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 묻히다
기획 노트 작가의 말 |
류호성의 다른 상품
|
자연에서 가장 큰 ‘경이감’을 이끌어 내는 동물을 꼽는다면 단연 고래일 것입니다. 커다란 몸을 이끌고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의 모습은 때론 귀여워 보이기도 합니다. 돌고래 같이 비교적 작은 고래라면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범고래나 흰수염고래를 만난다면 어떨까요. 가수 에밀리 니콜라스의 〈Pstereo〉 뮤직비디오에는 하늘을 유영하는 고래가 나옵니다. 비록 영상일지라도 지상 생물에선 볼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와 경이감은 물론 공포감까지 자아내는 모습을 보면 『하늘에 묻히다』에 등장하는 ‘모비 딕‘도 저런 놀라운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래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고기와 기름, 용연향, 뼈까지 가치가 매우 높아 적극적인 보호 활동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포경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늘에 묻히다』에는 이런 경이감을 주는 존재로서의 고래와 산업적인 존재로서의 고래가 동시에 그려집니다. 다른 점이라면 고래가 물속이 아닌 하늘을 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익시르‘라는 존재입니다.
『하늘에 묻히다』의 세계는 이 하늘고래에서 얻을 수 있는 ‘익시르’라는 물질을 토대로 움직입니다. 산업 혁명 이후, 석탄에서 석유로 넘어가야 할 시점에 나타난 익시르는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주며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주인공인 탐정 이슈마엘은 케이블카를 타고 다니며 신비한 존재인 하늘고래가 죽어 가는 모습도 보고, 가장 거대한 하늘고래 ‘모비 딕’을 사냥하면서 들떠 있는 도시를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슈마엘은 ‘가장’ 거대한 고래가 잡히면서 이젠 그보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도시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작가는 과거 시대상에 스팀 펑크와 디젤 펑크라는, 묘하게 발전된 과학 문명을 결합해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익시르 펑크’인 『하늘에 묻히다』에서 주인공 이슈마엘은 가상의 물질인 ’익시르’를 통해 오버 테크놀러지(Over Technology)가 발전하는 문명의 최고점을 목도하지만, 이제 모비 딕을 넘는 고래는 나타나지 않을 것을 알게 됩니다. 언젠가 저물어 갈 도시는 상승과 하강이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카의 이미지를 통해 이슈마엘의 시점에서 담담하게 풀려 갑니다. 『하늘에 묻히다』는 에픽로그에서 준비한 ‘포니 익스프레스’ 프로젝트의 첫 타자로서 부족함 없는 매력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독자분들도 즐거운 경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기획자 김준성 |