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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가파른 도전에 마주 선 한 세대의 다부진 지적 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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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뒤에 숨은 생각
말 뒤에 숨은 말 기억 속의 이미지들 젊은 고뇌와의 씨름 글쓰기의 어려움 못하는 것, 좋아하는 것 책 뒤에 숨은 책 운명이 안겨준 두 가지 행운 눈높이에 맞춘 자유방임적인 책읽기 잡지 '학원'을 만나다 어느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과 책읽기 '학생 시인' 황동규를 만나다 실존주의에 빠져들다 도스토예프스키와 보낸 한 철 기사체 문장에 흠뻑 빠진 수습기자 시절 문화면의 '사건 기자'로 선편을 잡다 평생의 지기들을 만나다 내 이름이 찍힌 첫 책을 펴내다 문학동인으로 참여하다 마침내 '문학과지성'을 창간하다 30대 시절의 열정과 고민 담긴 두 권의 책 '지성과 반지성' 그리고 기자협회장 시절 문학과지성사를 세우다 출판의 ABC를 배우다 지헤로 통과한 출판의 암흑기 '문학과지성' 폐간당하다 이념의 물결을 타고 출판계 일을 거들다 책의 현장으로부터 물러나다 자술 연보 이 책을 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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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비평가의 글이라기보다는 감수성 예민한 시인의 글
이 책의 첫번째 장 「생각 뒤에 숨은 생각」에 포용의 정신을 습득한 그의 성장기가 잘 나타나 있다. 그는 3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이나 형과 누이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를 획득하고 있었으며, 스스로 책임지거나 앞장설 것을 유보당한 입장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통해 폭넓은 지식을 습득하고 있으면서도 위로 형과 누나들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도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는 사람들과 만나면 주로 듣는 편이었고, 그들 앞에서 자기 주장을 강력하게 펼치기를 꺼려했으며, 경쟁을 포기하고 타인들의 지식과 의견을 자신의 자리에 채우도록 노력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신문사 기자 시절에는 황동규와 김현 등으로부터 배웠고, 1970년대에는 운동권 이론가들의 논리를 경청했으며, 1990년대에는 젊은 신세대 문학인들의 작품을 옹호했다. 「생각 뒤에 숨은 생각」은 바로 이런 그의 성격을 형성케 한 성장기의 기록이다. 그의 성장기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해방을 맞았고, 6학년에 오르면서 6?25를 겪었으며, 전후의 궁핍한 시절에 사춘기를 보냈고, 실존주의와 기독교 사상을 토대로 삼았던 대학 4학년 때에 4?19를 치렀다. 그러니까 그는 민주주의 교육의 과정 속에서 성장해온 것이었고, 그것들이 4?19 혁명으로 귀결되었으며, 4?19의 자유민주주의 의식은 김병익 문학의 근간이 된 것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란 사회의 다양한 주장을 폭넓게 듣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었고, 세대간의 조화로운 교체를 자연스럽게 실행하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그는 당시 확고하게 자리잡은 김현 김치수 김주연 김병익이라는 '문지4K'의 아성에 후배들을 받아들였으며, 후배들에게 무크지 『우리 시대의 문학』을 발간토록 하였으며, 1988년에는 『문학과지성』의 복간 대신 후배 평론가들이 주축이 된 『문학과사회』를 창간토록 하였고, 2000년에는 대표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었다. 「생각 뒤에 숨은 생각」이 성장기라면, 두번째 장 「말 뒤에 숨은 말」은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여러 이미지와 자신의 생활습관, 성격에 대한 직접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진술이다. 그의 글은 유려하면서도 분명하고, 명쾌하면서도 여운을 남긴다. "사람은 나이 들어도 기억이란 것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50년 전 기억 속의 얼굴은 여전히 50년 전의 얼굴이어서 성장도 노화도 하지 않는다. 다만, 사진이 빛바래는 것처럼 그 기억들도 빛이 바랜다. 바랜 기억들은 그 앞뒤의 맥락이나 안팎의 사정도 함께 바래면서 하나의 정물화 이미지로 순화된다. 그 순화된 이미지는 아름다운 것이든 부끄러운 것이든 그것들에 얽힌 모든 느낌들을 아우라로 변형하면서 그리움으로 덧칠한다. 기억이란 그래서, 슬픔인가 축복인가."(45쪽) 그는 담담하면서도 생생하게 지난날을 서술한다.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자신을 둘러싼 자연과 사랑, 종교적인 갈등과 젊은 날의 고뇌가 마치 나무 향기처럼 풍겨나오는 그의 글은 날카로운 비평가의 글이라기보다는 감수성 예민한 시인의 글이다. 격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그는 교회를 버리고 담배를 피우다가 애연가가 되며, 허무의 심연에 빠지면서 탐미주의에 젖어들고, 그것은 일종의 악마주의로까지 발전한다. 이러한 번뇌는 젊은 시절의 누구나 갖게 되는 것이지만, 한치의 흔들림도 없을 것 같은 문학평론가 김병익의 내면 속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은 놀랍기도 하다. 그는 그 시절에 대해, 자신이 전과 바뀜 없이 혹은 남과 다름없이 범상했지만, 안으로는 고통과 고뇌, 허망과 좌절에 몸과 마음을 달구고 있었고, 방황과 퇴폐의 나날 속에서 그것들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반복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뇌의 날들을 지나오면서 청년 김병익은 강해졌고, 그것이 험난한 세파를 이겨내는 힘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