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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퍼렇게 출렁이는 강물
검정비둘기 / 11 무상 / 12 내 무덤에 오려거든 / 13 길 / 16 우리 좋은 길동무로 / 17 이 목숨 끊어 / 19 그 길 아이 못막으리 / 20 산에 오릅니다 / 21 삶 / 23 시조 / 24 …생략… 제2부 현구 시 세계와 문학사적 가치 비애와 무상의 시학 / 115 김현구 시에 나타난 공간 표상의 변모와 그 의미 / 144 김현구 시의 문학사적 의의에 대하여 / 178 시문학파와 김현구의 시세계 / 201 김현구 연보 / 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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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퍼렇게 출렁이는 강물
검정비둘기 뉘 눈살에 시달리어 그 맵시 쓸쓸히 외로운 넋 물고 오는 검정 비둘기 해늙은 느릅나무 가지에 앉아 구구꾸 목놓아 슬피 우노나 깨우면 꺼져버릴 꿈 같은 세상 사랑도 미움도 물 위의 거품 그 설움 향화처럼 피워지련만 날마다 못잊어 우는 비둘기 웰트슈매-쓰 니힐의 속 아픈 울음 알 이 없고 둘곳 없는 저 혼자 설움 귀 먹은 지옥거리 가에 앉아서 허공에 울어대는 외론 비둘기 높고 푸른 하늘은 끝없이 멀리 개어 태고연한 햇빛만 헛되이 흐르는 날 오늘도 혼자 앉아 슬피 울다가 어디론지 간 곳 모를 검정 비둘기 무상 시들은 꽃잎이 날은다 날은다 재운 봄 언덕에 오오 벗아 그 잔 들으시라 보는 체 말자 무심한 세월은 흐른다 흐른다 아끼는 맘 비웃고 오오 젊은이여 어둔 한숨 거두어라 근심을 잊자 죽엄길의 상여 소리 들린다 들린다 어제도 오늘도 오오 그대여 설운 귀 가리우라 들은 체 말자 때 오면 무덤에 돌아갈 이 몸도 이 몸도 외로운 나그네 오오 임아 나를 껴안아 다오 슬픔을 잊자 내 무덤에 오려거든 내 무덤에 오려거든 조용히 혼자 오소 날 새면 찾아와서 나와 둘이 노는 산새 여러 사람 지껄이면 행여 놀라 날아가리 내 무덤에 오시거든 눈물일랑 짓지마소 쓸쓸한 산골 속에 혼자 누워 한가한 몸 한세상 슬픈 생각 마음도 지긋하이 내 무덤에 오실 때는 아무것도 들지 말고 빈손 쥐고 오신 길에 볼 이 없이 외롭게 핀 꽃 한송이 옮아다가 무덤 위에 심어주소 나는 살고 싶소 위대한 가지 끝에 거꾸로 달아 매오 꽃 한 포기 웃지 않고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천애의 절도에 가두어 두오 끝없는 고역과 잔학한 매질 쉬지 않는데도 나는 살고 싶소 계절과 계절이 입맞추고 바람과 구름이 오고가고 해가 궁창을 밝히다 간 다음 달이 은광면사에 별을 달고 오는 동안 하늘 가에 혼자 남아도 나는 살고 싶소 길 파란 안개 자욱히 덮여 고요한 길 나뭇잎 소복 쌓여 사람 기척 없는 길 아렴풋한 달빛 아래 호젓이 조으는 길 아아 마음속 그윽히 뻗은 길 숨어 있는 길 날마다 밤마다 때 없이 그 길 위에 노닐며 슬퍼하고 기뻐하며 또 눈을 감노니 기쁨과 설움에 때로 맑고 흐리우는 넋만이 다니는 길 마음 속 빛나는 길 우리 좋은 길동무로 당신을 왜 나를 보고 외면하십니까 그 피로한 얼굴을 요리 좀 돌리시오 고해풍파에 거칠어진 손목이나 만져 봅시다 그대 뜰 앞에 넘쳐 흐르는 샘물 한모금 원치않는 내게 문을 굳이 닫고 돌아섬은 어인 일이십니까 그대가 아끼고 탐내시는 보화야 나에게는 길 차비에 고달픈 짐이 될 뿐이외다 허공에 뜬 무지개 같은 그대 조그만 업적이야 에베레스트 상상봉 꼭대기 풀잎 하나와 대양의 깊고 어둔 물밑에 놓인 조약돌 한 알보다도 더 부러워 여기지는 않습니다 내 구태여 바라는 마음이 있다하면 그대 지난 날 위에 곱곱이 쌓인 슬픈 여행담과 눈썹에 고인 한 방울 구슬 같은 회한의 눈물만이 내 삶에 기름진 자양과 값진 노자가 될 것입니다 풀 끝에 이슬같이 이 목숨 사라지는 날 우리들 이 세상 지나가던 자리에 남기고 가는 것 오오 참으로 그 자리에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이 목숨 끊어 이 세상 버리고 살으렸던가 한평생 꿈 속에만 잠기렸던가 온 세상 어둔 죄악 밝혀준다면 예수같이 이 목숨 끊어 드리지 사랑으로 흐린 세상 맑히고 싶다 눈물로 더러운 세상 쓸고도 싶다 구박을 피하여 세상 버림이 한평생 꿈속에만 살으렴인가 그 길 아이 못막으리 죽음의 길 싫어 마소 부르거든 고이 가소 해와 달이 생길 적에 삶과 죽음 마련하심 누리의 크신 뜻을 싫다 한들 어이하리 가을 바람에 우수수 나는 잎의 길을 따라 억만의 옛 사람들 설움 안고 가셨나니 아니 갈래야 아니 보내랴 그 길 아이 못막으리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