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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제1부 부정성에 머무르는 힘 축생, 시체, 자동인형―2000년대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 등장한 캐릭터와 신(新)인류학 포스트모던 문명의 불만, 괴물들의 이상한 가역반응― 백민석의 『목화밭 엽기전』 『러셔』 『죽은 올빼미 농장』을 중심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최수철의 『페스트』를 중심으로 문학 없는 문학을 위하여 언데드(undead) 제2부 더 나은 삶에 대한 꿈 유머와 기적―박민규와 윤성희의 소설에 나타난 (탈)주체성의 징표들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 모래들의 꿈―안성호 소설집 『때론 아내의 방에 나와 닮은 도둑이 든다』에 대하여 생존이 꿈인 자들의 삶, 생존이 삶인 자들의 꿈―박민규의 네 편의 소설에 대하여 우정을 상상하는 세 가지 방법 정신분석과 환상에 대한 13개의 시퀀스 제3부 문학의 국경, 국경의 문학 연대의 환상, 적대의 현실―최근 한국소설의 연대적 상상력과 재현에 대한 비판적 주석 공포와 동정―최근 한국소설에 재현된 타자성과 정념의 정치경제학 노르망디의 실종자―조정래 장편소설 『오 하느님』에 대하여 거인과 북소리―강영숙 장편소설 『리나』 읽기 문턱에 대하여―신경숙, 강영숙, 백가흠의 단편소설에서 읽은 윤리의 아포리아 제4부 소설의 성좌 1 고통의 몸, 고통의 기록―백가흠과 윤대녕의 단편 읽기 위무하는 소설―윤대녕 소설집 『제비를 기르다』, 윤성희 소설집 『감기』에 대하여 잔혹 동화, 자정의 소설, 캐비닛 산해경―김숨, 박형서, 김언수의 소설에 대하여 멜랑콜리, 히스테리, 그로테스크―김인숙, 권여선, 김지현의 소설에 대하여 뉴웨이브 역사소설의 세 경향―김훈, 신경숙, 김경욱의 새로운 역사소설에 대하여 소설, 정념이 배치되는 성좌 제5부 소설의 성좌 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윤대녕의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를 다시 읽다 추방된 젊음, 디오게네스의 윤리―김영하 장편소설 『퀴즈쇼』에 대하여 심연에서 비극으로―최인석 소설집 『목숨의 기억』에 대하여 소금과 불멸―명지현의 첫 소설집 『이로니, 이디시』에 대하여 가면의 허구에서 비의 진실로―김연수론 제6부 하나이면서 여럿인 문학 화염과 재: 김연수 소설이 말하면서 말하지 않은 것―김연수 장편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를 중심으로 아담의 말―최수철 소설집 『몽타주』에 대하여 허구를 해체하는 허구―박인홍 소설집 『벽 앞의 어둠』에 대하여 목소리가 사라지는 곳으로 문학이 가야 한다 하나이면서 여럿인: (포스트)문학의 윤리와 정치―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경유하여 맺음말: 두 좀비의 종말론적 문학여담―지구멸망을 몇 시간 앞둔 어느 날, 햇빛 찬란한 늦은 오후에 발표 지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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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나타났다!
한국문학 평론의 새로운 풍경, 복도훈의 첫 평론집 『눈먼 자의 초상』 ‘비상사태’ ‘예외상태’가 일상이 되어버린 2000년대 대한민국, 누군가는 냉소하고 누군가는 침묵할 때, 고집스럽고 치열하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는 젊은 문학평론가가 있다. 2005년 계간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한 지 1년 만에 현대문학상(평론부문)을 수상한 복도훈이다. 그가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글들의 논리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이론적 토대를 강화하고 문장을 정성스레 매만져 등단 5년 만에 첫 평론집 『눈먼 자의 초상』을 내놓았다. 문학을 막 시작하려 할 때 그것이 명을 다했다는 선언을 들어야 했던 ‘문학 없는 시대의 문학’에서 평론이 가야할 길을 묻는 고뇌의 흔적이 650여 쪽 방대한 분량에 빼곡히 담겨 있다. 그의 평론은 조르조 아감벤과 자크 데리다, 자크 라캉과 슬라보예 지젝의 단단한 이론적 토대 위에 서서, “이미지와 서사의 매력을 좇아가면서도 문예반적 담합에 기울지 않고 그 정치적, 윤리적 연관관계를 파악하고자 한다”.(황종연, 문학평론가) “우리 시대 젊은 비평가의 문장치고는 드물게 비평의 고전적 이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김형중, 문학평론가)는 평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저자가 읽는 한국문학의 키워드는 어둠을 응시하는 ‘눈먼 자’의 초상이다. 현실의 사회정치적 맥락과 인간 삶에서 필연적인 어두운 이면, ‘부정성’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체화한 작품들, 저자가 ‘축생’ ‘시체’ ‘자동인형’으로 묘사하는 괴물 같은 캐릭터들을 통해 그는 오히려 한국문학의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들이 묘사한 예외상태야말로 우리시대 한국문학의 지형도를 새로이 그려나갈 수 있는 보편성의 감춰진 토대일지 모른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비유하자면, 오늘날의 한국문학은 자신의 두 눈을 찌른 후 어둠 속을 응시하면서 정처 없는 방랑을 떠나게 된 오이디푸스와 처지가 비슷하지 않을까. 두 눈을 찌르기 전, 그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눈먼 자였지만 두 눈을 찌른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삶에 대한 뼈아픈 통찰을 얻게 되었다.”(책머리에 중에서) 1부 ‘부정성에 머무르는 힘’에서는 프로이트가 ‘문명의 불만’이라고 불렀던 것, 안락함과 윤택함을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삶을 억압하고 길들이는 다양한 사회체계의 괴물과도 같은 어두운 이면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 문학과 삶의 원천인 부정성을 혁신한다고 생각하는 소설들에 관심을 기울였다. 백민석, 백가흠, 편혜영, 박형서 등의 작품을 통해, ‘시체’ ‘축생’ ‘자동인형’이라는 이름으로 2000년대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 나타난 캐릭터의 경향을 분석하고, 이를 신(新)인류학이라고 명명한다. 저자에게 “특히 1부에서 자주 다룬 백민석의 소설(지금 누가 그와 그의 소설을 기억하고 있는가!)은 매번 새 글을 쓸 때마다 나도 모르게 되돌아오게 되는 원천이다”. 2부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에는 고단한 삶과 무심한 세상을 맞이하는 주체적 태도, 타자와 우정을 맺는 방법의 혁신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의 형상과 공동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글들이 묶였다. 외국인, 동물, 동포와의 만남을 통해 정치 문화적 국경, 생물학적 종차를 넘어서는 소통 없는 소통, 또는 우정과 연대의 가능성을 상상해보았다. 또 생존이 삶과 동일시되는 우리 시대 삶과 문학의 풍경에서 좌절되거나 굴절된 희망의 지표들을 점검했다. 3부 ‘문학의 국경, 국경의 문학’에서는 몇 년 동안 한국문학의 중요한 현상 중 하나로 일반화되어가는 국경의, 국경 너머의 삶, 외국인과의 만남 등 글로벌 자본주의의 확장과 재편에 따라 지각변동을 겪는 삶과 세계의 궁핍한 형상을 다뤘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방식으로 한국문학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새로움을 염두에 두되, 그것이 정치경제적, 문화적 타자와 맞닥뜨릴 때 생길 수 있는 난점도 아울러 고려했다. 4부와 5부는 각각 ‘소설의 성좌 1’ ‘소설의 성좌 2’라는 타이틀 아래 저자가 5년간 써온 작가론과 작품론, 해설 등을 묶은 것으로 한국소설의 이모저모에 대한 저자 평소의 관심을 드러낸 글들이다. 6부 ‘하나이면서 여럿인 문학’은 문학하는 행위의 근본에 자리 잡고 있는 ‘말(言語)’에 대한 생각의 단편들이다. “말은 문학이 태어나고 스러지는 자리이다. 흔히 생각하듯이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이지만, 그 말이 그 사람의 것은 아니다. 나는 내가 한 말의 주인이 아니다. 어찌 됐든 사람은 말 속에서, 말을 빌려 말하는 존재이기에. 그럼에도 그 말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한 것이다. 내 것은 아니지만 내가 책임져야 할 바로 그 말. 말 속에서 말하는 존재의 역설을, 그리고 이 역설의 존재들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아이러니한 말, 그 말의 아이러니를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