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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찾아서
작품 해설 인터뷰 |
Roberto Paz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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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볼스크에 황제 포로 상태. 마침표. 소비에트 공화국이 바키티노 동지들을 환영함. 마침표. 서명. 소비에트 토볼스크. 마침표.’--- p.26
그는 퇴위해야만 했다. 황제는 책상에서 일어나 커튼을 걷었다. 숨이 막혀 창을 열었지만 아무 효과 없었다. 아마 이 역을 떠나야 좀 나을 것인데, 이 한적한 시골에서마저 이렇게 숨이 막힌다면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 그는 열차를 벗어나야 한다. 러시아의 여러 중요한 사건들이 열차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p.31 “군인들이 당신을 찾아올 거라는 걸 기억해요. 그들은 점점 더 규모가 작아져서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거예요.”--- p.87 이제 그들은 19세기 작가들이 터무니없이 주장한 대로 모든 땅이 농민들에게 제공될 거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런 내용들을 혁명이 일어났을 때 신문에서 읽었다. 수백만 명을 죽일 희망이었다. 권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니콜라이는 방법을 모르니 다른 황제를 찾아갈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황제는 어디서 나올까?--- p.93 그는 구(舊) 러시아에서 죽고 싶었고, 죽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대 분리 결정은 그러한 목적의 단순한 결과였다. 죽음으로 최소한 자신의 존엄을 살리고 싶다면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p.101 황제의 청색 열차는 결코 어둠 속에서 달리지 않았고, 황제는 결코 어둠 속에 있을 수 없었으며, 모든 사람이 그를 볼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알아야 했다. 제국은 밤이든 낮이든 불을 환하게 켜놓고 달리는 그 열차나 다름없으므로, 어느 곳을 가더라도 같은 불빛이고 같은 시간과도 같았다.--- p.132 “반란이 있던 오늘 이곳에 러시아가 있었네. 여기서 일어난 일이 고향 페트로그라드에서도 벌어지고 있겠지.”--- p.145 독수리에게서 권력이 나온다면, 제국에 부족한 것은 종달새의 노래 같은 것이다. 독수리와 종달새가 결합하면 역사를 바꿀 수 있고, 날개 달린 두 동물을 자신의 문장(紋章)에 쓰는 황제는 강한 자일 것이다.--- p.148 그는 신성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였고 늘 그럴 것이며, 그의 아들 알렉세이 황태자는 영원히 그의 후계자일 것이다. 영원히. 혁명이라도 그것을 지울 수 없었다. 그와 아이들은 그러한 불멸의 삶을 살 것이다.--- p.204 독수리가 다시 나타나 그 집의 가장 높은 곳을 높이 맴돌았고, 유로브스키만이 그 마지막 새로부터 자신의 얼굴을 보호하면서 그 독수리가 이 조류 연대를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 p.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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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의 러시아, 그 내면 일기
여기 시베리아 한복판에 한 연대가 멈춰 있다. 거대한 검은 숲, 타이가 숲이 그들의 행군을 가로막고 있다. 그리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황제는 한 저택에 감금돼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그리고 이 마지막 연대에게 한 가닥 희망을 두고 있다. 과연 그들은 만날 수 있을까. 황제는 죽음을 피할 수 있을까. 황실 군대 프레오브라젠스키 연대가 황제를 찾아 시베리아를 헤맨다는 큰 구성에서 보면 이 소설의 시작은 ‘원정 소설’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원정 속, 그 행로 속에서 들춰지는 심오한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바로 인간, 경계에 있는 , 극한에 몰린 인간의 내면이다. 작가는 연대와 황제의 시간을 교차시켜 상징성을 극대화하고 감정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황제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구현해 소설을 역사적 맥락으로 읽히게끔 유도한다. 작가는 볼셰비키혁명 후 가족들과 함께 가택 연금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가 되어 지난 정부를 회상하기도 하고, 연대의 사령관이 되어 희망과 공포 사이를 오간다. 죽음을 앞두고 불안정해진 황제, 초조한 그의 아내, 병들어 분열되고 있는 그의 자식들, 기약 없는 행군을 강행하는 사령관과 술렁이는 연대.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공포를 묘사하면서 붕괴 직전의 러시아 사회를 그린다. 황제 니콜라이는 자신이 신으로부터 임명된 러시아의 통치자이자 자연의 질서라고 생각한다. 시베리아에는 한겨울에도 온기가 돌고, 그의 군인들은 황제가 아닌 호랑이를 따라 타이가 숲속으로 흩어진다. 이 모든 정황들은 모두 러시아 구체제의 종말, 황제와 신의 죽음을 암시한다. 역사, 어떤 개인의 잊힌 기록 보통 역사소설이라 하면 실존한 영웅적 인물이 역사적 역경을 이겨내고 성인(成人)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지만, 『황제를 찾아서』는 그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났다. 역사에 ‘환상소설’을 가미시킨 것. 그의 이 소설적 접근이 꼭 새로운 것만은 아니지만, 그동안 역사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명사(名士) 숭배를 거부하고 사건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인물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거기에 상징과 은유가 가득한 환상을 더해 오늘날 당면한 사회적 주제에까지 도달한다. 그는 역사 그 자체, 또는 출처 역시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는 일찍이 “(역사는 내게) 한 인간을 묘사할 빛, 옷 그리고 개체일 뿐”이라 말했다. 그는 니콜라이 2세 황제와 그 추종자들의 역사적인 죽음을 말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또 다른 죽음을 잊지 않고 있다. 역사의 실존 인물이 아니라 그 시대를 맞이한 어떤 인간의 모습, 그리고 변화와 죽음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방식 등. 이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917년 러시아혁명의 이면인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들을 통해 “(카인의 역사가 아닌) 아벨을 쓰는 것으로 잃어버린 진리를” 담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