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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들
잘 알려지지 않은 최인호의 소설 양장, 개정판
최인호
책읽는섬 201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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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희곡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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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꿈 006

이상한 사람들1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013

이상한 사람들2
포플러나무 051

이상한 사람들3
침묵은 금이다 073

저자 소개1

崔仁浩

1945년 서울에서 3남 3녀 중 차남으로 출생한 최인호는 서울중·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고등학교(16회) 2학년 재학 시절인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하였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작가는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문학으로서, 청년 문화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해 왔다.
1945년 서울에서 3남 3녀 중 차남으로 출생한 최인호는 서울중·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고등학교(16회) 2학년 재학 시절인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하였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작가는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문학으로서, 청년 문화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해 왔다. 1975년부터 월간 샘터에 연재소설 『가족』을 연재하여 자신의 로마 가톨릭 교회 신앙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가족』은 한 편 한 편이 짧은 연작소설이지만 우리 인생의 길고 긴 사연들이 켜켜이 녹아있는 한국의 ‘현대생활사’이다. 1990년대 들어서부터는 우리의 역사에 천착하며 한민족의 원대한 이상에 접목하는 날카로운 상상력과 탐구로 풍성한 이야기 잔치를 열어왔다.

1973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파격적으로 조선일보에 소설 『별들의 고향』을 연재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화제가 되더니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또 얼마 뒤에는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크게 인기를 모은다. 이후 「술꾼」, 「모범동화」, 「타인의 방」, 「병정놀이」, 「죽은 사람」 등을 통해 산업화의 과정에 접어들기 시작한 한국사회의 변동 속에서 왜곡된 개인의 삶을 묘사한 최인호는 "1960년대에 김승옥이 시도했던 ‘감수성의 혁명’을 더욱 더 과감하게 밀고 나간 끝에 가장 신선하면서도 날카로운 감각으로 삶과 세계를 보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호스티스 작가’, ‘퇴폐주의 작가’, ‘상업주의 작가’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일간지와 여성지 등을 통해 『적도의 꽃』, 『고래 사냥』, 『물 위의 사막』, 『겨울 나그네』, 『잃어버린 왕국』, 『불새』, 『왕도의 비밀』, 『길 없는 길』과 같은 장편을 선보이며 지칠 줄 모르는 생산력과 대중적인 장악력을 보여준 최인호는 2001년 『상도』의 대성공 이후 제 2의 전성기를 맞으며 거듭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도 군부독재와 급격한 산업화라는 1970년대의 특수한 시대적 상황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던 장르인 시나리오에도 관심을 가져 『바보들의 행진』『병태와 영자』『고래 사냥』 등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희극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그 만의 독특한 시나리오 세계를 구축하였다. 이렇게 꾸준한 관심의 결실로 1986년엔 영화 「깊고 푸른 밤」으로 아시아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분야들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길을 보여주었다.

[샘터]지에 34년 6개월 간 연재한 '가족'을 건강상의 이유(2008년 발병한 침샘암 투병중)로 2010년 2월을 기해 연재중단을 선언하였다. 2010년 1월에는 죽음과 인생에 대해 성찰하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집 『인연』을 출간하였고, 2010년 2월에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를 선보였다. 2011년에는 투병 중 집필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발표하며 등단 이후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제1기의 문학’과, 종교·역사소설에 천착했던 ‘제2기의 문학’을 넘어, ‘제3기의 문학’으로 귀착되는 시작을 알렸다. 이 소설로 2011년 동리목월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암 투병 중에 병세가 악화되어 2013년 9월 25일 오후 7시 10분에 향년 68세로 사망하였다.

최인호는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중심에 선 작가다. 세련된 문체로 ‘도시 문학’의 지평을 넓히며 그 가능성을 탐색한 그는 황석영, 조세희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1970년대를 자신의 연대로 평정했다.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청년 문학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했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책 표지에 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으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대신 시거를 피웠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청계산에 오르는 생활 습관이 있었으며 컴퓨터로 작업한 글은 "마치 기계로 만든 칼국수" 같고 왠지 "정형 수술한 느낌"이 들어 지금도 원고지 위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새겼다.

소설집으로 『타인의 방』, 『잠자는 신화』, 『개미의 탑』, 『위대한 유산』 등이 있으며, 『별들의 고향』, 『도시의 사냥꾼』, 『잃어버린 왕국』, 『길 없는 길』, 『상도』, 『해신』, 『유림』,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수필집으로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의 인생』 등이 있다. 작고 이후 유고집 『눈물』, 1주기 추모집 『나의 딸의 딸』, 법정스님과의 대담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문학적 자서전이자 최인호 문학의 풋풋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작품집 『나는 나를 기억한다 1, 2』, 세 번째 유고집 『누가 천재를 죽였는가』, 네 번째의 유고집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와 5주기 추모작 『고래사냥』이 재간행되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불교출판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3년 ‘아름다운 예술인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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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02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00쪽 | 226g | 115*185*15mm
ISBN13
9791188047314

책 속으로

튼튼해 보이는 나뭇가지에 누워 잠을 청하려 하면 무르익은 달빛에 전구처럼 반짝이는 과일들이 보였는데 그럴 때면 그는 하나하나 과일들마다에 이름을 지어주곤 했었다.
“너는 벽시계. 너는 책상 위의 오뚝이. 너는 자명종. 어김없이 일곱시면 따르릉거린다. 너는 저금통, 너는 자물쇠……”
그러다보면 스르르 잠이 들곤 했었는데 다음날 일곱시면 어김없이 자명종 역할을 맡은 과일이 제풀에 떨어져 그의 잠을 깨우곤 했었다. --- p.20~21

이제야 나는 알았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실은 우리가 살고 있던 저 먼 곳에서부터 높이뛰기해서 잠시 머물다 가는 허공이며, 우리가 돌아가서 착지着地하는 곳이야말로 우리의 지친 영혼을 영원히 받아들여주는 지상의 세계인 것을. 그렇다. 우리는 지금 허공에 있다. 우리는 지금 물구나무 하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 p.72

어렸을 때 만났던 그 사람이 내게 말했듯이 말을 많이 하고, 더구나 글을 쓴다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그에게서 침묵을 배울 일이며, 인간들의 낡은 구두를 내 가슴에 스스럼없이 품을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모든 사물과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신기료장수가 되고 싶다.
내가 하는 말이 한 가닥 실이 되어 낡은 구두의 밑창을 꿰매고 내가 쓰는 글이 하나의 징이 되어 낡은 구두의 밑바닥에 박혀서, 걸을 때마다 말굽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침묵의 신기료장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p.98

출판사 리뷰

작가 최인호가 지상에 남기고 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이야기


독자들은 최인호의 소설 『이상한 사람들』이 발표된 지 사십여 년 가까이 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지 모른다. 이들의 이야기를 2017년에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따뜻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이상하게도 위안을 받는다. 사회가 부적응자라고 낙인찍어버린 그들의 소망이 실은 우리 내면에도 잠들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최인호의 눈으로 볼 때 행복의 시선은 세상의 밑바닥엔 닿지 않는다. 우리가 행복이라 부르는 것은 누군가를 외면한 대가로 얻은 기만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그가 던지는 화두와 질문의 깊이는 시대를 초월해 감동을 전한다. 이것이 시들지 않는 문학의 힘이기도 할 것이다.
『이상한 사람들』은 최인호 작가가 그동안 써온 여러 갈래의 소설들 중 그 어떤 유형과도 다른 독특함을 가졌다. 밀리언셀러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장편소설들을 비롯해 산업화를 거치며 급변하는 세상의 틈에 끼인 인간의 비애와 자의식을 예리하게 그려온 최인호의 단편들. 그의 작품 속 도시인은 셀로판지를 한 장쯤 끼고 있는 듯한 시선으로 삶의 열기와 환희에서 ‘행복한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거리감을 포착하는 데 탁월했다.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던 세상이 갑자기 침묵에 잠기는 듯한 이 낯설음은 현대인의 고립감, 그 도시인의 감수성을 탁월하게 대변하며 한국문학사에 그 위치를 굳건히 했다.

『이상한 사람들』은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울 법한 이 동화 같기도, 환상 같기도 한 이야기들에는 인간에 대한 작가 특유의 연민과 따뜻함이 배어 있다. 최인호는 ‘작가의 말’에서 이와 같은 유형의 이야기들로 10편 이상의 연작을 구성하고 있었다며 구상대로 간직하고 있던 소재들을 모두 써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내비친다. 하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이 『이상한 사람들』은 최인호의 작품세계에서 더 특별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을지 모른다.

이렇듯 독자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의 문학성이 가장 탁월하고 독특하게 발휘된 『이상한 사람들』을 작가 선종 4주기, 출간 11주년(기존 책은 2006년 11월에 출간)을 맞아 리커버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새로운 옷을 입혀 책의 꼴을 다듬고 완성도를 높였다.

말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지
말은 마음으로 하는 거란다


이 책에 실린 세번째 이야기 「침묵은 금이다」 속 소년은 신기료장수에게 말한다.

“나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겠어요, 아저씨.”
“그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 무엇보다 먼저 네 마음의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아무도 네가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한단다.” _96쪽

최인호는 이 글을 끝맺으며 덧붙인다. 말을 많이 하고, 더구나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작가로서의 고뇌가 엿보이기도 하는 이 문장은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린 그의 육성처럼 들린다. 필연적으로 누군가가 읽어줘야만 작가는 존재할 수 있다. 쓰기는 읽기를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니.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는지 모른다. 서로에게 더 많이 말하기 위해서가 아닌, 서로의 말을 더 잘 듣기 위해서.

최인호 작가는 어느 산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바 있다. “물은 우리의 혈관 속에서도 흘러내린다. 그것을 우리는 피라고 부른다. 그 붉은 피에 의해서 우리는 사랑하게 된다”고. “우리의 눈에서도 물이 흘러내린다. 그것을 우리는 눈물이라 부른다. 그 눈물에 의해서 영혼은 정화된다”고. 그리고 나아가 “내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리기를 소망한다”고(「물에 관한 명상」).

오늘날 다시 작은 노마와 높이뛰기 선수, 신기료장수가 건네는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눈에 흐르는 한 방울의 물이 되어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켜줄 수 있다면, 작가는 저 높이 뛰어 올라간 하늘에서도 참 행복할 것이다.

작품 속으로

첫번째 이야기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의 주인공은 일평생에 걸쳐 자신의 몸을 누이고 쉴 수 있는 집을 얻으려 애썼던 노인 ‘작은 노마’다. 어려서 홍수로 어머니를 잃은 작은 노마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을 갖는 것이 소원이다. 아버지와 동냥을 다니며 별이 무성하게 뜬 밤하늘을 이불삼아 생활하던 그에게 나무는 꿈꿔오던 이층집의 다락방이 되어준다. 그가 나무 위에 올라 잠이 드는 것은 하늘에 있는 어머니와 가까워지고픈 소망 때문이기도 했다.

“이곳은 이층이에요, 아버지.”
그는 나뭇잎들 속에서 소리를 지르곤 했었다.
“아버지는 일층에서 주무시구요.”
“잘 자거라.”
아버지는 나무 밑에 누워서 이층에 웅크리고 누운 아들을 보며 다정하게 말했었다. _18쪽

세상에 하나뿐인 자기만의 집, 홍수에 떠내려가지도 않고, 비와 바람을 가려주는 집을 갖는 것이 소망이었던 노마는 일평생 노력한 끝에 “누우면 발가락이 문지방 밖으로 나갈 만큼” 작은, 그보다 작은 집은 이 지상에서 찾아볼 수 없을 법한 집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 소박한 행복도 잠시,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그는 집에서 쫓겨나버린다. 일평생 쉴 곳을 간구하며 떠돌았던 작은 노마의 삶, 끝내는 그 초라한 집마저도 잃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그의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되묻게 한다. 사람들의 눈에는 집이 아니라 누에고치나 새장 같았던 작은 노마의 집, 그가 일평생 꿈꾸고 지었으나 늘 부서지고 빼앗겨야 했던 ‘집’이 과연 무엇인지 말이다.

내가 찾아갔을 때 할아버지는 나를 알아보았다.
“어서 와라.”
그는 말했다. 그는 슬퍼 보였다.
“집이 너무 작아서 너를 문밖에 세워두는 것을 용서해주겠니?”
“괜찮아요, 할아버지. 여기가 할아버지의 새집인가요.”
“암, 그렇지. 여기가 내 집이야.”
“할아버지네 집에 편지를 보내려면 어떻게 하지요.”
“전번 주소로 편지를 보내면 돼. 헌데 아가야, 이 집엔 못질을 할 벽이 없구나. 난 그것이 제일 슬퍼.”
_40~42쪽

미국에 번역되어 소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2년간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낭독했을 만큼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두번째 이야기 「포플러나무」.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높이뛰기 선수가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시절을 뒤로하고 대장장이로 살고 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그가 위대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나’에게 그는 국기 게양대를 뛰어넘고 나아가 거대한 산을 뛰어넘으며, 하늘에 뜬 구름과 빛나는 별들에까지 손이 닿도록 뛰어오를 수 있는 사람이다. 나아가 찬연히 빛나오는 무지개마저도……

“무지개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아저씨.”
내가 물었을 때 그는 대답했다.
“암, 뛰어넘을 수 있고말고.”
그는 자신 있게 대답했었다.
“다만 무지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먼 거리의 지평선이 내 앞에 환히 펼쳐져 보일 수만 있다면……”
_55쪽

하지만 그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의 삶에 일어난 비극은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는 종일 대장간에서 풀무질을 했지만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 쓸모를 잃은 그를 동네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라고 비웃었지만 아이들에게 그는 여전히 위대하다. 아이들의 희망에 보답하려 철봉대를 뛰어넘으려다 남자는 그만 다리를 다친다. 사고 이후 남자는 마당의 빈터에 포플러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포플러나무엔 열매가 열리지 않아요. 아저씨는 사과나무나 복숭아나무 같은 것을 심는 게 좋아요.”
“아니다, 아가야.”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더이상 배고프지 않다. 토마토와 감자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다.”
“그럼 뭣 때문에 포플러나무를 심나요.”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서지.” _59~60쪽

그날 이후 그는 포플러나무에 물을 주고 정성껏 키우기 시작한다.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은 다리 다친 높이뛰기 선수 따윈 잊어버린다. 하지만 ‘나’만은 계속해서 그를 찾아간다. 그는 ‘나’ 하나만을 위해, 벽시계의 시침처럼 더디게 자라나는 포플러를 뛰어넘는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나에게, 아주 늙은 노인이 된 그가 묻는다.

“넌 어릴 때부터 내게 구름 위를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
“그래요, 할아버지. 기억하고말고요.”
“이제 내가 네게 보여주겠다. 내가 저 나무를 뛰어넘는 것을 보렴.” _69쪽

먼길을 달려 포플러나무를 뛰어넘어 높이높이 솟구친 그는 하늘로 사라진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해가 저물도록 그가 내려오길 기다린다. 아주 오랜 후에야 하늘에서 무언가 툭 하고 떨어진다. 낡은 신발 한 짝이었다.

세번째 이야기 「침묵은 금이다」의 주인공은 서른다섯살이 된 기업체의 부장이다. 좋은 남편이자 이웃, 승진이 예정된 유능한 동료로 평가받는 그는 어느 날 아내에게 중얼거린다.

“말이 싫어졌어.”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앞으로 나는 말을 하지 않을 거야. 나는 입을 다물 거야. 나는 입을 열지 않을 거야.” _75쪽

가족은 물론 회사에서도 그의 변화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특히 그의 상사는 그의 침묵을 용서하지 않았다.

“자네가 말을 하지 않는다더군.”
사장은 그에게 말했다.
“회사에 소문이 파다해. 자네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어디 아픈가?” _84쪽

회사는 말을 하지 않는 그를 ‘쓸모없는 인간’이라 판단한다. 직장을 잃을 지경에 놓인 그는 그간의 침묵을 되돌아본다. 말을 않고 있는 동안 그는 행복했었다. 진실만을 얘기할 수 있을 때 입을 열리라 마음먹었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요구했다. 그는 말 없이도 사랑을 나누고 들리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에게 말은 다른 존재들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방언方言’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제 입을 열지 않는다면 그는 해고당할 처지였고, 가족들을 먹여살릴 일이 막막해졌다. 그는 뒤늦게 입을 떼어보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추천평

이상하다. 『이상한 사람들』에는 이상한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치명적 고통을 잊고자 하늘 끝으로 높이뛰기 하는 사람, 가식으로 가득 찬 언어를 버리고 스스로 입을 다문 사람, 그저 집 하나를 가지고 싶었을 뿐인 일생의 소망을 이루지 못한 사람…… 누가 이들을 이상하다고 하는가. 이 누추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마에 낙인을 찍은 자, 누구인가.
작가는 일견 기이해 보이는 인물들의 인생유전을 통해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경계를 묻는다. 우리 삶의 숨겨진 모퉁이를, 멈추어 돌아보게 만든다. 영혼의 안마당에 아주 더디게 자라나는 사과나무 한 그루씩을 심도록 한다.
정이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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