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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Part 1 ~ 13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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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남자가 한 걸음 비켜서자 잠시 머뭇거리던 희주가 집 안으로 들어섰다. 들고 있던 우산을 신발장 옆에 세워놓은 후 좁은 복도를 지나자 넓은 거실이 드러났다. 주홍빛의 스탠드 곁에 적색의 소파가 놓여 있었다. “뭘 원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가까이 서 있는 건지 남자의 숨결이 희주의 목 뒤에 와 닿았다.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을 느끼며 희주가 돌아섰다. 남자는 역시나 희주의 바로 등 뒤에 서 있었다. 희주는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의지도 담지 않은 텅 빈 눈을 보던 남자의 입술이 느슨하게 늘어났다. “나중에 말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뭐가 됐든 들어줄 테니까.” 남자가 한 걸음 걷자 희주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렇게 몇 발자국 밀리다 보니 어느새 희주의 등이 차가운 벽에 닿았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린 사람처럼 남자의 입술이 호를 그렸다. 어디로든 도망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듯 남자의 두 팔이 희주를 가뒀다. 그리고는 느릿하게 고개를 숙였다. 마지못해 고개를 든 희주의 입술 위로 타인의 뜨거운 숨이 닿았다. 입술을 유린하고 집요하게 그 틈으로 파고든 남자의 미끈한 촉감에 희주의 몸에 바짝 힘이 실렸다. 온 힘을 다해 남자를 겨우 제 몸에서 한 뼘 정도 떼어낸 희주는 파르르 떨리는 시선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둠에 물든 남자의 얼굴 한쪽이 희미하게 빛났다. 무덤덤하던 남자의 눈동자가 어느새 유난히 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남자에게 잠식되면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섬뜩한 불안함이 등골을 훑고 지나갔다. “조금만, 천천히 해요.” 가쁜 숨 사이로 힘겹게 희주가 말을 꺼냈다. 그러나 희주의 말을 무시한 남자는 몸을 앞으로 기울었다. 힘겹게 떼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장난이었던 걸까. 남자는 너무도 쉽게 희주가 벌려놓은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는 희주의 입술을 아슬아슬하게 스친 그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닿았다. “그건 안 되겠는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속삭일 때마다 숨소리가 그녀를 툭 건드렸다. 예민하게 변한 희주의 목덜미에 재호의 입술이 닿았다. 움찔거리는 희주의 반응이 즐거운 듯 재호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었다. 재호의 손길이 목덜미에서 쇄골로, 그리고 스웨터 위로 봉긋 솟은 가슴으로 향했다. 미약하게 움찔거리긴 했으나 희주는 반항하길 포기한 듯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자연스럽게 그의 손길이 스웨터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손길이 가슴의 정점을 매만지자 희주가 입술을 깨물었다. 어두운 방 가운데 낙엽이 떨어지듯 툭 소리를 내며 옷이 하나씩 떨어져 내렸다. 누구의 옷인지 구분 가지 않을 만큼 꽤 많이 떨어져 나간 후 두 사람은 침대에 겹쳐 누웠다. 재호는 어둠에 물든 희주의 몸을 찬찬히 훑었다. 지나치게 마른 것을 빼곤 희주는 생각보다 더 예쁜 선을 갖고 있었다. 재호의 입술이 희주의 입술을 찾아들었다. 강하게 희주의 입술을 탐하면서도 재호의 손길은 끊임없이 희주의 몸을 만지며 달구었다. 이어 재호의 입술이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렸다. 재호의 몸이 닿는 곳마다 열이 오르고 온몸이 예민하게 움찔거렸다. 이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희주의 표정에 슬픔이 번졌다. 그가 만질 때마다 자신이 살아 있음이 너무도 와 닿았다. 잠시나마 잊을 수 있으리라 여겼던 아픔이 더한 가중이 되어 그녀를 덮쳤다. “딴생각하지 마.” 그녀의 시야로 그의 날카로운 표정이 가득 찼다. 그녀의 딴생각이 불쾌한 듯 그는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아 쥐었다. “어차피 이젠 딴생각도 못하겠지만.” - 본문 내용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