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최천중은 곧 후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천중은 왕재가 태어날 사주에 맞추어 잉태할 날짜를 챙겨 며칠 후 다시 왕덕수를 방문한다. 왕덕수는 자신과 시에 관한 식견을 겨룰 수 있는 최천중과 보낸 시간 때문에 그를 환영한다. 최천중은 시문을 나누며 왕씨의 마음을 산 후 중국에서 구한 귀한 술에 최면제를 섞어 먹인 후 부인의 방으로 들어간다. 최천중은 부인에게 왕재를 잉태할 운명을 말하나 부인은 임금의 어미보다 정숙한 아내이길 원한다고 말한다. 최천중은 정신과 육체의 진정한 화합에서만 진정한 왕재가 태어날 수 있음을 생각하며 부인의 굳어져 있는 몸을 달래어 방중의 비술로 여인의 마음을 열고 몸을 열어 화합에 성공한다.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최천중은 기생 여란과 대비의 사촌인 정씨 집에 들러 정계와 세간의 이야기를 모은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세도가 김홍근과 흥선군 이하응을 찾아 관상을 보아주며 돈을 벌기도 한다. 그러나 이하응은 자신의 아들을 두고 야심을 품고 있음을 최천중이 읽고 말해주자 그를 제거하려 한다. 최천중은 장안의 인심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점쟁이들이란 사정을 파악하고 여러 점쟁이를 찾아다니던 중 황봉련과 만나게 된다. 황봉련은 억울하게 죽은 어미의 한으로 합을 행할 경우 남자를 죽이는 운명을 타고난 여인이나 이하응에게서 화를 입고 구철룡의 집으로 숨어들어 목숨을 건진 최천중을 보살펴주다 정을 통하게 된다. 최천중이 황봉련의 자태에 매력을 느껴 다가갔을 때 황봉련은 자신의 사정을 들어 거부하나 최천중 자신만은 살아남을 수 있음을 장담하고 관계를 갖게 된다. 그 후 황봉련은 최천중에게 반하여 그를 평생 섬길 것을 다짐한다. 그때 이미 황봉련의 몸은 평범한 여체가 되어 있었는데 이 또한 최천중의 힘이었다. 최천중의 큰 뜻을 전해들은 황봉련은 먼저 인재를 구함에 있어 조언을 하는데, 2만 냥이란 거금으로 억울하게 옥에 갇히게 된 유생 몇 명과 귀신 같은 무술 솜씨를 지닌 연치성을 구하고 이름을 남길 것을 권한다. 그리하여 차차 한 가지씩 최천중의 대망을 위한 준비가 하나씩 진행되기 시작한다. <“큰 뜻을 이루려거든 먼저 인재를 구하고 재물을 모으시오!”> 최천중은 잠시 몸도 숨기고 인재를 구하라는 황봉련에 뜻에 따라 구철룡을 데리고 그녀가 마련한 곳으로 가기 위해 한양을 떠날 채비를 한다. 떠나기 전날 밤 최천중이 구제해준 연치성이 찾아와 충성을 맹세하며 동행할 것을 청한다. 그리하여 최천중은 구철룡과 연치성을 데리고 한양을 떠난다. 휴양 중에 있던 최천중은 이웃에서 종놈을 매질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 집을 방문한다. 사유인즉 만돌이라는 종놈이 꾀를 부리며 거짓말을 일삼아 주인의 눈을 피해 놀다 들어온 것에 대한 주인의 분풀이였던 것이다. 최천중은 만돌의 그 거짓말하는 재주가 흥미로워 주인에게 돈을 주어 그를 노비 신분에서 풀어주고 유만석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최천중의 몸이 쾌차한 후 그들은 함께 여행길에 나서서 처음 들른 곳이 부안이었다. 그곳에서 자신의 땅에서 사음 노릇을 하는 송시진이 백성들에게서 갈취하여 허위로 수확량을 고한 것을 알고 그를 혼내주고 억울한 처지에 있는 심후택을 구해준 후 그를 사음으로 정한다. 그 후 송시진이 갈취했던 쌀을 다시 농민들에게 나눠주자 동네에 웃음꽃이 피게 된다. 그러자 심후택을 비롯하여 동네에서 최천중을 존경하는 이들이 그 고장에서 가장 미모가 빼어나고 참한 박숙녀를 데려와 중신을 서자 최천중은 정식 절차를 통해 혼례를 치른다. 최천중은 박숙녀와 그녀를 돌보아준 이모의 가족들을 구철룡의 인도로 한양으로 보낸 뒤 계속해서 여로에 접어든다. <왕재가 될 아들 왕문이 태어나다> 청풍에 도착한 최천중 일행은 미리 당도하여 기다리고 있던 황봉련과 재회한다. 최천중과 황봉련은 그간의 그리움을 덜어내며 서로에 대한 믿음을 확인한다. 둘은 함께 앞으로의 거사를 위한 논의를 한다. 왕씨 부인에게서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왕문으로 정한 최천중은 미원촌을 방문하기에 앞서 신륵사를 찾는다. 월산 스님이 불공드리러 온 사람들에게 관상을 보아줌이 어떻겠냐는 청에 의해 최천중은 절을 찾은 사람들의 관상을 봐준다. 그때 장수 운과 액사 운이 겹친 한 아이의 상이 괴이하여 그의 어미를 불러 아이에게 위험이 올 것을 알리고 아이를 보호할 방도를 궁리하여 둘째를 가질 것을 권한다. 그리고 그날 밤 달이 올랐을 때 산중에서 그 아이의 어미와 교합한다. 이때 잉태하게 된 아이가 홍무다. 미원촌에 들른 최천중이 왕씨 집을 찾자 최천중 덕에 후사를 보게 되었다고 믿는 왕덕수가 뛰어나와 반긴다. 왕덕수와 다시 시문을 나누던 중 드디어 왕문이 태어난다. 바로 최천중이 2년 전에 맞추어 놓은 왕의 사주, 무진월 경인일 을축시다. <야망을 가진 사나이들의 만남> 흥선군이 아들을 대신해 집권을 시작한 후 김씨 세도를 견제하며 정세를 바로잡으려 하나 여전히 백성들의 살림은 궁핍하고 도적 떼가 늘어 민심은 더욱 흉흉해지고 있던 차에 장삼성이라는 화적이 양반의 비리를 캐내어 재물을 빼앗아 다시 백성들에게 전해주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궁에서는 장삼성을 잡아들이라는 흥선군의 성화에 새로 형조 판서가 정해지고 조직이 만들어져 장삼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를 잡아들이기 시작하여 장씨 성을 가진 자까지 모조리 잡아들이기에 바빴다. 이에 장삼성이 자수하여 나타나 무고한 자들을 잡아들이지 말 것을 권고한 뒤 포박을 풀고 사라진다. 한편 황봉련은 최천중이 만들려는 삼전도장의 주인으로 노인을 내세워 다스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환재 박규수에게 삼전도장을 맡을 인재의 천거를 부탁하고 돌아오는 길에 최천중은 선비 하준호를 만난다. 하준호는 최천중에게 자기가 왕이 될 수 있겠냐는 야망을 드러내고, 최천중은 하준호를 출장입상의 그릇이라고 보는 한편 직감적으로 하준호가 바로 장삼성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술자리에서 하준호는 최천중에게 삼전도장의 주인으로 여운을 추천한다. 박규수 또한 최천중이 여운을 모셔오기만 하면 상을 내리겠다고 하자 최천중은 여운을 모셔오기 위해 백암산을 찾는다. 범인답지 않으면서도 선인 같지도 않은 여운의 모습에 최천중은 마음을 빼앗긴다. 여운도 최천중의 의도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그의 청을 들어주리라 마음먹고 함께 산에서 내려온다..... |
‘우리 시대의 괴물’로 불리는 대형작가 이병주의 야심작 『바람과 구름과 비碑』는 100여 년 전 구한말, 세계 열강이 조선을 두고 각축을 벌이고 조정은 부패하여 왕조 말기 현상을 보이던 외우내환의 시기에 30대의 야심에 찬 관상가 최천중이 이상국가를 세우기 위해 기재와 인재, 호걸을 모으는 과정을 통해 난세를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그리고 있는 역작이다. 마흔네 살의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이래 한 달 평균 200자 원고지 1천 장, 총 10만여 장의 원고에 단행본 80여 권의 작품을 남긴 이병주는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일관한, 프로페셔널리즘이 철저하게 몸에 배어 있던 작가다. 『바람과 구름과 비碑』는 그 많은 작품 중에, 다산多産의 작가, 한국의 사마천을 꿈꾸었던 작가 이병주가 가장 공들여 쓴 소설이자 문학성과 대중성 면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소설은 방대한 사료와 날카로운 역사의식, 그리고 지적 편력을 정교하게 교직해 내놓고 있다.
<시대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읽는다> 『바람과 구름과 비碑』는 주인공 최천중이 이상국가를 세우기 위해 기재와 인재, 호걸을 모으는 과정을 그리면서 그 속에 재물을 모으는 법, 인재를 모으는 법, 난세를 사는 법, 미래를 보는 법,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 등 난세를 살아가는 지혜를 담고 있다. 주인공 최천중이 구하는 인재에 대한 관점은 시대를 앞서 있다. 신분사회의 틀을 깨고, 문벌 위주에서 벗어나 각 분야의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물들을 발탁한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도 이상적이라 할 만하다. 최천중 주위의 인재들은 무술에 뛰어난 자, 거짓말 잘하는 자, 언변이 뛰어난 자, 기운이 센 자, 뜀뛰기를 잘하는 자, 성적인 능력이 탁월한 자 등 어느 한 분야에 능력만 있으면 그 재주를 버려두지 않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안목이자, 주인공 최천중이라는 캐릭터가 갖는 매력이다. 최천중과 그를 따르는 17인의 재사, 그의 여인들, 그밖의 야망을 꿈꾸는 인물들의 개성을 살리는 탁월한 묘사는 가히 일품이어서 하나하나의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 듯하다. 주인공과 그밖의 주요인물들이 모두 시대의 아웃사이더라 불릴 수 있는 기구하고도 박복한 인생을 사는 혁명가적 태생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 중의 하나다. 주인공 최천중이 영웅이 아닌 일개 관상사이며 잡놈에 가까운 캐릭터라는 점은 이 소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