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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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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생각의나무 201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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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1장 선결적 전제―러시아 문화의 종합적 이해
1. 문화를 바라보는 눈―체계와 관점의 종합
2. 러시아 문화의 기호학적 모델
3. 러시아 문화의 연구 동향

2장 자작나무 숲의 기억―동슬라브인의 신화적 상상력
1. 고대 슬라브인 최초의 신격과 세계 창조
2. 동슬라브인의 7주신(主神)과 판테온
3. 동슬라브인의 하위 신격과 민중 정령
4. 동슬라브인의 신화적 상상력과 자연력의 원초적 요소
5. 동슬라브인의 상징적 공간인식과 세계의 모델
6. 동슬라브인의 상징적 자연관―빛과 자연의 리듬

3장 비잔티움과 슬라브 세계
1. 비잔티움과 헬레니즘적 동방문화
2. 비잔티움 동방정교와 부정신학적 세계관
3. 비잔티움 미학의 초월적 상징성
4. 비잔틴 이콘과 이미지의 신학적 미학
5. 비잔티움과 슬라브 세계
6. 키릴과 메토디오스의 슬라브 선교

4장 러시아의 어머니―키예프 루시의 문화
1. 스칸디나비아와 루시―정체성 문제
2. 블라디미르 대공의 정교 수용과 키예프 루시의 문화적 선택
3. 비잔티움 이념과 슬라브적 질료
4. 베체와 종소리―키예프 루시의 일반 사회 문화
5. 러시아 도시의 어머니―키예프, 노브고로드, 프스코프
6. 키릴문자와 기억의 문화―고대 러시아 문학의 시학

5장 성스러운 러시아의 정교 문화
1. 물의 요정 루살카와 정교회의 수도사―이중 신앙 체계
2. 러시아의 세시풍속과 정교회의 축일―정교의 토착화 과정
3. 러시아 정교회의 세계―타오르는 대지의 촛불
4. 러시아 이콘의 미―영원으로 열린 창문
5. 러시아 성인들의 영성과 유로지비의 전복된 성스러움
6. 17세기 러시아 정교회의 분열―니콘의 종교개혁과 분리파 구교도

6장 러시아 민중문화와 성스러움의 패러디
1. 러시아인의 일상적 삶과 가족생활
2. 러시아인의 주거 공간―이즈바와 바냐
3. 시간의 섬―러시아인의 탄생과 혼례, 죽음의 제의
4. 지상의 양식―러시아인의 음식과 음료
5. 러시아 민중 의상과 민중 예술
6. 러시아 민중의 웃음과 카니발의 세계

7장 중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모더니티
1. 모스크바 제3로마설과 새로운 콘스탄티노플
2. 모스크바 정교회 건축과 모스크바 이콘화파
3. 중세 모스크바의 도시 문화와 모스크비치의 일상생활
4. 상트페테르부르크 모더니티와 공(公)개념의 형성
5.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서구 문화와 러시아 바로크
6. 상트페테르부르크 풍경과 도시 미학

8장 19세기 러시아 문화의 사실주의 수사학
1. 러시아 이념의 형성―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
2. 인텔리겐치아와 잉여인간―부정의 심리학
3. ‘사소한 것들의 진흙’―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4.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미(美)와 선(善)
5. 러시아 음악의 발전과 사실주의 시대의 국민음악파
6. 러시아 사실주의 회화―이동전람파와 아브람체보파
7. 러시아 정교 철학과 솔로비요프의 전일성(全一性)

9장 러시아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미학―심미적 삶과 예술
1. 20세기 러시아 문화의 르네상스―종말론과 유토피아
2. 러시아에서 니체의 반향―브루벨과 스크랴빈
3. 러시아 스타일과 모더니즘 예술
4. 러시아 모더니즘 문학과 예술의 종합
5. 러시아 아방가르드 회화 미학―심미성의 정치화
6. 환유적 세계관과 몽타주―영화에 실현된 피그말리온의 꿈
7. 예술의 혁명 혹은 혁명의 예술―구성주의와 사회주의 미학

10장 호모 소비에티쿠스와 러시아 문화의 포스트모던
1.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와 소비에트 러시아의 등장
2.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새로운 인간형―호모 소비에티쿠스
3. 소비에트 이콘과 상형문자―선전과 선동의 기념물
4. 탈스탈린 예술과 모스크바 개념주의―유토피아의 탈신화화
5. 소비에트 러시아 시대의 자연과학과 문예이론
6. 소비에트 해체와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카오스적 무산구조
7. 노비 루스키와 Generation-P―새로운 악의 꽃들
8. 신유라시아주의와 러시아의 미래

맺음말―수평적 무한과 러시아 문화의 역성(逆性)

연대표 | 참고문헌 | 인명 찾아보기 | 용어 찾아보기

저자 소개 1

프랑스 미셸 드 몽테뉴 보르도 3대학 슬라브어문과에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작품의 시학적 변형」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러시아어문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 『비잔티움, 빛의 모자이크』 『이콘과 아방가르드』 『다쥐보그의 손자들: 동슬라브-러시아 신화』 『도스토옙스키 판타스마고리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검은 사각형』 등을 썼고,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 민중문화』 『죽음의 집의 기록』 『지하로부터의 수기 외』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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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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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88984989832

책 속으로

문화는 변하지 않는 특성들에 대한 '공시적 구조'와 변화를 거치는 역사적 요소들의 '통시적 체계'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수직으로서의 통시와 수평으로서의 공시적 교차점에 문화의 모든 현상들이 위치하는 것이다. 문화는 그러므로 궁극적으로는 공시와 통시적 관점의 종합인 '체계들의 체계(system of systems)'라는 그물을 통하여 포착될 수 있다. 말하자면 한 시대의 문화 구조 혹은 문화적 특성이 하나의 체계를 이룬다면 그러한 체계가 중첩된 역사적 변화는 '체계들의 체계'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9~13세기 키예프 루시 시대의 문화 현상들의 공시적 구조는 13~15세기 몽고 타타르족의 지배, 15~18세기 모스크바 시대의 러시아, 18~20세기 페테르부르크 시대의 러시아라는 각각의 문화 구조가 통시적으로 중첩되면서 동일성 속에서 역사적인 변화를 거칠 때, 그것은 체계들의 체계가 되는 것이며 통시적 특성을 이미 자신 속에 내포한 것에 다름 아니게 된다. --- p.17, 「1장 선결적 전제―러시아 문화의 종합적 이해」 중에서

끝없이 넓은 대지의 광활한 공간과 자연의 광포하고 불가사의한 힘과 대면하고 있던 동슬라브인의 일상생활에서 제의(祭儀), 주술(呪術), 신화(神話)와 같은 요소들은 우주의 천체 운행과 맞물린 자연현상 속에서 인간의 위상을 유추해낼 수 있던 가장 기초적인 세계관이자 상징적 형식들의 하나였다. 다른 고대인과 마찬가지로 동슬라브인은 초월적인 어떤 자연의 힘들이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길흉화복과 운명을 주재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원초적인 힘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방식을 찾아야만 했다. 세계의 시작과 인간의 기원, 그리고 자기 민족이 지닌 정체성의 기원을 설명해줄 어떤 근거를 필요로 하게 되었던 것이다. 동슬라브, 남슬라브, 서슬라브 지역을 포괄하는 고대 슬라브인의 공통 신화는 주로 이란계 유목민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대 슬라브 공통 신화에서 파생되는 동슬라브 신화 역시 그와 같은 필요성에 의해 태동되었을 것이다. --- pp.38-39, 「2장 자작나무 숲의 기억-동슬라브인의 신화적 상상력」 중에서

키릴이 만든 글라골 문자는 비잔티움으로부터 정교를 받아들인 불가리아를 통해 10세기경 키예프 루시로 전파된다. 이때 동슬라브족이 사용하게 된 문자를 불가리아형 '키릴 문자(cyrillic alphabet; kirillitsa)'라고 부르는데, 그리스어의 자모를 모방한 이 불가리아형 키릴 문자는 이전의 글라골 문자보다 간편하고 단순화된 문자체계였다. 키릴과 메포지 형제가 남슬라브와 동슬라브에 슬라브 문자를 만들어줌으로써 슬라브인들은 이제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 기록을 후대에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슬라브인들의 사도'라고도 불리는 키릴과 메토디오스 형제는 비록 모라비아와 크로아티아 지방의 지속적인 선교에는 실패했지만,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지방에 그리스도교를 전파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 문화의 모태인 키예프 루시가 그리스도교를 수용하기까지는 앞으로도 100여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된다. --- pp.181-182, 「3장 비잔티움과 슬라브 세계」 중에서

키예프 루시가 형성되는 8, 9세기를 전후하여 비잔티움 제국의 문화는 흑해 북부와 남슬라브 지역, 그리고 발칸 반도의 슬라브 세계의 문화뿐만 아니라 키예프를 중심으로 하는 루시 공국의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로마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비잔티움의 제국주의 정치 체계와 더불어 비잔티움의 정교 문화는 키예프 공국의 지배계층에게 하나의 통치 모델이자 국가 이데올로기 형성의 기초가 되었다. 특히 키예프는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에 의해 그리스도교의 보편주의를 비잔티움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수용하게 되는데, 비잔티움 정교의 수용은 동슬라브인들이 세계를 대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였다. 이것은 러시아의 문화적, 정신적 심층 속에 범신론적인 동슬라브인의 자연관과 유일신적인 그리스도교의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을 병치시키는 것임과 동시에, 러시아 문화가 앞으로 체험하게 될 여러 가지 중요한 역사적, 정신적 사실들의 뿌리가 된다. 동시에 이것은 슬라브인들의 의식 구조가 범신론적인 자연관과 정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중 신앙(dvoeverie)'의 체계 속에서 라틴의 가톨릭과 희랍의 비잔티움과는 또 다른 제3의 문화적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기도 한다. --- pp.209-210, 「4장 러시아의 어머니―키예프 루시의 문화」 중에서

'그리스도를 떠나서 러시아인들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도스토옙스키가 『악령』에서 던졌던 질문처럼 러시아의 정교 문화에서 차지하는 그리스도, 특히 고통과 수난 받는 신인(神人)으로서의 그리스도 이미지는 성인들과 수도사들의 언행과 고행 속에서 더욱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관념적인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반(反)그리스도' '유로지비(바보 성자)' '인신(人神)' '구신론과 건신론'과 같은 독특한 형태의 '그리스도 모방'이 러시아 문화 속에 등장한다. '그리스도 모방'의 형태는 성서를 바탕으로 하는 '반그리스도'의 등장뿐 아니라, '유로지비'와 같은 러시아적인 뒤집힌 성자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으며, 도스토옙스키에 의해 문학작품화된 '인신'의 형태도 제시된다.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악령』 『백치』,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사제들』 『봉인된 천사』 등과 같은 작품과 고골, 톨스토이, 체호프 등의 작품에도 그리스도의 이미지가 러시아의 정신문화적 맥락에 반영되어 예술적으로 승화되고 있었다. --- pp.329-330, 「5장 성스러운 러시아의 정교 문화」 중에서

러시아의 축제, 러시아인들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보드카(vodka)'는 러시아 고유의 술이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14세기 처음으로 등장한 술이었다. 그 뒤 러시아에 증류 기술이 도입되면서 15세기경부터 일반화되기 시작한 보드카는 러시아를 상징하는 술로 자리 잡는다. 보드카의 독하지만 무미한 술맛은 러시아인의 추운 계절과 기름진 음식에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18세기 초 표트르 대제는 보드카의 판매와 배포를 국가가 독점하는 사업으로 만들었으며 이는 국가의 주요 세입원이 되었다. 그 뒤 18세기 후반 국가로부터 보드카 제조 허가를 받은 소수 독점 귀족들은 보드카의 생산량을 수십 배로 늘리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진다. '보드카'의 어원은 '물(voda)'의 지소형이며 '물'처럼 투명하다는 의미이다. 약 40도에서 55도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는 증류방식의 곡주로서 러시아에서는 보드카의 재료로 감자가 쓰이기도 한다. 보드카는 오이 피클이나 칼바사, 살라미, 이크라 등과 함께 차게 해서 마시기도 하고, 식사 중에 반주로 마시기도 한다. --- pp.394-396, 「6장 러시아 민중문화와 성스러움의 패러디」 중에서

'모스크바 제3로마'설은 프스코프 출신의 수도사 필로페이(Filofej)가 1511년 바실리 3세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서 구체화되기 시작한다. 그는 세 가지 로마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편지를 썼다. "경건한 황제여, 그대의 왕국 속으로 모든 그리스도교 제국이 통합되었습니다. 두 개의 로마는 이미 멸망하고, 세 번째 로마가 새로이 서 있으니, 네 번째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교 제국이 이교도들에게 점령당하고 오직 러시아만이 신의 은총을 받아 역사상에서 정교 국가의 전통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 필로페이의 주장이었다. 역사상에 존재했던 첫 번째 로마는 '라틴의 이설(異說)' 속에서 로마제국의 멸망으로 사라졌으며 그리스도교의 중심은 그 뒤에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져 제2의 로마를 형성했지만 이 역시 이교도인 오스만 튀르크족에게 멸망을 당함으로써 이제 모스크바만이 유일한 정교의 수호 국가가 되었고, 모스크바만이 제3의 로마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 p.435, 「7장 중세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모더니티」 중에서

19세기에 들어와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지적 운동의 중심지였다. 모스크바에는 1755년에, 페테르부르크에는 1819년에 각각 대학이 설립되었으며 이러한 국립대학들은 서구 유럽의 모델에 따라 서구의 사상들을 더욱 자유롭게 강의하고 있었다. 18세기 말 예카테리나 여제 시대의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 대신 19세기 초에는 셸링과 피히테, 헤겔 등의 관념론 철학이 러시아 지식계급 사이에 유입되었지만 1825년 데카브리스트의 봉기 이후, 니콜라이 1세는 서구 철학사상의 논의에 대한 엄격한 금지조치를 취하며, 이후에는 대학에서 철학과목의 개설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19세기의 러시아 철학자들은 철학을 서구에서와 같이 논리적인 체계로 발전시킬 수가 없었으며 문학과 사회 정치 평론의 형식 속에서 부분적으로 자신들의 철학적 견해를 개진시킬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서양 철학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문학 동호회들이 등장했으며, 이러한 토론에 참여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식인 계층이 러시아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 p.559, 「8장 19세기 러시아 문화의 사실주의 수사학」 중에서

1917년 러시아 혁명에 동조하여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선전자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마야콥스키처럼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형태로 생을 마감하는 시인들도 나타났다. 초기에는 미래주의에 동조하다가 자기만의 독자적인 창조의 길을 걸으며 만년에는 『의사 지바고』를 써서 1958년 소비에트 러시아 내부에서 노벨상 파문을 일으켰던 파스테르나크와 같은 시인들도 있었다. 러시아 미래주의자들이 예감하던 미래의 유토피아 사회는 결국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모더니즘에 나타나던 '예술의 종합'이라는 관점은 미래의 도시인 소비에트의 사회주의 건설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건축, 회화, 조각 등 여러 장르를 통합하여 사회주의를 선전하는 기념물의 조형에 응용되게 된다. --- p.684, 「9장 성스러운 러시아의 정교 문화」 중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러시아의 노동자들과 농민들은 자신들의 인간적인 능력과 잠재력이 실제로 실현된 것으로 생각하였다. 파스테르나크의 『의사 지바고』에서는 이 러시아 10월 혁명의 분위기가 러시아 사회 전체를 마치 개인들의 물줄기가 모여들어 생명의 바다를 이루는 거대한 환희의 지평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마치 사도들이 살던 그 시대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모든 사물들이 집회를 열고 대화를 나누는 진정한 창조와 생명의 새로운 개화로 혁명을 받아들였다. 다시 말해 베르댜예프에 의하면 러시아 혁명 초기,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혁명을 세기말의 종말론적이고 염세적이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지상에 구현된 유토피아적인 현상의 하나로 간주했으며, 혁명을 인류를 위한 그리스도교적 사회주의 신국(神國) 건설의 서곡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 p.740, 「10장 호모 소비에티쿠스와 러시아 문화의 포스트모던」 중에서

출판사 리뷰

러시아 문화예술 천년 역사를 집대성한 국내 최초의 러시아 문화사 정본
20여 년에 걸친 러시아 문화·사상 연구를 총결산한 학문적·출판적 성과


성스러운 건축물과 이콘, 동슬라브의 신화적 세계, 톨스토이의 문학과 차이콥스키의 음악 그리고 아방가르드 미술, 10월 혁명, 붉은 군대, 보드카, 영화, 혁명 선전물…

종교이면서 세속적인, 예술적이면서 대중적인 문화가 충돌하고 융합하여 만든 세계
충실한 설명, 풍성한 도판과 함께, 문화예술로 톺아보는 러시아 문화 이야기

문화 충돌과 융합이 가장 왕성하고 극단적으로 표출된 러시아 문화 읽기의 즐거움
『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은 882년 올레크 공이 세운 키예프 루시 공국 시대로부터 소비에트 해체 이후의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천여 년 역사의 러시아 문화와 예술을 다룬 러시아 문화사이다. 충실한 설명뿐 아니라 사진, 회화, 조각, 건축물, 포스터 등 풍성한 시각적 자료, 참고문헌, 색인을 더해 대중성과 학술성을 겸비하였다.
21세기에 우리나라와 정치적·경제적·문화적으로 급격히 거리가 좁혀나가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에서 출간된 러시아 문화 관련 인문서는 그리 많지 않았다. 사료중심의 역사서나, 특정주제 및 일정기간의 러시아 문화를 정리하고 요약한 저서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면 대학에서 학생들의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펴낸 강의록 수준의 책들이 많았다.
그러나, 소비에트 붕괴 이후 우리의 인식 속에 몰락(혹은 해체)한 사회주의 사회와 성 상품을 수출하는 대표적 국가쯤으로 오해되어온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기나긴 역사 속에 축적된 러시아의 정신유산과 문화예술은 지적 호기심을 조금이라도 가진 독자들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영역임에 분명하다. 특히 종교문화와 세속문화, 예술문화와 대중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왕성하게 그리고 극단적으로 충돌하고 융합하는 가운데 문학, 음악, 미술 등으로 표출되는 과정은 흥미를 넘어서 문화현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더욱 폭넓고 깊게 해준다.

비잔티움에서 싹 틔워 러시아에서 꽃 피운 거대한 문화예술의 흐름,
또 다른 문명의 족적을 찾아 러시아로 떠나는 인문 여행

러시아 문화예술의 기나긴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이 책은 역사에 대한 공시적 및 통시적 시각과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러시아 문화예술사를 직조해내고 있다. 그럼으로써 동슬라브의 신화적 세계, 비잔티움 정교회의 수용과 이콘, 화려한 건축물과 미술작품, 러시아 민중의 일상생활, 근대 러시아 문학과 음악, 그리고 아방가르드 예술과 소비에트 해체 이후의 문화적 현상까지, 분화구와 같이 뜨거웠던 역사만큼이나 너무나도 매혹적인 러시아 문화예술 천년의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우선 러시아 문화의 모태가 되는 동슬라브인의 신화적 상상력에서 시작하여 비잔티움으로부터 정교를 수용하는 슬라브 세계와 키예프 루시의 문화를 설명한다. 그리고 러시아 문화에 내재한 성스러운 영성과 이에 상응하는 민중문화의 패러디적 성격, 중세 모스크바 문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모더니티를 다룬다. 이어 러시아 문화의 ‘위대한 사실주의의 세기’로 간주되는 19세기 문화와 20세기 러시아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미학에서는 러시아의 문학, 음악, 미술, 건축, 철학, 신학 등과 같은 다양한 장르에서 표상되는 러시아적 이데아가 무엇인가를 규명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융합했던 정교적 세계관과 범신론적 세계관, 성과 속, 공과 사, 새로운 것과 옛것, 서구와 슬라브, 종말론과 유토피아, 개인과 국가, 현전과 부재라는 두 큰 흐름이 어떻게 이 거대하고 종잡을 수 없는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창조해냈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나아가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러시아의 문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 문화예술을 깊이 있는 관점으로 집대성한 필자의 장인정신을 엿본다
이 책을 쓴 성균관대학교 이덕형 교수(러시아어문학 전공)는 러시아 문학과 사상을 20여 년 넘게 연구한, 국내에서 보기 드문 러시아어문학계의 학자이자 소설가다. 저자는 국내 대학의 러시아어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뒤 소련 유학이 불가능했던 1980년대에 프랑스로 유학을 가 러시아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때 그는 파리 근교 뫼동의 생조르주에서 4년 동안 이콘의 제작기법을 배우면서 러시아 문학과 예술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정교사상을 비로소 체감하게 되었고 나아가 그 뿌리가 되는 비잔틴 문화까지 탐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러시아에서 러시아 사상사를 공부한 뒤 귀국하여 지금까지 교단에 몸담고 있다.
저자는 전작으로 러시아 정교문화의 뿌리 동로마 비잔티움의 예술세계를 소개한 『비잔티움, 빛의 모자이크』, 비잔티움에서 시작된 이콘이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추적한 『이콘과 아방가르드』, 동슬라브 신화의 세계를 설명한 『다쥐보그의 손자들』, 19세기 러시아 르네상스의 중심이었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특유의 감성과 아름다운 문체에 담은 예술기행서 『빛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20세기 러시아의 대표적 소설가를 다룬『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시학적 변형 연구』 등을 썼으며, 러시아 비잔틴 이콘의 흔적을 찾아 나선 구도적 여정을 글로 옮긴 자전적 소설 『검은 사각형』을 몇 해 전 출간하기도 했다.
비잔티움, 정교회와 이콘, 동슬라브 신화, 상트페테르부르크, 파스테르나크,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 등 저자가 그동안 다루었던 것 모두는 러시아 문화의 정수를 이루는 핵심들이자 『러시아 문화예술의 천년』의 주요 항목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주제들이 가장 종교적이면서 가장 세속적이고, 가장 예술적이면서 가장 대중적인 러시아의 문화와 예술의 이중적 속성을 읽어내기 위한 코드가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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